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된 풍요 버리고 나라를 위해 자신을 내던진 지도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이스라엘 대선지자 이사야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히브리어로 ‘여호와의 구원’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스라엘의 대선지자 이사야는 유다의 웃시야, 요담, 아하스 및 히스기야 왕 시대까지 예루살렘에서 활동했던 하나님의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 아모스를 남유다 제9대 왕 아마샤의 친 형제로 보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왕족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사야는 고생스럽고 어려운 사역을 하지 않아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유력한 존재였다.

이사야의 아내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여선지자(사 8:3)라고 불렸다. 그녀가 남편 이사야처럼 소명을 받은 선지자였는지, 아니면 단지 유명한 선지자의 아내였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이사야의 아내도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장남의 이름은 스알야숩(‘남는 자는 돌아오리라’, 사 7:3)으로, 그 이름 속에 아버지 이사야가 선지자로서 받은 하나님 말씀(사 6:13)이 그대로 반영됐고, 앞으로 이스라엘에게 일어날 포로귀환에 대한 예언을 이름 속에 포함시켰다(사 10:20-22). 장남은 이사야가 아하스 왕과 만났을 때 겨우 걸어다닐 수 있었다.

그후 약 1년쯤 있다가 둘째 아들 마헬살랄하스바스(‘노략이 속함’, 사 8:3)가 출생했다. 차남의 이름 속에는 앗수르와 수리아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정복한다는 예언이 반영됐다. 두 아들들의 이름이 갖는 영적 의미와 범상치 않은 그들의 성장은 이사야를 하나님의 신실한 선지자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尺度)가 됐다. 이사야 선지자의 가족들에게 허락된 삶과 행동 모두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닥칠 징조와 더불어 중대한 예표가 됐다(사 8:18). 이사야 가족의 삶과 행보를 통해서 이스라엘 민족의 미래를 하나님은 회화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록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남유다의 히스기야 왕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앗수르 왕 에살핫돈이 즉위한 주전 680년까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사 37:38). 주후 2세기의 순교자 유스티누스(Justinns, AD 100-165)는 선지자 이사야가 톱으로 온 몸이 잘려 순교했다고 기록한다. 히브리서 11장 37절의 내용이 이사야 선지자의 죽음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이라 보는 학자들도 다수 있다. 이사야는 편안한 지상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강력한 회개를 외치다 자민족들에게 잡혀서 순교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탁월한 문필 활동은 역대하 26장 22절, 32장 32절, 8장 1절, 16절, 30장 8절, 34장 16절 등에 자세하게 나타난다. 그가 사용한 풍부하고 수준높은 용어들, 문체가 주는 강력한 힘과 고급 격식, 표면에 드러난 문학적 기교의 다양성은 그의 지적인 품위를 드러낸다. 이사야 선지자가 쓴 수준높은 문학적 소양으로 미뤄볼 때, 그는 평범한 서민은 아닌 듯싶다. 그의 작품에 추상적인 상징물의 이용이나 환상은 적게 나타나고, 고급스런 문필변설(辯舌)의 재능이 탁월하게 드러난다. 그의 입 속에 있는 예언은 인간적인 사변이나 철학 또는 명찰(明察)에 빠지지 않는다.

이사야 선지자는 유다 왕국이 빠진 국제적인 위기를 회화적인 큰 스케일로 예언한다. 앗수르 왕 산헤립의 예루살렘 포위와 기적적 패퇴(사 36, 37장)를 바라보면서 그의 입술에서는 포로 귀환의 복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병든 히스기야 왕에게 보낸 바벨론 왕 므로닥발라단의 사절(사 38, 39장)에 의해 이사야의 포로와 귀환의 복음이 그대로 뒷받침됐다.

여호와의 종 메시아의 수난과 영광, 메시아의 지배 하에 있는 전세계의 종말론적 역사관 및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탁월한 신학사상이 그의 글 속에 풍부하고 넓게 나타난다. 이스라엘의 선지자로서 갖춰야 할 품위있는 인격과 더불어 정치가적 재능 및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여 조국을 위해 진력한 민족주의적 공로 그리고 후세에 끼친 위대한 영적 감화는 실로 이스라엘을 제사장 나라인 이스라엘이 되게 한 하나님의 선지자 중에 선지자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도덕적인 부패를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어 선지자로서 종교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희생제물을 드리며, 예배를 외형적으로 장엄하게 시행하면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진 자가 가난한 자를 심하게 학대했고, 연약한 과부나 고아의 송사는 듣지도 않았으며, 부유한 자들은 사치스런 풍조에 감염되어 막무가내로 종행했다.

이스라엘 최고의 선지자 이사야는 부모가 물려준 육신적 풍요로움과 행복을 스스로 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순교자이다. 부모로부터 전수한 높은 사회적 위치와 유산을 자신을 위해 즐길 수는 없었다.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라보며 자신만 행복할 수는 없었다. 사악한 백성들에 의해서 온 몸이 톱으로 켜질 때까지, 그들에게 회개를 외치며 가슴으로 사랑을 말했다.

오늘도 세계를 이끌고 있는 정치, 종교지도자들에게서 자신을 웃기로 삼고, 나라와 민족과 백성을 사랑하는 큰 마음을 보고 싶다. 몸둥아리가 톱에 의해 켜질 때까지 희생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마음에 톱을 대고 백성을 위해 자신을 잘라내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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