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불교 편향적’인데도 불교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10)

▲박명수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박명수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Ⅲ.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대한 분석
3. 정치구조와 정부의 종교문화 정책

정부의 종교문화 지원은 한국의 정치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치가들은 각종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여야 했고, 각종 종교집단은 정치가들에게 자신의 종교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영삼은 불교의 역경사업에 특별지원을 했다. 또 노무현 정부는 신정아·변양균 사건처럼 대통령 특별교부금으로 특정 사찰에 12억을 지불했다. 권력 실세와 종교의 유착관계를 말해주는 사례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더 밀접해졌다. 주도권을 쥔 것은 불교였다. 불교의 대선 대책은 매우 치밀했다. 불교는 자신들 정책을 후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2007년 6월 불교정책기획단을 만들어 각 분야별(불교 관계법, 환경/생태, 국제사회, 불교문화 콘텐츠, 남북 불교, 문화/문화재, 교육/청소년, 사회/복지, 불교/미디어) 토론회를 거쳐 불교정책보고서와 불교정책자료집을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불교계가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후보들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종교단체가 최초로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 문제였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 기독교인인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출마하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이를 염려하는 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 이 후보는 불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불교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 불교정책보고서에서 상당 부분을 취사 선택해 정책을 만들었다. 대통령 후보 가운데 이렇듯 명확하게 불교에 대한 구체적 지원정책을 내놓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2007년 11월 13일 불교종단협의회에 참석해 불교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①불교문화재 유지 보수를 위한 정부예산증대 ②연등축제를 국가전통문화축제로 지정 ③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건립지원 ④10·27 법란특별법 제정을 통한 불교계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추진 ⑤불교인이 임명되는 전통문화담당보좌관 제도 신설 ⑥남북불교 교류와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지원 ⑦가칭 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등의 공약이었다.

여기에 맞서 19일 뒤 통합민주당의 정동영 후보도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최한 불교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불교관련 정책을 내 놓았다. 여기에 보면 ①종교편향과 근절에 대한 법제화추진 ②불교관련 각종 규제법을 전통사찰 보존법으로 일원화 ③문화재청에 불교문화재과 설치 ④10·27 법란 진상규명과 피해보상법 추진 ⑤템플 스테이를 위한 관광진흥개발법령 개정 ⑥국립공원 내 전통사찰 권역을 자연·문화 복합 유산보호 지구 내정 ⑦불교문화축제 국제화 지원 및 불교전통의식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 추진 ⑧전통사찰 종합방재 시스템 구축 ⑨불교문화재는 불교박물관에서 관리지원 ⑩경주 황룡사, 익산 미륵사 복원 사업 ⑪표충사 사명대사 현창사업확대 및 융건능, 용주사 효 문화지역 공원설립 지원 추진 ⑫한반도문화재보호재단 설립 추진 ⑬세계불교문화교류협력단 설립추진 등이 공약으로 주어졌다.

이명박 후보는 다음날인 20일 불교종정협의회를 방문해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이끈 불교전통문화 계승의 국가적 책무”를 다짐하고, 13일 발표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여기에는 불교 사찰에 관한 법률을 전통사찰보존법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추가했다.

11월 21일, 계획대로 ‘2007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개최됐다. 특별히 후보들의 불교정책을 비교해 보면 우선 이들 모두가 불교의 정책제안서를 근거로 불교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불교의 정책을 경제적 마인드로 재확립한 반면 불교계가 강력히 요구한 공직자 종교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답했다. 여기에 비해 정동영 후보는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이었고, 종교계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대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다음에도 불교계는 이명박 후보가 불교계와 약속한 것을 이행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대선이 끝난 1월 23일 ‘불교계-대통령인수위원회 정책 간담회’를 개최해 한나라당이 발표한 불교정책을 재확인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제안을 전달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불교에 대한 공약 중 상당 부분을 달성했다. 이중 불교사찰법 개정,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불교전통문화연구소, 연등축제 지원, 불교문화재 유지보수비 증액 등은 이미 실행됐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을 내세웠는가?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2007년 5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기총 대선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하지만 여기서 논의된 것은 기독교인으로 어떤 지도자가 돼야 하고, 어떤 사람을 대통력으로 선출해야 하는가 하는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치고 말았다.

기독교도 이명박 후보를 초청하여 정책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기독교가 이명박 후보에게 질문한 내용은 주일에 시험 보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기독교만을 겨냥한 정책은 없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는 정부에 불교와 같은 재정 지원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이명박 정부도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후보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강조했다. 또 기독교 단체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요청한 것도 종교단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범종교적인 내용과 북한인권 문제와 같은 보편적인 것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기독교 단체에 가서는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불교계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특정종교의 행사를 지원하겠다는 구체적 공약을 남발했던 것이다. 연등축제 국가전통문화재 지정, 국제불교문화센터 건립, 불교전통문화연구소 건립 등은 전통문화 지원으로 포장한 불교지원사업이다. 이명박 정부는 분명 불교편향 지원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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