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지원,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8)

▲박명수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박명수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Ⅲ.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대한 분석
1. 정부의 종교문화정책과 헌법

한국 정부의 종교정책은 근대 한국사의 발전과정과 함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국 근대사의 흐름이 바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은 해방 후 민족 정체성 확립이라는 큰 범주 아래서 이해할 수 있다. 즉 해방 후 한국사회는 식민지 사상의 극복을 위해 민족 정체성을 강조했고, 이는 여러 방면으로 표출됐다. 다시 말하면 역사, 문화, 관광 등 모든 측면에서 민족 정체성이 강조됐다.

이와 같은 민족 정체성이 제일 먼저 강조된 것은 1960년대 말, 박정희 정부의 국민교육헌장이다. 이 헌장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인 사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희는 서구의 민주주의에 대비되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주장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국적 있는 역사교육’을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박정희는 민족주의를 자신의 통치이념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는 민족주의와 근대화를 대립시키지는 않았다. 그는 진정한 민족주의는 나라를 발전시키는 근대화를 통해 이뤄진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박정희의 민족주의는 근대화 민족주의였다. 대표적인 경우로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이 바로 미신타파 운동과 결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정희는 조국 근대화를 국정지표로 삼고, 부국강병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이것이 그에게는 참다운 민족주의였다.

이런 흐름이 더 강력하게 자리잡은 것은 바로 제5공화국의 전두환 정권이다. 전두환 정권은 새로운 헌법을 통해 더욱 강력하게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강조했다. 1980년 제정된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록돼, 국가에 전통문화와 민족문화 계승, 발전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민족적 자부심이 고양되고, 따라서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들이 발전하면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한국 사회의 발전에 따른 민족적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런 자부심은 과거에 이뤄진 한국 문화에 대한 재평가를 가져오게 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족종교와 무속신앙의 재발견이다.

많은 진보적인 학자들과 운동권 인사들이 이런 민족 문화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찾으려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지하나 황석영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런 것들이 바로 전두환의 제5공화국 시절 시작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족문화를 매개로 운동권과 군사독재가 일치된 것이다.

학자들 주장에 의하면 우리나라 헌법에서 문화가 독립된 항목으로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가 문화국가임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화국가란 문화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국가의 임무에 문화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이미 그 전문에서 ‘… 문화의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 기록해 국가에 문화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

여기에 근거해 대한민국 정부는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에 특별한 위치를 부여해 보호하고 발전시켜 왔다. 다시 말하면 불교, 유교, 대종교, 천도교 혹은 무속신앙은 전통문화 내지 민족문화의 범주에 해당하며, 따라서 국가는 여기에 대한 보호와 발전의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불교인들이 정부 지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들을 전통문화 내지 민족문화의 계승자이며, 국가 지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통사찰보존법이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법으로 바뀐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논리에서다. 여기에 근거해 불교는 문화재 관람과 전통사찰 보호, 그리고 불경번역 사업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유교는 성균관과 향교가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대해 다음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로 헌법 9조 전문에 나와 있는 ‘문화의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는 규정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헌법 전문은 모든 국민이 문화를 균등히 소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정 종교의 종교행위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즉 템플스테이는 분명히 불교의 신앙행위를 체험하는 특정 종교 행위다. 이 종교 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이웃 종교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헌법적 귄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헌법 전문에 나와있는 정부의 문화보호 임무를 과연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에 국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모두 균등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는 전체 한국문화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정부의 문화육성 의무를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로 국한하는 것은 헌법전문 원칙에 위배된다. 이 점에서 한국 기독교는 정부의 특정종교 지원을 문화의 기회균등 차원에서 법률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헌법 9조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헌법 9조를 좀더 폭넓게 수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는 전통문화, 민족문화, 그리고 근대문화를 포함한 한국문화를 미래사회와 세계문화에 기여할 방향으로 발전시킨다’고 수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헌법 9조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을 과거의 특정종교 문화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모든 종교 문화를 포괄하도록 재해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계승·발전, 그리고 창달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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