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7번 순회하며 100여 교회 세운 장재효 목사

애틀랜타=권나라 기자  nrkwon@chdaily.com   |  

“목회 54년 돌아보니… 불초한 종 쓰신 하나님 은혜 뿐”

목회 인생 반 세기를 넘겨서도 아직 전 세계를 돌며 제자를 세우는 장재효 목사(서울 성은교회 담임). 벌써 팔순을 바라보지만, 열정만큼은 청년 목회자가 부럽지 않다. 국내외에 100여 교회를 개척하고, 17번 세계 순회를 했다는 소개부터 예사롭지 않다.

▲최근 워싱턴에 방문한 장재효 목사. 그는 복음 전파를 위해 지금껏 17번 세계 순회를 했다.

▲최근 워싱턴에 방문한 장재효 목사. 그는 복음 전파를 위해 지금껏 17번 세계 순회를 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 3:12)” 했던 사도 바울처럼, 아직도 1년에 3~4번은 미국에 방문해 목회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제자 양육에 힘쓰고 있는 그가 최근 워싱턴에 발걸음했다.

이미 원로가 되었어야 할 나이지만, 아직 장 목사는 서울 성은교회 담임이다. 여기에도 사연이 숨겨져 있다. 7년 전, 7번째 직접 개척한 교회인 서울 성은교회를 담임한 지 35년 해가 되던 무렵, 장 목사는 교회에 사임서를 제출한 뒤 젊고 열정적인 후임 목회자를 세울 작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전 교인들이 결사 반대하며, 그를 붙들었다. 주일 대예배가 끝난 뒤 전 교인들이 장 목사가 나가지 못하도록 교회 통로를 막은 채 무릎을 꿇고 3시간 동안 통성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인들은 지역 교계 신문에 전면 호소문까지 내며 그의 사임을 막았다. “성은 목장의 참 목자 장재효 목사님께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에는 “모세와 여호수아는 80세부터 일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양들은 목사님이 전해 주시는 진리 정통한 말씀을 원합니다. 서서 말씀 전하기 힘드시면 앉으셔서 하시고 앉으셔서도 힘들면 누워서라도 진리 정통한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양들의 소원입니다”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있었다. 눈물 나는 호소문을 읽고 장 목사도 “내가 졌다”며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복음의 진국을 맛볼 수 있다는 교인들의 끈질긴 호소로, 아직도 성은교회를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웃는 장 목사에게 지난 반 세기 목회의 ‘진국’을 들어봤다.

-목회를 시작하신 지 벌써 54년이 되셨다. 그 동안 많은 교회를 개척하시고 세계 순회를 하셨는데, 목사님께서 어떻게 목회의 부르심을 받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를 당한 것은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정치를 제대로 한다면 일본을 왼편 날개로, 중국을 오른편 날개로 날아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해 고대 법대에 들어갔다. 오욕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던 젊은 날이었다.

그러던 중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이 불같이 임했다. 아주 신비스러운 체험을 했다. 세상 정치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쓰시겠다는 영감을 받고 선교를 시작했다. 그 당시가 60년 전, 해방 직후이니까 선교라는 말이 흔하지 않을 때다.

이후에 신학을 하면서 전도사 시절부터 개척목회를 했는데, 세우는 교회마다 부흥이 잘 됐다. 죽을 사람 살리고, 온갖 기사가 나타나니 고침을 받은 사람들이 고구마 밭도 내놓고 집도 내놓으면서 개척하면 2~3년 만에 교회 예배당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직접 개척한 것은 7번인데, 7번째 교회인 성은교회만 42년째 담임하고 있는 것이다.”

-목회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하나님께서 부족한 종을 통해 이적 기사를 많이 나타내신 것이다. 시각장애인과 한센병자가 낫고, 다리에 장애가 있던 이가 일어나고 간질병도, 위암도 낫는 기사들이 일어났다. 그것이 부흥을 위한 기폭제로 사용됐다.”

-가장 인상깊은 기적이 있으시다면.

“캘리포니아 한 미국 교회 집회를 갔을 때의 일이다. 집회가 끝나고 줄을 서서 사람들이 기도를 받는 데, 20살 쯤 된 자매가 기도를 받으러 나와 머리를 잡고 기도를 해주는데, ‘주님을 찬양하라(Praise the Lord)’라고 큰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주위에 몰려들어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살 때 병으로 눈이 보이지 않고 말을 못하게 되었는데 기도를 받는 순간 불같이 뜨거운 것이 혀에 느껴지고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나온 소리가 ‘하나님을 찬양하라(Praise the Lord)’였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울며, 아버지는 예배당 뒤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기도를 하는데, 딸이 걸어서 아버지에게 가서 포옹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반 세기 목회를 돌아보면서 ‘목회’라는 단어를 정의한다면?

“많은 목회자들이 작은 교회로 시작해서 큰 교회가 세워졌을 때 그 교회의 규모나 재정적 조건 위에 자칫하면 자기가 이루어온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지나온 과거와 현재의 규모, 상태들이 내 자신의 계획이나 방법 혹은 노력으로 된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하나님께서 불초한 종을 불쌍히 여기시고 능력의 손으로 이끄시며, 붙들어 써주신 결과로 모든 것은 성령님께서 무한한 가능성으로 역사하시고 이루어오신 성과였음을 고백할 뿐이다.”

-전 세계를 17번 도시며 선교를 하셨는데, 현 시대 선교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은 만고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문화적 현상, 사람이 만든 다양한 세속 종교들이 아무리 혼란해도, 하나님의 말씀만이 진리이고 구원의 복음이다. 때문에 목회자나 교회는 변화무쌍해가는 세태적 현상을 인위적 수단이나 노력으로 대처하려 할 것이 아니라, 믿음이 깊이 있는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간절히 구하며, 무한한 가능성의 성령님의 도우심을 의지해서 진리와 성령으로 믿음과 투철한 사명의지로 타개하고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남기는 조언이 있다면.

“목회자는 인본주의나 인위적인 목회방침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리와 성령으로 온전히 거듭나야 한다.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예수님의 공생애와 일치하도록, 예수님 닮기를 힘써 불타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성령님께 이끌리며 쓰임받기를 힘쓰게 될 때, 하나님께서 성령의 도구로 다양한 은사와 영력을 더하시며, 그리스도 나라 확장을 위하여 힘있게 붙들어 쓰심을 전적으로 기대해야 한다.

인위적 수단과 방법은 지적 목회는 할 수 있어도 구령의 성과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나를 택하시고 진리와 성령으로 거듭나게 하시고, 다양한 교육과 훈련, 연단을 시키신 주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종으로 요긴히 쓰임받기를 힘써야 한다. 그럴 때, 죽을 병도 고쳐가며 쓰시고 필요로 하는 지혜, 믿음, 은사, 영력, 물질까지 또는 꼭 필요한 인재까지 붙여 주심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장재효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국제신학대학원 초대 총장, 바른목회연구원장, 전국기도원총연합회 총재, 성령세계복음화협의회 총재, 선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일보 2009 대한민국 국민감동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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