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지정에서 드러나는 ‘율법과 은혜의 원칙’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의 여호수아 51] 죄인을 늘 관심하심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20:1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일러 가라사대 2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내가 모세로 너희에게 말한 도피성을 택정하여 3 부지중 오살한 자를 그리로 도망하게 하라 이는 너희 중 피의 보수자를 피할 곳이니라 4 그 성읍들의 하나에 도피하는 자는 그 성읍에 들어가는 문 어귀에 서서 그 성읍 장로들의 귀에 자기의 사고를 고할 것이요 그들은 그를 받아 성읍에 들여 한 곳을 주어 자기들 중에 거하게 하고 5 피의 보수자가 그 뒤를 따라온다 할지라도 그들은 그 살인자를 그의 손에 내어주지 말지니 이는 본래 미워함이 없이 부지중에 그 이웃을 죽였음이라 6 그 살인자가 회중의 앞에 서서 재판을 받기까지나 당시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그 성읍에 거하다가 그 후에 그 살인자가 본 성읍 곧 자기가 도망하여 나온 그 성읍의 자기 집으로 돌아갈지니라 7 무리가 납달리의 산지 갈릴리 게데스와 에브라임 산지의 세겜과 유다 산지의 기럇 아르바 곧 헤브론을 구별하였고 8 또 여리고 동 요단 저편 르우벤 지파 중에서 평지 광야의 베셀과 갓 지파 중에서 길르앗 라못과 므낫세 지파 중에서 바산 골란을 택하였으니 9 이는 곧 이스라엘 모든 자손과 그들 중에 우거하는 객을 위하여 선정한 성읍들로서 누구든지 부지중 살인한 자로 그리로 도망하여 피의 보수자의 손에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그는 회중 앞에 설 때까지 거기 있을 것이니라

1. 도피성에 대한 말씀은 출애굽기 21장 12-13절에서 처음으로 모세를 통해 말해졌고 거기서 하나님은 의도성이 없는 살인자를 돌보셨다. 이것이 도피성의 기원으로 민수기 35장에도 나와 있으며, 신명기 4장 41-43절에는 요단 동편의 도피성이 정해졌고 신명기 19장에서는 그 제도의 시행에 대해 다소 보완하면서 반복하고 있다. 즉 원혐이 없이 죽인 경우를 실례를 들어 보완한 것이다.

2. 우리는 도피성의 제도를 보면서 하나님은 언제나 죄인을 관심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죄인 중에서도 고의성이 없는 죄인은 해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가 있는 법이다. 신명기 말씀처럼(4:41-43) 어떤 의도도 없었는데 손에 도끼를 들고 벌목을 하다가 도끼가 자루에서 빠져 그 이웃을 맞춰 죽게 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는 복수자가 그를 죽이지 못하도록 도피성으로 피하게 하라고 했다. 우리는 주님이 기업을 분배한 후에 맨 먼저 죄인을 관심하신다는 데에 큰 감명을 받는다. 주님은 죄인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이시다.

3. 율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므로 살인한 자는 죽어야 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부지중에 실수하여 저지른 살인이니 살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율법과 은혜의 원칙을 본다. 복음을 순종하고 믿는 자는 결과적으로 그의 죄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행한 것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그는 사탄에게 속아서 범죄한 것이 되며 모르고 사탄에게 종 노릇 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바울은 자신이 훼방자요 핍박자요 포행자였으나 긍휼은 입은 것은 믿지 아니할 때에 알지 못하고 행하였기 때문이라고 고백하였다(딤전 1:13). 그는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고 죽이는 일에도 동참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 그것을 알지 못하고 행하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바울 같은 사람을 도피성으로 피하도록 길을 열어주셨으니 그것이 바로 복음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같은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가 회개하고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의 죄과는 고의적인 것이 된다. 정죄받은 죄들은 로마서 1장 21절 말씀과 같이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으로 영화롭게도 아니하고 감사치도 아니하는” 것이다. 이들은 알면서도 하나님을 믿지 않고 감사하지 않는 자들이다. 이러한 자들은 정죄와 멸망을 당한다. 이들은 사탄의 고의적인 죄에 동참한 자들이므로 그들의 죄가 고의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복음에는 죄를 용서하는 은총이 있을 뿐 아니라 범한 죄를 의도성 없는 것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자녀가 아버지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하자. 그런 경우 나중에 아버지께 돌아와서 회개하며 잘못했다고 할 때 아버지는 그의 죄를 용서한다. 용서할 뿐 아니라 아버지에게 그 자녀의 죄는 당시 철이 없고 너무 어려서 잘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10년이고 20년이고 그가 회개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그 잘못을 고백하지 않는다면 그의 과거의 죄는 고의적인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약에서는 도피성이 어떤 죄인이라도 피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된다.

