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오늘부터 하나님의 심판과 종말은 시작되는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조영팔 목사(컬럼버스장로교회 담임, 목회학 박사).

▲조영팔 목사(컬럼버스장로교회 담임, 목회학 박사).

패밀리 라디오를 통하여 지난 오십여년간 성경공부를 해오고 있는 해롤드 캠핑은 2011년 5월 21일에 주님의 재림과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되어 2011년 8월 21일에 그 심판이 종료될 것이라고 하는 종말론을 주장해 왔다. 그의 이런 주장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재산을 팔고 연금을 해지하여, 자신들의 휴거를 준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고 하는 명분으로 가진 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해롤드 캠핑은 1980년대 한국에서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며 많은 사람들을 미혹하게 했던 이장림씨를 연상하게 한다. 그 때도 결국 그의 예언이 허구로 드러났을 때, 그의 주장을 추종했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하나님의 교회는 사회적인 비난과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었다. 아마도, 이제 오늘이 지나면 해롤드 캠핑은 자신이 주장한대로 예수님의 재림과 더불어 있게 될 휴거로 말미암아 들려 올라감을 받든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장림씨 못지 않게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의 그릇된 성경 해석과 주장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 정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해롤드 캠핑은 어떻게 2011년 5월 21일에 예수님의 재림과 휴거가 있게되고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을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하여 “마지막 날,” “휴거 산출,” “종말 계산 근거”라고 하는 인터넷에 띄워 놓을 글들과 라디오 방송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 그의 말들을 들어 보면 크거 몇 가지 성경적으로 잘못된 가정으로부터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로 그는 “그 날과 그 때”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수님께서는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마태복음 24장 36절)고 말씀하셨지만, 전도서 8장 5절에 나오는 “지혜자의 마음은 시기와 판단을 분변하나니” 라고 한 말씀이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친구로서 모든 것을 알게 해 주겠다고 하신 요한복음 15장 15절의 말씀들을 근거로 하여 참으로 구원 받은 사람은 “그 시”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그 날” 정도는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성경 해석상의 문제가 있다. 전도서의 말씀이나 요한 복음의 말씀들은 그 문맥이 종말에 관한 것을 약속하고 있는 말씀이 아니다. 전도서 말씀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왕 앞에 설 때와 물러 날 때를 알 것이라는 뜻이고, 요한복음의 말씀은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두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친구로서 자기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바 말씀들을 다 알게 해 주시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태복음 24장은 명백하게 종말에 대한 말씀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날과 그 때”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해롤드 캠핑의 말은 “그 날과 그 때”를 알 수 없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성경 해석상의 오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고 한 말씀을 마치 1일=1000년 처럼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 전제에서도 볼 수 있다. 해롤드 캠핑이 인용하고 있는 베드로후서 3장 8절의 말씀은 사도 베드로가 주님께서 사람들이 주께로 돌아 오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사용한 표현으로 이해하여야 무리가 없다. 사도 베드로의 이 표현을 1일 = 1000년이라고 하는 실제적 수치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한 것은 그 자체로서 오류다.

둘째가 2011년 5월 21일이 종말의 시작이라고 제시하고 있는 날짜의 산출 근거가 성경적일 수 없다. BC 4990년을 홍수의 해로 정하고, 거기서부터 7000년을 더 한 후,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갈 때 발생했다고 하는 1년을 빼면 AD 2011년이 종말의 해가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세대주의자들의 오류를 변형한 또 하나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한때는 근본주의적 세대주의자들이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 안식하셨다는 창세기의 기록을 하나의 틀로 하고, 거기에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사도 베드로의 표현을 대입, 6000년 + 1000년 이라는 틀 속에서 인류 역사의 종말을 산출했다. 물론 앞의 6000은 17세기에 영국 성공회 대주교로 있던 어셔라는 감독이 아담 때부터 예수님 때까지 성경에 기록된 사람들의 수명을 더하고(4004년), 그 위에 신약 시대의 2000년을 더한 것이다. 근본주의적 세대주의자들은 이런 산출 근거를 따라 AD 2000년을 전후하여 세상에는 종말이 오고 재림하시는 예수님과 더불어 새로운 천년 왕국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물론 AD 2000 년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다. 2011년대를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연대 계산이 사실과 부합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역으로, 성경에 나오는 연대를 산출하는 것이 아담과 이브 이후 그들의 자손들로 출생하여 살다가 죽은 사람들의 수명을 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어떤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하는 것을 보여 준다.

