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를 위함이 아니냐”에 “죽으면 죽으리이다” 답한 여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령 에스더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히브리 말로 ‘하닷사’로 불려진 에스더는 미모가 매우 아름다운 이스라엘의 처녀였다. 베냐민 지파의 사람 아비하일의 딸로 알려진 그녀는 조실부모한 천혜의 고아여서, 사촌오빠 모르드개가 딸처럼 양육했다. 주전 6세기 무렵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고냐와 백성들이 사로잡혀 갈 때, 에스더와 모르드개도 그 속에 포함되었다(에 2:5-7).

페르시아의 왕 아하수에로는 그의 치세 3년에 나라의 부함과 왕위의 혁혁함을 만방에 알리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대 향연을 베풀었다. 향연 제7일 왕은 어전 내시에게 명하여 수차례 왕비 와스디를 자신의 향연 장에 불렀다. 품위있는 왕비의 아름다움을 만백성과 초청된 방백들에게 보이며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간에 옆 뜰에서 잔치를 베풀고 있던 와스디는 왕명을 거역하고 향연 장에 나오지 않았다. 술에 취해 있던 터라 더욱 분노한 페르시아 아하수에로 왕은 황실의 법률과 규례에 능통한 일곱 방백 중 하나인 므무간의 의견에 따라 왕후 와스디를 즉시 폐하고, 새 왕비를 간택하도록 지시했다(에 1:21,2:2-4).

왕의 치세 7년 10월에 왕비 와스디를 대신하여 가난한 히브리 여인 에스더가 대페르시아 제국의 새로운 왕비로 피택됐다(에 2:16, 17). 그녀는 국가적으로 복잡다난한 때에 왕비가 되므로, 식민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페르시아 제국의 내외적 혼란이 식민지 백성 에스더를 평화롭게 왕비로 세우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

에스더가 왕비된 지 5년 후(에 2:16, 3:7) 아각 사람 총리 하만은 자기 앞에 꿇지도 아니하고 절도 하지 아니하는 모르드개를 비롯하여 페르시아 왕국에 살고 있던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려고 계획했다.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은 1만 달란트, 즉 당시 페르시아 국고의 약 2/3에 해당하는 막대한 뇌물을 왕에게 바쳤다. 유대인들이 나름대로 선민의식을 가지고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않으며, 자기네의 율법과 풍속만을 고수한다고 왕에게 참소했다. 하만의 말을 들은 페르시아 왕이 제국 내에 있는 유대인들을 모두 한날에 학살하도록 승낙하므로, 왕의 도장이 찍힌 조서가 각 도에 발송했다(에 3장).

모르드개는 그런 위급한 사실을 왕비 에스더에게 말하며 유대 민족을 하만의 마수에서 지킬 것을 부탁했다. 당시 황실의 법규에 따르면, 왕이 부르지 아니한 자는 누구도 왕 앞에 나아갈 수 없고, 만약 그같은 출입 법을 어기는 자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고 에스더는 난색을 표했다. 그때는 왕이 왕비인 에스더를 찾지 않은 지가 한 달이나 넘은 시점이었다.

모르드개는 그런 에스더에게 ‘네가 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다른 사람을 통해 이스라엘 선민들을 구원하시겠지만, 에스더는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고 예언했다. 신앙의 사람 에스더가 목숨을 걸고 페르시아 왕 앞에 서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마침내 그녀는 삼촌 모르드개의 설득으로 이스라엘 동족 모두와 함께 3일 동안 금식으로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에스더는 유다 백성 때문에 “죽으면 죽으리이다”라고 각오하고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가 만나기를 청했다. 죽기를 무릅쓰고 왕에게 나아갔을 때, 아하수에로는 그녀를 기쁘게 맞아주므로 생명이 보존됐다.

에스더는 비상한 신중성과 기지로 하만 총리의 음모에 대해서 왕의 주의를 끄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녀가 마련한 3일간의 연회 석상에서 기분이 매우 상쾌해진 아하수에로 왕은 그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고 호언했다. 자신의 생명과 동족 생명의 위급함을 왕에게 알리고, 함께 참석하고 있던 하만이 사악한 주모자라고 눈물로 읍소하며 지적했다.

사태는 급변하여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준비했던 높이 50규빗의 십자가형 나무에 하만 자신이 달려 죽게 됐다. 왕의 반지로 인쳐서 전달된 조서는 누구든지 취소할 수 없었으므로, 아하수에로 왕은 새로운 조서를 각 도에 내려 유대인 스스로가 생명과 재산을 지키도록 했다. 유대인의 학살 예정일인 12월 13일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승리의 날이 됐고, 모르드개는 페르시아의 총리가 되어 백성들에게 존귀함을 얻게 됐다(에 5:1-8:17).

하나님께서 연약한 한 여자와 믿음의 사람 모르드개를 도구로 삼아 이방의 사지(死地)에서도 자신의 백성들을 보호하셨다. 유대인들은 그 날을 ‘부림절’로 명명하고 지금까지 기리며 지키고 있다.

하나님은 오늘도 무명의 사람들에게 높은 직위를 부여하거나, 어떤 공동체의 중요한 사역 자로 봉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유능하기 때문이 아니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주신 생명을 모두 바쳐 성실하게 일하라는 사령장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능한 히브리 여인 에스더가 하나님의 사령장을 받고 페르시아 제국의 왕비가 된 것은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는 부림절 명령 때문이었다.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에 하나님이 왜 그곳에 자신을 보냈는가를 생각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필요하다. 자신의 높은 직위나 위치를 이용해서 권력을 사회 속에 남용하거나, 악을 저지르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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