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목회자 세미나서도 교회 직분의 계급화 지적
해외의 한인교회들도 교회 내 직제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드웨스트교회 창립 39주년 기념집회에 참석차 시카고에 방문한 정인수 목사가 2일간의 말씀집회, 한 차례의 평신도 세미나에 이어 16일 아침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에서 내건 주요 키워드는 “리더십, 개혁, 체질 개선” 등이었다. 그는 교회의 영적 리더십이 새로워짐을 통해 교회의 체질이 개선되고 사역의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정 목사가 PCUSA 내의 최대 한인교회 중 하나인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의 담임이며 동시에 PCUSA 한인교회협의회 총회장인만큼 PCUSA 목회자들의 참여가 뜨거웠지만 순복음북미총회,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복음언약교단 등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들도 참석했다.
그는 먼저 평신도 리더십을 개선하는 것을 목회자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인교회들이 가진 관료적이고 위계질서적인 평신도 리더십을 개혁하지 않고는 교회가 변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교회의 모든 직분은 효과적인 사역을 위한 것인데 이것이 계급과 서열화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인교회는 겉으로는 성서적인 것 같지만 유교적인 문화가 가득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역동적인 일꾼이 나올 수 없을 뿐 아니라 교회 리더십들 간에 권력쟁취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야 만다. 이는 곧 교회 분쟁으로 당연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정 목사는 “집사 때는 온유하게 섬기던 분들이 장로만 되면 돌변한다”면서 “장로가 어떤 직분인지, 교회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목사가 시무하는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는 당회, 평신도 리더, 전문인 리더가 교회를 끌고 가는 주요 리더십이다. 평신도 리더는 셀이나 구역, 소그룹을 맡는다. 전문인 리더는 교회 내에 존재하는 180여개 팀의 팀장들로서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발휘해 실제 사역을 이끌고 간다. 당회는 이 두 그룹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돕는 조력자이며 동시에 담임목사의 목회 비전을 나누는 동반자적 자리에 있다.
교회 사역의 중심을 장로, 권사, 집사라는 직분에 두지 않고 전문팀으로 분산시켜 감당하게 하는 것이 첫번째 키 포인트다. 수직적 조직이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당회가 정치집단이 아니라 사역자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두번째 키 포인트다. 당회는 결정해서 지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역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의견이 성취되도록 돕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세번째 키 포인트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권위주의만 발생시키는 조직들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회원과 같은 리더십, 쉽게 말하면 장로들이 권위의식을 버리고 섬김으로써 권위를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정 목사는 “장로들의 리더십을 행정 리더십에서 목양 리더십으로 변화시키라”고 주문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목사가 훈련에 목숨을 걸어라”고 답했다. 목사가 먼저 섬김의 본을 보이고 교회 리더십들로부터 섬김으로 권위와 진심을 인정받으면 그들도 따라 오게 된다는 것이다. 또 그런 신뢰 위에 각종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성도들 마음 속의 세상적 가치관을 걷어내야 한다. 한 예로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는 매주 토요일 새벽기도회 후에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모여서 함께 영성, 리더십 등에 관해 독서하며 토론하는 시간이 있다.
세미나가 끝난 후 한 참석자가 “목사 장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정 목사는 “공식적인 해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목사가 먼저 진심을 보이고 섬기는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능력이 나타나면 성도들이 자연히 목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른다”고 말했다. 또 “성장한 교회들은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절대적인 교회라는 최근의 연구 보고가 있다”면서 “담임목사의 권위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우리 교단의 많은 교회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이유는 담임목사의 권위를 약화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목회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교회를 끌고 가는 리더로서 권위를 갖고 비전을 제시해야겠지만 또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역시 얼마든지 타락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도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