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직 매매’ 기자회견의 숨겨진 진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칼럼] 담임목사직 매매의 실상(2)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한국교회에 들풀처럼 번지고 있는 담임목사직 매매 행위에 책임을 통감하며 목사직을 반납합니다. 그러나 정체성은 목사이므로 여전히 목사로서 살아가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기자회견을 한 성결교단의 김모 목사, 그는 인천 M교회 정모 목사(58세)에 대하여 자신이 부교역자로 사역하였기에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M교회가 이웃 S교회와 통합하면서 정 목사가 S교회로부터 4억 원을 퇴직금으로 받으므로 결국 교회와 담임목사직을 돈을 받고 매매한 결과라는 비난이다.

비난의 대상이 된 M교회 정 목사는 선친께서 “목사도 돈이 있어야 고생하지 않는다”고 상당한 유산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그 돈은 24년 동안 교회개척을 하면서 예배당 대지 구입비로 전액 사용됐고, 최근까지 예배당 건축 융자금과 이자를 상환해 왔다고 한다. 이와 같이 사역하면서 6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아야 했고, 지금은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는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건강 악화로 더 이상 사역은 무리라 판단해 은퇴를 결심했으나 막상 모아 둔 돈도 집도 갈 곳도 없는 형편이었다.

58세까지 오로지 목양 일념으로 재산과 젊음을 다 바치고 건강까지 악화된 지금, “은퇴하는 목사는 재물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도 먹이고 입히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며 청렴의 본을 보이라”는 교회개혁실천연대 성명서처럼 빈손으로 나온다면 당장 어디로 가야 하나? 월세방을 전전하며 빈곤층 영세민 또는 노숙자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과연 평생을 목양 사역을 하다 병든 몸으로 은퇴하며 그렇게 되는 것이 청렴의 본을 보이는 것일까? 이는 병든 목사는 빨리 죽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은퇴 목사로 주목받으며 75세까지 산다면, 남은 17년 동안 주택과 질병치료비, 생활비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 목사는 불편한 몸이지만 그 돈으로 남은 여생 노인 복지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구체적 전후 사정이나 이해도 없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오로지 4억이란 돈(지금 인천지역 31평 아파트 값이 3억이라 조회된다)을 욕심내어 착복한 듯 부패했다느니 목사직을 팔아먹는 추악한 성직매매라느니 중세 가톨릭보다 더 부패한 기독교라느니 폭로하고 망신을 주고 교회를 욕 먹여야 하는가.

2007년 은퇴하신 모 교단 Y목사님은 1960년 4,19 당시 K대 법대를 재학한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4.19 의거 국가포상’까지 받은 분이다. 어느 기회에 사도 바울처럼 회심한 후 법관과 미국 초청 유학 등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여전도사와 결혼해 농촌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7년을 사역하면서 성전을 건축하고 1971년 서울로 상경, 40일 금식기도를 하며 방 한 칸을 얻어 날마다 전도지를 들고 축호 전도하던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은퇴 할 때까지 개척한 교회에서 37년간 청춘을 다 바쳐 사역하였다.

2007년 만 70세가 돼, 은퇴할 때 평생을 바쳐 사역했기에 특히 사모님이 쉽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포기하지 못하고 넉넉지 않은 교회에 퇴직금을 요구하고 후임 목사와 갈등을 겪고 피차 대면하기 거북한 지경까지 이르렀었다. 이때 후임목사가 상당한 퇴직금을 부담했고 이를 장로님, 집사님, 성도들이 모두 이해하고 수용했다. 이 경우도 위와 같은 시각으로 평가한다면 파렴치한 담임목사직 매매행위라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퇴임 목사나 후임 목사, 그리고 교회 장로, 집사, 성도들 모두 추악한 성직매매의 당사자나 공범으로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과연 그분들이 모두 타락하고 부패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일까.

70평생 헌신하며 사역한 것들은 간과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발생한 아픔을 비난하며 들춰내 방송·신문·인터넷 등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 망신을 준다면 과연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일탈행위는 교회를 개혁한다는 그럴듯한 구실로 미화될지 모르지만 결국 기독교에 대한 혐오감과 비난을 증폭시켜 전도의 문을 닫는 결과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교회 개혁이 아닌 교회 몰락을 부채질하는 부정적 결과가 될 것이다.

둘째로 김모 목사는 소속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면서 “담임목사직 매매 행위가 근절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목사직이 싸구려이거나 구차하고 의미 없어서가 아닌 저에게는 가장 귀중한 것입니다. 버려도 괜찮은 쓰레기가 아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을 바쳐서라도 담임목사직이 돈에 의해 결정되는 일련의 한국교회 부패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입니다. 담임목사직 승계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부끄럽거나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일반화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목사직을 반납하여 목사직이 없어진다 할지라도 저의 정체성은 여전히 목사입니다. 목사같이, 목사로서 살아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이 주장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자. 그가 목사직을 반납했다면 그때부터 그는 스스로 목사로 행세하거나 목사로 불려져서도 안 된다. 국가로부터 검사로 임직된 자가 검사직을 반납했다면 이미 검사행세를 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고,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이 미국인의 자격이나 특권이 없어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한국교회는 부패했고 타락한 목사들 중에 깨끗하고 용기있는 목사로 인정받고 싶은 듯한 속셈을 포장한 객기나 오만에 지나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만일 스스로 반납한 목사직에 대한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는 ‘개혁이란 미명으로 하나님과 국민과 자기 자신을 기만한 파렴치범’이라 여겨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민단체나 돌출행위는 중세 종교개혁을 외쳤던 신선한 개혁자들을 상상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저들이 개혁의 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아름다운기하성총회(http://cafe.daum.net/bch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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