[정일웅 칼럼] WCC 출발의 역사적 배경과 신학의 문제점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독일교회를 통해 배우는 한국교회의 통일노력(6)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6) 코메니우스의 교회연합과 일치의 정신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는 17세기의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사람이다. 그는 보헤미아-모라비아 형제단 교회의 3번째 감독이자 마지막 감독이었다. 그는 30년 종교전쟁을 통해 프로테스탄트 교회로서 형제단 교회의 안정과 독립을 위해 많은 외교적 활동을 전개했음에도 베스트 팔리아 평화조약(1648)에서 로마 가톨릭교회가 프로테스탄트의 루터파와 칼빈파 교회만을 인정했기 때문에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의 형제연합교회는 더 이상 구라파에서 존재할 수 없는 교회가 됐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보헤미아-모라비아 형제단 교회의 존립을 정치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감독을 직분을 내어놓았을 뿐 아니라, 형제단 교회를 해산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코메니우스와 형제단 교회의 역사적 비극은 오늘날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하나의 모범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되며, 코메니우스 자신 역시 근본적으로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사상을 견지하고 있던 사람으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실제로 30년 종교전쟁의 경험을 통해 국제간 분쟁을 방지하고, 종교들 간에도 서로 분쟁과 다툼 없이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대안과 방법(오늘날 유엔과 같은 국제연합 기구나 국제 재판소, 세계교회협의회 등)을 교육신학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범교육학 이론은 골로새서 1장 28절의 말씀과 마태복음 28장 19~20절 말씀에 근거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세상의 모든 지혜로 가르쳐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워주는 교육과 선교운동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것은 그의 기독교적인 전인교육론이며 평생교육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선교론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이끌었던 형제단 교회를 해체해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역시 그는 형제단들을 각각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며, 세례와 성찬의 떡과 잔을 나누는 프로테스탄트의 교회라면 어느 곳이든 속해 신앙생활을 계속하기를 권고했다. 이러한 일은 코메니우스의 근본사상이 지나친 교파주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정신 위에 있었음을 보여주며, 오늘날 코메니우스가 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본을 보여준 훌륭한 지도적 인물로 해석되는 것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7) 세계교회 연합운동과 에큐메닉의 활동

세계교회의 연합운동으로 대변되는 에큐메닉 운동은 19세기에 이르러 기독교의 복음선교와 관련해 연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회의가 시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로 오면서 에큐메닉 운동은 활발하게 전개 됐고, 세계 변화와 함께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세계교회협의회(WCC)라는 세계적인 교회의 연합기구로 등장했다. 여기서 우리는 소위 WCC의 기구 형성을 위한 역사적 배경과 그 실제를 살피고 오늘날까지 추구해 온 WCC 활동사를 살핌으로써 교회의 일치 및 연합의 중요성과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밝혀 보려 한다.

(1) 에큐메닉 운동의 역사적 배경

19세기에 이르러 서구의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그들의 역사에서 수많은 교회로 나누어지는 시련을 겪게 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1870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교황의 무오설을 교리로 확정했다. 이것은 로마가톨릭교회가 이러한 교리를 통해 교회 내면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교회가 갖는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었다.

프로테스탄 편에서도 교리의 정화와 자유주의적인 신학의 경향에 대항해 독일교회에서는 자유적 입장을 취하는 루터주의파 교회와 개혁파 교회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새로운 기독교 단체들과 이단적 성격을 가진 종파적인 그룹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안식교와 말일성도교회, 새 사도교회, 여화와증인 등의 교회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야말로 19세기 기독교는 교회의 교파적인 신앙고백의 주장과 함께 종파적으로 크게 분열했다.

19세기 이러한 교회 분열의 상태에서 20세기는 교회의 연합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세계로 전환된다. 오늘날 WCC는 벌써 20세기 초엽부터 여러 동기에 의해 시작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적인 협의기구가 생겨지기까지는 그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첫째는 1919년 1월 10일에 콘스탄티노플에서 교회성회가 있었을 때, 그 성회는 전세계의 모든 기독교회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교회연맹을 구성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공식 결정’을 했다. 이것은 후대 대주교인 게르마노스 스티리노프로스 대주교와 북쪽 스웨덴의 루터교회의 대주교 죄더볼룸의 협력으로 1920년 제네바에서 합의됐고, 1925년 스톡홀름회의에서는 조지 벨이 합세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모임이 교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 후 뉴욕의 윌리엄 아담스 브라운에 의해 다양한 에큐메니칼 기구들을 보다 통일된 하나의 기구 안에 결집하려는 운동이 시작된다. 올드헴이라는 사람은 이미 1920년대에 전 세계적인 연합체가 형성되리라는 예언을 했었고, 또한 그는 1937년 옥스퍼드에서 개최된 생활과 봉사회의를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1937년 웨스트필드대학의 모임과 1938년 우트레히트 모임을 통해 세계적 협의회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데 기여하며, 에큐메닉스 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윌리엄 템풀은 대주교로서 에큐메닉스 운동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미국에서의 활동을 통한 영향력과 함께 그 동안 세계교회협의회의 계획을 대변해 주었으며, 웨스트필드와 우트레히트 회의를 주재했고 신앙과 직제 위원회에 커다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미국연방협의회의 사무엘 맥커리 캐버트는 ‘세계교회협의회’라는 명칭을 제안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계교회협의회가 구성되기까지 많은 나라 교회의 대표들의 활동과 협력이 있었다. 그 때문에 세계교회협의회는 그 어느 한 교파, 한 사람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기보다 여러 교파의 여러 선구적인 활동가들의 봉사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2) 에큐메닉스의 발전과정

