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 하에서 지도자로 인정받고 성전을 건축한 사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제2차 성전을 건축한 지도자 스룹바벨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통일 이스라엘의 제3대 왕 솔로몬의 1차 성전건축에 이어, 2차로 하나님의 새로운 성전을 이 땅에 건축한 지도자 스룹바벨(Zerubbabel)은 ‘바벨론에서 낳은 아들’ 또는 ‘바벨론에 대한 슬픔’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스라엘 민족의 탁월한 정치인이다. 그는 유다 19대 왕 여호야긴의 손자이며, 브다야의 친아들로서 바벨론에게 이스라엘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유다의 왕위를 자연스럽게 계승할 인물이었다(대상 3:19).

성경을 살펴보면 그는 늘 브다야가 아닌 ‘스알디엘의 아들’로 불리우고 있다(스 3:2,8, 느 12:1, 학 1:1,12,14,2:2,23, 마 1:12,13, 눅 3:27). 브다야의 친형 스알디엘이 슬하에 아이를 두지 못하고 죽자, 조카 스룹바벨이 대를 이어 양자가 되므로 스알디엘의 아들이라고 불렸을 것으로 신학자들은 추정한다(출 2:10). 또는 브다야가 형 스알디엘의 과부(브다야의 형수)와 결혼(형사취수 제도)하여 최초로 낳은 아들 스룹바벨이 스알디엘의 아들(양자)로 간주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전 538년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가 칙령으로 유대인의 본국 귀환을 허락한다는 현명한 정책을 취했을 때, 유다 목백(牧伯) 세스바살을 현지 이스라엘의 총독에 임명했다. 세스바살은 바벨론 사람이 임명한 이스라엘의 총독 스룹바벨에게 지어준 다른 이름인데, 고레스가 파송한 이스라엘 사람의 대표로 행동할 때 공식적으로 썼을 것이다(스 1:8,11 5:14). 이스라엘 총독은 원칙적으로 페르시아 사람들이 맡아야 했다. 그러나 워낙 신실한 정치 지도자로 인정받은 스룹바벨이 페르시아 사람을 대신해 이스라엘 총독으로 가면서 페르시아식 이름을 황제로부터 받게 됐던 것이다.

페르시아의 포로로 있던 이스라엘 사람 중에서 제1차로 49,897명을 이끌고 총독 스룹바벨, 대제사장 예수아 및 그 밖의 두령들에게 인솔되어(스 2:1-64, 느 7:5-7) 주전 538년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종교 지도자 예수아와 정치 지도자 스룹바벨이 주 안에서 한 마음이 돼 활동하면서, 예배를 위한 제단을 쌓고 여호와에 대한 경배를 부흥시켰다(스 3:1-9). 7월 1일 나팔절, 7월 10일 속죄절, 7월 15일 초막절을 성경대로 지키기 위해 백성들이 한 장소에 모였다. 제2차 성전을 짓기 전에 먼저 고대 족장들이 만들었던 제단을 쌓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여호와 하나님과 교통했다.

예루살렘에 도착한지 2년인 주전 536년 시브월, 즉 태양력 5월에 페르시아 총독 세스바살이라는 공식 이름으로 하나님 성전의 지대(地坮, 기초)를 놓았다(스 1:2 3:6, 10-13, 5:16). 이로써 예레미야 29장 10절과 이사야 44장 28절 및 45장 1절에 나타난 선지자들의 예언이 모두 성취됐다.

사마리아의 대적들은 시기하여 스룹바벨의 성전건축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바사 왕에게 호소했다. 기초를 놓은 후 성전 건축공사는 다리오 왕 제2년까지 약 16년 동안 중지됐다(스 4장). 당시 종교 지도자요 선지자인 학개, 스가랴의 책망으로 총독 스룹바벨과 제사장 예수아가 성전건축 공사를 다시 재개했다. 수리아 총독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제2차 성전건축에 대해 페르시아 다리오 왕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다리오 왕은 악메다궁에서 고레스 왕의 칙령을 확인하고 닷드내에게 그 적법성을 선언했다. 다리오 왕은 만방에 조서를 내려 공식적인 제2차 성전 재건을 허락했고, 세금 면제와 더불어 건축경비의 원조를 내각에 명령했다(스 6:6-12).

신실한 이스라엘 선지자들의 변함없는 격려와 보호에 힘입어 제2차 스룹바벨 성전 재건은 드디어 주전 515년 초에 완성됐다(스 6:14,15, 학 1:1-2:23, 슥 1:1-14). 제2차 성전 건축 때 스룹바벨의 중요한 역할과 건축에 대한 열심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스룹바벨의 성전’이라 불렀다. 스룹바벨 성전은 솔로몬 성전이 파괴된 이후 70년만에 이방 왕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기적적으로 세워졌다. 성전 파괴로 구심점이 없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스룹바벨 성전을 통해 만사의 구심점을 갖게 됐다. 단순한 제2의 이스라엘 성전 건축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영적 비전을 다시 심어주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

스룹바벨 총독은 대적자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말씀 중심의 사역에 집념을 보였다. 사악한 대적자들을 정면으로 과감히 상대해 무찌르고 하나님의 성전을 재건하는데 모든 열정을 다했다. 하나님 말씀을 다루는 선지자들의 설교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고 순종하는 영적 성숙함도 보였다. 순종과 겸손이 생활화된 탁월한 정치 지도자 스룹바벨의 영적인 순수성이 제2의 성전을 건축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됐다.

오늘날 국가와 민족과 교회와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스룹바벨의 역동적인 리더십을 성실하게 익혀서 참되게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주어진 사역에 열정과 책임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신실한 공복의 자세를 지녔으면 좋겠다. 우주적인 하나님의 말씀에 겸손히 귀를 기울여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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