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 문제는 핍박 아닌 우리 자신”

애틀랜타=권나라 기자  nrkwon@chdaily.com   |  

[인터뷰] 파키스탄 SIM 최동백 선교사

▲파키스탄 전통 복장을 입고 인터뷰에 응한 최동백 선교사.

▲파키스탄 전통 복장을 입고 인터뷰에 응한 최동백 선교사.

3월 초 파키스탄 내각 유일한 기독교인이던 샤바즈 바티 장관이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다 피살되면서, 파키스탄과 신성모독법에 대한 세계 교계의 관심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생생한 현지 사정을 듣기 위해 최근 애틀랜타 한마음장로교회(담임 백성봉 목사) 부흥사경회차 방문한 최동백 선교사(파키스탄)를 만나봤다. 그는 14년째 파키스탄에서 선교하고 있으며, 1년간의 안식년을 갖고 최근 미국에서 9개월간 선교사 훈련을 마쳤다.

신성모독법에 따른 기독교인 박해에 대한 우려가 짙은 상황이지만, 최 선교사가 말하는 파키스탄의 상황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최 선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97%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이지만,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2001년 발효돼 문제가 되고 있는 ‘신성모독법’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복음을 전도하지 못하도록 막고, 개인간의 감정 싸움으로 무슬림들이 기독교인을 상대로 거짓 고소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기독교를 간접 핍박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인들은 함부로 전도를 위한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어떻게 전도해야 할지 아는 선교사들에게 복음 전파는 비교적 자유롭다고 했다. 알라에 대한 언급 없이 예수만을 전한다는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기독교인 박해’를 겪고 있는 반면, 파키스탄은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 토지 및 건물 소유권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 싸움 때문에 기독교 전파가 쉽지 않다는 점이 흥미로운 동시에 안타까움을 안겼다.

최 선교사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범이 되지 못해 아쉽다. 선교사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그는 서구 선교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건물과 교회를 짓는 형식의 선교가 낳는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현지인들을 철저히 제자화하기 위해서는 현지인 밑으로 들어가 종의 모습으로 섬겨야 한다고도 했다.

최 선교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졸업하고 합신세계선교회에서 파키스탄 선교사로 파송받았으며, 현재 SIM(Serving In Mission) 소속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파키스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7%, 기독교인들은 전체의 0.3%라고 말한다. 힌두교도 있고 카톨릭도 있고 종교는 다양하지만 소수종교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다.”

-무슬림들이 97%라면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극심할 듯하다.

“의외로 핍박이 적다. 소수이기 때문에 있는 핍박 정도라고 생각한다. 시아파의 경우는 기독교인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다. 이유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시아파 리더가 죽었고 그 시체를 길바닥에 버렸는데, 3일이 되어도 묻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돼 있었지만 기독교인들이 매장해 줬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일이다. 그래서 행사 때는 꼭 기독교인을 초청하고, ‘너희들이 우리의 지도자를 존중했다’면서 대단하게 생각한다.”

-선교사님께서 사역하시는 지역은 어디인가? 그 곳은 어떤 특성이 있나?

“파키스탄에서 2번째로 큰 도시로 라호르라고 부른다. 우르드 어를 사용한다. 인구는 약 600만 정도로 교회들이 많이 분포돼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한국 선교사님들은 텐트메이커나 비즈니스로 들어오신 분들만 30여 가정 된다.

파키스탄의 기독교 역사는 인도와 같다.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큼직큼직한 교회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식민지 당시에 영국인들이 세웠던 교회들이다. 선교사들이 철수한 이후에 현지인들이 교회와 소유지를 책임지고 있는데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교회 내 정치가 심하고, 교단 내 권력 싸움이 심하다. 큰 땅을 한 사람이 차지했다면 그것을 뺏기기 싫어 법정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혼 구원하는 선교에 대한 관심은 없고 ‘어떻게 하면 그 땅을 지킬까’, ‘내 소유로 할까’에 관심이 가 있다. 목회자들 사이의 부패가 가장 큰 문제다. 교회 부패의 문제는 라호르 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교회를 섬기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있어 선교사의 역할이 크다.”

-선교사님의 주사역은 무엇인가?

“현지 교회를 세워주고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자훈련을 실시하는 개척사역과 이동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신앙책과 성경책, 카세트를 가지고 시골 마을로 들어가 판매하는 북밴(Book Van) 사역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선교 타겟이 무슬림이었다가 지금은 기독교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독교인 중에 구원의 확신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무슬림 개종도 중요하지만 먼저는 현지 기독교인들을 튼튼히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회가 바로서야 개종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동서점 사역을 통해서는 무슬림들이 성경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특히 무슬림 지도자 몰비가 성경을 구입해 간다. 그들이 구입해 가면 다 이름을 기록한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뒤집어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갔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 지도자들이 성경을 구입해 간다고 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가?