에큐메닉스 운동의 전주자와 자극을 준 기구로로 ‘복음 동맹’(Evangelical Alliance)란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1846년 런던에서 여러 교회들로부터 프로테스탄트적인 힘을 기독교적으로 연합한 뒤 영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1885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를 기회로 기독청년연합의 세계청년동맹체가 설립됐다. 이러한 파리의 모임에 근거해 세계청년동맹체(YMCA)는 처음으로 모든 신앙고백들과 전 대륙을 연결하는 연합적인 프로그램을 대표했다. 한편으로는 모임과 파송의 선교적이며 영적인 돌봄의 내면적 결합이 특징적이며, 다른 한편 연합운동의 첫 개척자들로는 특별히 젊은 사람들과 비신학자들, 즉 평신도들이 여기에 속하고 있었다. 19세기가 지나는 동안 여성 청년을 중심한 세계연합기구(YWCA)의 설립이 1894년 이뤄졌다. 그리고 세계기독대학생을 위한 연합기구(WSCF)도 1895년에 결성됐다.

이러한 모임들에는 그 시대의 정치적인 요소들과 다른 요소들이 작용했다. 이러한 모임을 결성하는 데는 여러 가지 동기들이 있었고, 이러한 요소들이 연합운동을 지탱했다. 이러한 연합운동이 결성될 때까지 작용된 몇 가지 동기들을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음의 선교적 동기에서다. 선교 가운데서 사람들은 가장 고통스럽게도 교회의 분열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했다. 세계선교를 위한 회합(Weltmissions konferrenz)이 이러한 교회연합운동의 출밤점이 되었던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 첫 합의로는 1910년 에딘버러의 선교대회를 말하게 된다. 1921년에는 국제 선교자문위원회가 설립됐다.

둘째, 사회적인 동기를 말할 수 있다.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문제들에 따라 모든 민족의 그리스도인들과 기독교신앙의 단체들은 실천적인 공동작업에 집중했다. 스웨덴의 웁살라에 있는 루터교회의 대주교 나탄 쉐더볼름의 열성적인 개입을 통해 1925년 스톡홀름에서 첫 세계회합이 개최됐던 실천적인 기독교에 대한 운동이 나타났던 것이다.

셋째, 신학적인 동기를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칭한 양 움직임들에서 신앙의 질문과 교회의 법적인 물음들이 그 실천적인 공동작업의 배후로 후퇴하게 되었다. 교회의 통일을 위한 하나의 협조가 바로 이 물음들 가운데 필수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신앙과 교회법을 위한 에큐메닉의 운동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것을 위한 첫 회합이 1927년에 로잔에서 개최됐던 것이다. 이러한 ‘실천적인 기독교’와 ‘신앙과 교회법’을 위한 이 양자의 운동은 1948년 암스텔담에서 에큐메닉협의를 구성하도록 함께 결정했다. 이 에큐메닉협의회는 1961년 뉴델리에서 국제 선교자문회와 연합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합운동의 모든 세 가지 흐름이 WCC를 결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WCC 최초의 대회가 1948년 암스텔담에서 열렸다. 현재 WCC는 정교회(동방교회), 고대가톨릭교회, 영국교회, 루터교회, 개혁교회, 그리고 그 밖에 약 4억 정도의 그리스도인들을 가진 프로테스탄트 전통의 약 300개 이상의 회원 교회로 구성돼 있다. 물론 WCC에 속한 교회들은 아직 그들 교회의 분리된 모습을 극복한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WCC는 결코 하나가 된 세계교회가 아니다. WCC는 증거와 봉사 안에서 이뤄야 하는 교회의 공동적 과제를 더 잘 성취하고, 교회의 통일을 가시적으로 이루도록 교회들을 돕는 하나의 활동적인 도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C의 신학적인 방향과 선교신학에 있어서는 항상 논쟁과 비판이 있었다. WCC의 신학적 방향이 다원적인 교회들의 연합으로 인해 매우 혼합주의적이며 진보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데서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복음증거를 위한 직접적인 사역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지나치게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봉사와 인간적 사역에 더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점 등은 복음주의적인 시각을 가진 신학자들에 의해 강하게 비판받고 있다. 이 점은 오늘날 WCC가 세계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뤄가는 협의기구로서 그 신학적인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여러 신학적인 정체성과 관련해 많은 문제점의 부정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WCC는 세계교회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교량의 역할과 기독교 복음선교의 사역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또한 지니고 있음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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