해롤드 캠핑은 자신의 성경 공부 결과 노아 홍수가 BC 4990년에 일어났다고 단언하지만, 이제까지 연구된 역사적 사실들은 노아 홍수가 훨씬 더 앞서 있는 사건일 수 있다고 하는 추론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바벨론의 홍수 설화인 길가메쉬 연대를 BCE 2750-2500년으로 추정하는데, 그 바벨론의 문명을 대표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작은 역사적으로 BC 5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석기 시대를 포함시키면 BC 70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 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길가메쉬 홍수 설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홍수 사건은 상식적으로 메소포타미아 문명 중간에 있었던 사건이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전제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성경 역사는 세대주의적인 6000년 + 1000년의 틀 속에 들어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해롤드 캠핑이 주장하는 노아 홍수 이후 7000년의 틀 속에도 들어 갈 수가 없다.

성서고고학적으로 확인된 역사적 시점은 BC 1900년 아브라함 때까지라고 한다. 그 이전의 역사는 사실상 오늘날의 잣대를 가지고 날짜를 산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히브리인들의 말법에서도 그런 흔적을 볼 수 있고, 성경이 숫자를 사용할 때, 특정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흔적도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1 장 1절을 보면 예수님의 족보를 말하기 위하여,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고 시작을 하는데, 여기 “자손”이라는 말은 “아들”에 해당하는 말이다. 문자적으로 말하면, 예수님이 아브라함의 아들이고 다윗의 아들이라는 말이다. 이 말만 본다면 아브라함과 예수 사이, 다윗과 예수 사이의 간격이 없다. 예수님은 마치 아브라함이나 다윗의 직계 아들처럼 보인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14대씩의 구분도 인위적이라고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구약의 예도 마찬가지다. 역대상 1장을 보면 아담, 셋, 에노스 등 이름을 열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10절, “구스가 또 니므롯을 낳았으니” 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낳았다”고 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혹자들은 여기에 나타나는 이름들이 한 개인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그 개인으로 대표되는 부족들이나 족속들을 뜻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성경에 기록된 개인 개인의 수명을 더 하는 것만으로는 인류 역사를 산출하는 근거로 삼기가 쉽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셋째가 성경에 나오는 여러 수치들을 때로는 사실적인 수로, 때로는 상징적인 수로 해석을 하면서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성경을 연구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 가운데 하나가 취사 선택을 통하여 주관적인 하나의 관점을 가설로 만들어 세우고 그것을 하나의 성경적인 진리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단들이 범하는 오류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 칼빈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성경이 가는 데까지만 가야 한다. 성경이 가면 가고, 서면 서야 한다. 그것을 넘어서 지나쳐 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스로 만든 오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해롤드 캠핑은 이미 한 번 종말에 대한 성경 해석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성경 해석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발견은 50여년 동안의 성경 연구의 결정체이므로 결코 틀릴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상대적으로 그의 주장을 추종하는 무리들 이외의 대부분의 모든 교회들이 영적 잠을 자고 있다고 정죄한다. 해롤드 캠핑 자신과 그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 이 외의 모든 소위 기존교회의 신자들은 주님이 도적같이 임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영적, 도덕적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그들만이 참으로 구원 받고 깨어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이단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담의 후손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여인의 후손으로 오셨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듯이,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마태복음 5장 21절 이하) 라고 말할 수 있는 절대적 권위가 없다.

결론적으로, 사실, 진심으로 자기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여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을 확신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 예수님께서 언제 다시 오시느냐?를 아는 것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내주 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이미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영생을 소유한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 것을 믿는다고 하면, 예수님은 언제 다시 오셔도 괜찮다. 어차피 하나님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예수님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예수님이 다시 오셔도 있는 모습 그대로 기쁨으로 주님을 맞을 수 있다고 하는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하루 하루,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맡겨주신 선한 청지기의 삶을 충성되게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고 하면, 오늘 하루도 생명을 연장하여 주시고, 필요한 일용할 양식과 건강한 몸과 건전한 사고의 능력을 주셔서 맡겨진 일에 충성하게 하며, 그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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