“Q-TV의 영향이 크다. TV에서 무슬림 지도자가 나와 기독교 비판을 하는데, 그 때 성경 인용을 많이 인용한다. 그 영향이 파키스탄 내에서 많다. 예전에는 성경 자체가 터부(Taboo)시 됐는데, 이제 그들도 성경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 늘어나고, 기독교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개종되기도 하는데, 그런 이들이 파키스탄에 몇 사람 있다.”

-최근에 파키스탄 내각의 유일한 기독교인 샤바즈 바티 장관이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다 피살됐다. 현지에서 보는 기독교 박해는 어느 정도이며, ‘신성모독법’의 영향은 얼만큼인가?

“특별히 무슬림들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핍박하는 것은 없다. 주로 핍박은 개인 간의 문제에서 발생된다.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싸울 때 감정이 격해져서 ‘너네 알라는 잘 났냐?’ 등 종교를 언급하게 될 때가 있다. 감정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 무슬림들의 거짓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면서 법정 싸움이 된다. 정치적인 구조가 무슬림 중심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힘을 못 쓴다. 그러다 기독교인들이 사형이 선고돼도 막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독교인들이 소수라는 이유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한다는 말인가?

“소수라는 이유만이 아니다. 처음 파키스탄의 기독교는 아주 가난한 종족들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기독교인은 낮은 계층이고 거리 청소부나 허드렛일, 힘든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교육 수준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신성모독법으로 피해를 본 사례 한 가지를 들어 달라.

“최근 기독교 마을 방화 사건이 있었다. 그 이유는 신문에 코란의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자전거로 물건 파는 사람이 과자를 그 신문에 담았다가 다 먹고는 길가에 버렸다. 그 신문이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에 밟혔다. 아마 신문에 과자를 담아먹은 사람은 신문에 코란의 글귀가 적혀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것을 무슬림이 보고, 너희가 코란을 발로 밟았다며 감정 싸움이 일었고, 결국 기독교 마을 방화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상당한 피해가 있겠다. 그런 소수계를 대변할 리더가 있나?

“그런 일을 할 기독교 리더가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정치적인 관계를 잘 맺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 리더들이 없다. 예전에 좋은 리더들은 다 미국이나 타국에 나와 있다. 학식이 있는 이들은 거의 본국에 남아있지 않고 해외로 나와 버린다. 그래서 기독교인 안에 파워가 없고,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바티 장관의 죽음은 대변인이 거의 없는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치명적이겠다

“그렇다. 굉장히 치명적이다. 푼잡 지역 살만 타세르 주지사가 살해당한 이유도 기독교인들이 부탁해 너그러운 성품의 주지사가 승락하고 그들을 대변한 이유다.”

-신성모독법이 선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현장에서는 기독교인들 사이에 말조심하자는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전도에 대한 문이 닫힌다.”

-그럼 전도하실 때는 어떻게 하시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코란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들도 예수님을 선지자의 한 분으로 믿지만 구세주로 고백하지 않는다. ‘죽으면 천국 갈 수 있느냐, 어떻게 천국 갈 수 있나?’물으면 그들은 ‘5번의 기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를 하면 죄를 사함받고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대답한다. 철두철미한 행위 구원론이다. 그들에게 핏값으로 우리를 속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다.”

-파키스탄 선교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한국 선교사들을 돈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한국 선교사의 경우에는 직접 교회를 세우고 목회자로 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현지인들과는 주종관계가 되기 쉽다. 돈이 떨어지면 현지인들이 돌변한다. 돈으로 선교를 하는 한 선교사가 주인이 되어 주종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선교사는 철두철미하게 종의 모습으로 현지인을 섬기고 현지인 밑에 들어가서 존중해야 한다. 파키스탄에는 기존 교회 건물은 많지만 목회자가 없는 곳이 많다. 그 곳에 가서 임시적으로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교인들을 세우고 튼튼하게 하는 개척목회의 사명을 가진 선교사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 파키스탄 선교사로 지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 드린다.

“일단은 파키스탄은 선교사 비자를 허용하는 나라다. 5년짜리 선교사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기존의 국제 선교 단체에 조인했을 때의 경우인데, SIM 이나 인터서브 또 미국의 브래들린 교단 등 선교단체에 조인하게 되면 선교사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 현지인들은 아시아인들에 호의적이다. 인도하고 파키스탄이 전쟁했을 때 유일하게 중국사람이 도와줘서 어디를 가든지 아시안에게는 친절하다.

파키스탄은 선교전략적으로도 요지에 위치해 있다. 중국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복음이 서진할 때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 이라크 예루살렘으로 간다. 중국이 문이 열렸고, 아프가니스탄이 전쟁을 통해 열렸다. 그 다음은 파키스탄이다. 이 파키스탄 교회가 이란 이라크까지 복음을 들고 가야 하는 사명이 있는데, 이 사명을 파키스탄 교회가 감당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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