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칼럼] WCC의 견제세력, 로잔대회의 태동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독일교회를 통해 배우는 한국교회의 통일노력(7)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8) 세계복음주의 교회의 연합운동

WCC의 신학적 방향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복음적 시각을 가진 교회들로부터 제기되면서 서구의 복음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교회의 지도자들에 의해 세계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새로운 운동이 태동하게 된다. 바로 1974년 7월 16~25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서다.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로잔 위원회(ICOWE: The 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가 개최한 이 회의에는 150개국에서 약 2700명의 복음주의 교회 대표들이 참여했다. 특히 서구권 교회의 대표만이 아니라 멀리 동양권에 있는 복음주의 교회의 대표들이 참여한 것이 더욱 큰 의의였다 할 것이다. 이 총회는 현대 기독교 복음화와 선교에 관한 방법론적 주제들을 다뤘으며 ‘로잔언약’(The Losanne Covernant)이라는 고백적 차원의 선언문을 채택했고 로잔의 신학과 복음선교를 위한 복음주의적 신학과 선교의 입장을 표명했다.

로잔 대회 이래로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로잔 위원회는 계속해서 회합을 가졌다. 이 중 1977년 5월 31일~6월 2일까지 미국의 파사데나에서의 모임은 로잔 위원회 산하에 있는 ‘신학과 교육분과’의 모임으로, 특히 연합의 동질성에 대한 담화가 중심 주제였다. 역시 1978년 1월 6~13일까지 미국의 윌로뱅크에서 ‘문화와 복음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지속됐으며 1980년 3월 17~21일까지 미국의 하이라이에서 단순한 신앙적 삶의 스타일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1982년에는 로잔의 복음주의 위원회에서 위임한 신학분과 위원회의 연구를 통해 ‘복음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연구보고서’가 그랜드 래피드에서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사회적 봉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그리스도인의 복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행동 윤리적 지침을 제시했다.

로잔에서 시작한 세계복음주의총회는 1989년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두 번째로 개최됐다. 약 170개국에서 300여 명의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마닐라 대회의 선언문은 ‘그리스도가 다시 올 때까지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과 ‘지상에 있는 전 교회는 전 복음을 가지고 전 세계에 나아가도록 부름받았음을 선포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물론 복음주의 대회는 엄격한 의미에서 교회가 파송한 공적인 대표들의 모임이라기보다 개별적인 복음주의자들의 연대적인 모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는 역시 하나님 나라의 복음사역에 필요한 기구로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여겨지며, 현대 WCC의 지나친 진보적이며 혼합주의적인 신학입장을 견제하고 기독교 복음의 본질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일에 하나의 견제세력으로, 혹은 보완하는 역할로 그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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