4. 아더 핑크나 아이언 사이드 같은 학자들은 여호수아에 나오는 도피성의 이름을 해설하여 그 뜻이 복음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들은 도피성이 그리스도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게데스는 성소 혹은 거룩을 의미하고, 세겜은 어깨, 헤브론은 교통, 베셀은 요새, 라못은 높은 곳, 고지(高地), 골란은 기쁨 또는 환희를 뜻하는데, 그리스도는 우리의 거룩 또는 성소이시며(요 2:19), 정사를 멘 어깨와 같으시고(사 9:6), 아버지와 사귐을 갖게 해주시는 분이며(고후 5:18-19), 신자들의 피할 요새시며(시 91:2), 높은 하늘에 앉게 해주시는 높은 곳이며(엡 2:6), 기쁨(롬 5:11)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가 우리의 참된 도피성이시라는 말이다.

5. 죄인이 살기 위해서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이는 그가 도피할 곳의 성읍 장로들에게 나아가 자신의 사고를 고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복음을 믿고 죄 사함과 칭의를 얻는 일에 있어서도 원칙이 있다. 그것은 곧 행위가 아닌 믿음의 법이다(롬 3:27). 어떤 사람이 죄를 용서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만일 그가 행위에 의지한다면 용서함을 받을 길이 없다. 여기서 의도 없이 사람을 죽인 자가 자신의 방법대로 살려 한다면 그 길을 발견할 수 없으며 도피성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6. 6절에 의하면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도피성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대제사장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킴에 틀림없다. 우리는 우리의 참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자유케 되었다. 또한 이 도피성은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장소이다. 7절의 ‘구별하였다(set apart)’라는 말은 원문에서 지명하였다는 뜻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지명하시고 세우신 유일한 속죄자이시다(계 13:8).

7. 도피성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업 내에 동편에 셋, 서편에 셋이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사람이라도 한 나절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도피성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복음의 편재성을 가리킨다. 오늘날 하나님은 누구든지 원하는 자는 믿을 수 있도록 복음이 편만하게 전파되도록 역사하셨다. 또 성경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읽혀지도록 하셨다. 우리가 성경을 주의 깊게 읽는다면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은 복음의 하나님이심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부분의 글을 읽으면서 위대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죄인을 사랑하시는 복음의 하나님이시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스도의 복음의 말씀은 오늘날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믿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까이, 즉 마음에 있고 입에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게 된다(롬 10:8-13).

그분은 그분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 기업을 분배받고 살아갈 때 혹 죄를 지어 멸망하게 될까 염려하셨다. 이곳저곳에 세워진 도피성을 볼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죄인을 관심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죄인들의 살 길을 마련해 주신 것이다. 우리는 출애굽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서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도피성에 관한 규례를 생각하면서 우리 하나님이 죄인을 배려하시고 사랑하시며 구원하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이러한 복음의 하나님을 찬양하자!

8. 살인하여 죽을 죄를 지었다 해도 도피성으로 피하면 안전하다. 이와 같이 오늘도 죽을 죄인이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 거하기만 하면 정죄를 받지 않는다(롬 8:1). 9절 말씀에 의하면 이스라엘 자손만이 아니라 그들 중에 우거하는 객이라도 도피성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차별 없이 보호를 받는다는 의미이다(수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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