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서서평 선교사를 <나눔과 기쁨> 롤 모델로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저는 지난 6월 26일 교회 설교를 부목사에게 맡기고 광주 <나눔과 기쁨> 최명수 본부장과 함께 오후 3시에 광주 호남신학교 뒷산 선교사 묘지에서 있은 서서평 선교사 77주기 추모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그분을 소개합니다. 본명은 엘리자베스 쉐핑(Elisabeth J. Shepping, 1880~1934), 독일계 미국인입니다. 한국 이름은 서서평(徐徐平), 급하고 모난 성격을 바꾼다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32살 처녀의 몸으로 미국 남장로교회 간호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54살에 별세하셨습니다.

서서평 선교사는 한국 어린이 14명을 양자로 키웠고 고아들의 어머니, 간호사 사역의 주춧돌, 전도사로서 교육자로서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예수님처럼 살다 가셨습니다.
1922년 조선 최초의 여자 신학교 ‘이일학교’를 세웠는데 이 학교는 오늘날 한일장신대로 발전했습니다. 1922년 ‘부인조력회’를 시작했는데 이는 오늘날 여전도회의 근간이 됐습니다. 1926년에 설립한 조선간호부회는 오늘날의 대한간호협회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또 그는 ‘한센환자의 어머니’로 불렸습니다. 그녀 스스로 한센병 환자 어린이를 자녀로 입양했고 싱글로 와 있던 선교사들에게 한센병 어린이들을 입양하도록 주선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보호하던 한센병 환자의 아들을 입양해서 요셉이라고 이름지었고, 이를 따라 도마리아 선교사 역시 한센환자의 사내 아이를 입양하여 이삭이라고 이름지었으며, 수피아 교장이던 유화례 역시 한센 환우의 어린 딸을 양녀로 입양해 진주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는 최흥종 목사, 월슨 선교사 등과 함께 한센병 환자 시설 건축 모금을 했고 여수에 애양원을 세웠습니다. 저잣거리를 헤매는 여자 나병환자나 거지들을 만나면 집에 데려 와서 목욕시키고 밥을 먹이고 자기 옷을 나누어 입혔기 때문에 선교사님은 평생 두 벌 옷을 갖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서서평 선교사의 영향으로 나환자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최흥종 목사도 나오고, 오늘 한국교회가 추앙하는 손양원 목사도 나왔습니다.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여성들이 쌀을 모으도록 하여 시작된 성미제도는 조선예수교장로회의 공식사업이 되었습니다. 또 인신매매 반대, 축첩금지, 공창제도 폐지 운동의 선봉에 서서 윤락여성 선도 사업을 주도하였고 만주의 홍등가에 팔려 갈 19세 처녀를 돈을 주고 구해 오기도 하고 많은 창녀들의 빚을 갚아 주고 새 삶을 찾게 하고 이일학교에서 공부하게 하였습니다.

“최씨 아저씨, 아직 안 죽었소?” 추운 겨울밤, 양림천 다리 아래 거적때기를 덮고 잠을 청하던 최씨를 누군가 툭툭 쳐 깨웠습니다. 그를 깨운 이는 “이거 덮고 주무시오”하더니, 머리에 이고 온 이불과 요를 나눠 주고 어둠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그는 한밤중에도 자신이 덮고 쓰던 이불과 요를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누렇게 바랜 옥양목 저고리에 검은 통치마를 입고, 맞는 신발이 없어 남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던 서서평 선교사는 1년에 신었던 신발은 한 켤레로 족했으며 옷도 나눠 주어서 평생 자신의 옷은 단 두 벌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에게는 식모 뿐 아니라 유모를 고용비나 자녀교육비, 심지어는 애완견의 사육비까지 지급되어 선교사의 하루 식대가 3원인데 반해 서서평의 하루 식대는 언제나 10전이었습니다. 다른 선교사 생활비의 30분의 1로 하루하루 자신의 목숨만 버텨온 셈입니다. 당시 동아일보는 “자기 생활비를 전부 학교 유지비에 바쳐 생활이 극도로 곤란하여 무너진 집을 고칠 여유조차 없었다”고 썼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서서평 선교사는 스프르라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 열대성 장기관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무리하지 않기를 권했지만 서 선교사는 “건강이 회복된 다음에 하자면 언제 하나님 사업을 하겠는가?”며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서서평 선교사는 자신에게 부쳐온 선교헌금을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해 몽땅 써 버린 후 정작 본인은 1934년 6월 말에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광주 시민들과 일본인들은 광주 최초의 10일간의 시민사회장으로 그녀를 떠나보냈습니다. 장례가 10일장이었던 이유는 장기마저 세브란스에 기증했던 탓입니다. 그녀가 죽을 때 남기고 간 전 재산은 담요 반장, 쌀 두 홉과 현금 27전이 전부였습니다. 반쪽짜리 담요는 반을 찢어 가난한 이들에게 구제하느라 주고 나머지 반쪽으로 가냘픈 육신을 가렸기 때문입니다.

서서평 선교사가 마지막 가는 길에 양딸 13명과 이일학교 학생들, 그리고 그가 돌봐 준 가난한 자와 한센병자들이 따랐습니다. 지역의 불신자들이 장례식을 주동하였고 소복을 입은 이일학교 제자들이 운구를 맡았고 그 뒤로 13명의 양딸과 수백 명의 거지와 한센 환자들이 뒤따랐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목놓아 부르며 우는 그들의 통곡소리에 양림천이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동아일보는 “자선과 교육사업에 일생을 바친 빈민의 어머니 서서평 양 서거”라는 제목과 “재생한 예수”를 부제로 그녀의 죽음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녀의 삶은 광주사람들은 물론 일본인마저 성녀로 부를 정도로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서서평 선교사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서서평 선교사의 전에 포사이드, 윌슨과 같은 선교사가 계셨지만, 서서평 선교사 이후에는 최흥종, 손양원, 유화례, 도마리아 같은 분이 뒤를 따랐습니다.

저는 평소에 어떻게 광주의 기독교인이 전체 주민의 40%까지 되는가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의문이 풀렸습니다. 서서평 선교사, 최흥종 목사, 손양원 목사, 문준경 전도사 같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이 광주전남 지역의 모든 시민들로부터 넘치는 존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서서평 선교사의 77주기 추모예배를 볼 때 묘지에는 “예수 닮은 선교사님, 존경하고 그립습니다”라는 작은 화환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서서평 선교사 같은 분이 계셨던 광주전남지역은 복 받은 지역입니다. 이 추모예배에 참석하고 나서 <나눔과 기쁨>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서평, 최홍종, 손양원, 문준경과 같은 신앙의 선배들의 뒤를 따라 우리도 예수님처럼 살려고 분투하는 것입니다. 서서평 선교사와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와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아, 하나님이 살아 계시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우리 민족 전체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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