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소망의 선지자 에스겔
이스라엘이 낳은 소망의 선지자로 세상에 잘 알려진 에스겔(Ezekiel)은 ‘하나님께서 강하게 하심’ 또는 ‘하나님의 능력’ 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식 이름을 소유한 영적 지도자다. 그는 고위급 제사장 출신인 부시의 아들로, 유대종교 명문가 집안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부터 최고급 신학교육을 받은 사독 가문의 후손이다(겔 1:3). 유다 왕 여호야긴(3개월 10일 동안 통치)과 더불어 바벨론에 사로잡혀 가기 전까지는 고위 제사장 겸 선지자로 활동하며, 예루살렘 도성 부근에서 가족과 함께 평안하게 살았다.
그는 결혼해서(겔 24:18) 독립된 가족을 두고 있었으며, 젊은 나이에도 자신의 거처지에 고급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겔 8:1). 여호야긴이 바벨론에 인질로 사로잡혀 간 이후 5년, 즉 주전 592년 그의 나이 30세 때부터 이스라엘의 선지자로 활동을 시작하여 약 22년 동안 성실하게 사역했다(겔 1:2). 바벨론 포로 후 27년이 에스겔 선지자가 마지막 활동한 년도로 추정되며(겔 29:17), 포로 후 제 5년이 그의 최초 사역년도로 보인다(겔 1:2). 에스겔이 사역한 때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있어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기였다. 바벨론 제국에게 국가를 빼앗긴 비참한 시대에 선지자로 사역했지만, 대체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자유롭게 전했다.
바벨론(갈대아)의 니푸르(Nippuur) 근처에 있는 그발 강가, 델아빕에 있는 유대인 포로들과 같이 살면서(겔 1:1,3, 3:15) 바벨론에 사로 잡혀간 포로들에게 전력을 다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대부분 백성들이 귀를 닫고 듣지 않았다. 그의 설교에 나타난 신학 사상이나 사용된 용어는 선지자 예레미야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스승 예레미야의 가르침을 마음 속 깊이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예루살렘 도성에 머물고 있을 때 하나님의 성전에서 외치던 예레미야 선지자의 설교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에스겔은 같은 시대에 활동한 다른 선지자들과 비교해 매우 특이한 방법으로 복음 사역을 감당했다. 선지자 에스겔이 취한 특별한 상징적 행동은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 기이해서 후대 심리학자들이나 기독교 비평가들은 그에게 심각한 정신병력이 있음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좌편으로 누워서 390일, 우편으로 누워서 40일을 꼼짝 없이 보냈고(겔 4:4-8), 머리털과 수염을 모두 깎았으며(겔 5:1-4),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말하곤 했고(겔 6:11), 갑자기 집안의 모든 행구들을 챙겨 이사(겔 12:2-7)하는 등 사람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행동을 다수 했었다.
에스겔 선지자에게 특별한 정신병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선지자로 자신의 유익과 사회적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하나님의 뜻과 명령에 따라 철저히 순종했던 것이다. 아내의 죽음마저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메시지로 활용(겔 24장)한 것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에스겔이 얼마나 신실했는가를 말해준다.
에스겔은 또한 다른 선지자들보다 하나님 주신 환상을 많이 본 꿈과 소망의 사역자로 유명하다. 그룹의 환상(겔 1:4-28), 하나님의 영광과 가증스런 성전의 환상(겔 8-11장), 불에 탄 포도나무 환상(겔 15장), 마른 뼈 환상(겔 37장), 성전과 거룩한 강의 환상(겔 40-47장) 등을 본 것으로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사역을 주도한 이스라엘의 특별한 지도자로 드러난다.
에스겔 선지자는 바벨론 포로로 잡혀 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서 신앙을 지도하고 위안과 더불어 소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전반기 사역기간(주전 592-586년)에는 회개에 합당한 상징적 행동을 자주 했지만, 후반기(주전 586년-570년)에 접어들면서 소망과 격려의 메시지로 바뀌게 됐다.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바벨론에게 멸망한 이스라엘 민족들이 곧 회복하여 큰 행복을 누릴 것과 메시아의 등장에 대해서도 예언했다.
에스겔 선지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성경 기록상 분명치 않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우상숭배를 비난하다가 유다의 한 왕족에게 피살됐다고 전한다.
윤리적으로 타락하여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백성들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주신 큰 마음으로 사랑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에스겔의 순전한 리더십은 현대를 살고 있는 뭇 사람들에게 도전을 준다. 사회적으로 최고위층 엘리트였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맨몸으로 순종했던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절망에 빠진 백성들을 직접 찾아가 미래의 가능성과 소망을 말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에스겔의 낮아짐과 헌신은 현대 사회의 교회와 국가의 지도자 상을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