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유럽교회를 돌아보았습니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왜 유럽의 기독교가 몰락했는가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안녕하십니까? 서경석 목사입니다. 저는 지난 6월 13일부터 18일까지 유럽의 체코와 독일, 그리고 프랑스를 돌아보았습니다. 세 나라를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한 마디로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체코의 프라하는 이번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유럽을 가면 한 번은 꼭 가보아야 할 도시입니다. 그런데 체코의 기독교인은 3%에 불과합니다. 가톨릭교인이 35%라고는 하나 실제로 출석하는 교인은 1.5%에 불과합니다. 개신교도 교회가 3백개밖에 되지 않고 교인수는 1%를 조금 넘을 뿐입니다.

프라하는 얀 후쓰(John Huss 1369-1415)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도시입니다. 당시 보헤미아의 국민들은 똘똘 뭉쳐 얀 후쓰를 지지했습니다. 그가 1415년 콘스탄스종교회의에서 화형당한 후에도 보헤미아 국민들을 똘똘 뭉쳐 가톨릭에 저항했습니다. 이렇게 14세기에는 온 국민이 기독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3%밖에 되지 않습니다.

왜 기독교가 몰락했는가? 저는 첫째 이유를 가톨릭교회의 실패에서 찾고 싶습니다. 얀 후쓰 이후 보헤미아에서 개신교는 완전히 궤멸 당했고 그 후 가톨릭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은 억압자의 종교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가톨릭의 하나님을 살아계신 하나님으로 믿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진짜 교인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원인은 체코가 오랫동안 공산주의 체제 하에 있은 때문일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교회는 크게 부흥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공산주의가 무너진 후에 왜 개신교가 부흥하지 못했을까? 셋째 이유는 개신교 목사들이 정부로부터 봉급을 받는, 준공무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체코에서는 얀 후쓰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도 개신교가 부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봉급을 받는 공무원 목사들에게 전도의 열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체코교회를 보면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체코에서 복음이 잘 전파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교회 안에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눔과 기쁨>과 같이 예수님처럼 살기 위해 분투하는 삶을 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복음이 전파될 수 있습니다. 체코 국민소득은 2만불로 한국과 비슷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면 반드시 복음이 전파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체코에서 선교에 대한 열정이 있는 목사님 10-20명을 한국에 초청하여, <나눔과 기쁨>의 작은교회 목사들이 예수님처럼 살고자 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영성 프로그램에 흠뻑 젖게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생각에 박순오 목사님도 적극 찬성하셨고 체코의 한국인 선교사도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유럽 복음화 문제를 절대로 외면할 수 없습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유럽이 반드시 우리의 선교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나서기 보다는 체코 기독교인들이 스스로 선교적 열정을 되살리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나눔과 기쁨> 투어팀은 체코를 떠나 헤른후트(Herrnhut)를 방문했습니다. 헤른후트는 모라비안교도들이 진젠도르프 백작의 영지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경건주의 운동이 세계로 퍼져나간 곳입니다. 지금도 헤른후트의 교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신앙심이 깊은 교인들이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독일교회에는 체코와 마찬가지로 교인들이 없습니다. 지역적으로 남쪽은 개신교가, 북쪽은 가톨릭이 강합니다. 그리고 개신교의 80%는 루터교회입니다. 그렇지만 루터교인 중에서 교회에 매주일 출석하는 신도는 1.5%에 불과합니다. 이 점은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97%의 독일인들은 예배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종교세를 내어 그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디아코니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세로 목사들이 봉급을 받습니다. 말하자면 루터교회 목사님들은 준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두 달 동안 교회문을 닫고 프랑스 남부해안으로 바캉스를 떠납니다. 그러니 루터교회가 잘 될 리가 없습니다. 반면에 브래드런 처치, 침례교, 오순절교회, 모라비안 교회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의 목사들은 교인이 내는 헌금에서 봉급을 받습니다. 그래서 누가 목사의 봉급을 주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독일교회는 그다지 위기의식이 심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일교회는 신학적 토대도 튼튼하고 자존심도 강합니다. 그래서 독일의 한국인 목사들은 독일교회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눔과 기쁨>이 독일교회의 앞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행을 마틴루터가 95개 조항을 내걸었던 비텐부르크 성당으로 안내했던 베를린의 한인 목사님과 대화하면서 독일교회의 복지 프로그램이 제 아무리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 예수님의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주고 그분들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깨닫고 주님을 영접하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하고 말했습니다. 그 목사님도 제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나눔과 기쁨>은 독일교회와 진지한 사귐을 가져야 합니다. 루터교회와도 사귀고 오순절교회와도 사귀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파리장로교회의 이극범 목사님으로부터 프랑스 교회에 대해 들었습니다. 프랑스 개신교가 제일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프랑스는 가톨릭의 나라입니다. 프랑스 아비뇽에 교황청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때 프랑스의 개신교 인구가 46%가 된 적도 있었지만 이들 프랑스개혁교회(위그노)는 1572년의 대학살 등 가톨릭의 혹독한 탄압을 받으면서 거의 사라졌다가 18세기 말에 가서야 종교의 자유를 회복하였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역시 신구교를 합해 출석교인 숫자가 3%를 넘지 않습니다. 개신교는 훨씬 더 약합니다. 프랑스에서 개신교 목사는 독일처럼 종교세에서 봉급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목사 지망생이 적고 교회 재산은 많아 교회 재산을 팔아 봉급을 받고 있어 봉급 걱정이 없습니다. 결국 종교세에서 봉급을 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왜 프랑스의 상황이 좋지 않은가? 대다수의 신학자들은 유럽의 영적인 문제점들이 지성주의, 자유주의 신학, 그리고 종교적 다원주의에서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때문에 인본주의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위그노 대학살 같은 신구교간의 오랜 전쟁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러다 보니 영적인 갈급함을 느끼면 차라리 떼제공동체는 찾아도 교회는 찾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에 지금 유럽에서는 이슬람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기독교인 인구가 2%인 반면에 이슬람은 16%라고 합니다. 어찌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을 것입니까?

우리가 당장 유럽교회의 쇠퇴를 막을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더라도 쇠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유럽교회에 우리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로 2013년 WCC 총회를 맞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더 열심히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더 열심히 예수님처럼 살고자 분투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삶과 행동을 보고 “아!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구나”하고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유럽 여행은 우리로 하여금 더 열심히 예수님처럼 살도록 결심하게 해 줍니다.

앞으로 매년 6월이면 팀을 짜서 유럽 여행을 가도록 하십시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관광보다는 유럽교회들이 예수님처럼 살고자 분투하는 삶의 현장이 어디 있는지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교회와의 교류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의 교회는 보지 않고 옛날의 역사 흔적만 보는 것은 허전하기 그지 없습니다.

동역자 여러분, 내년에도 유럽으로 떠납시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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