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다수가 바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이야기할 때 그가 어떤 종교를 믿는지, 개신교인이라면 어느 교단에 속했는지, 어떤 신앙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는 대해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 특히 전통적 보수 기독교를 고수하는 복음주의자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시키며 “킹 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와 개신교의 강한 유대가 점점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통합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종교에 있어서도 이런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에는 무슬림 지도자, 유대교 랍비 등 타종교 인사들과 복음주의권에서는 경계하는 동성애자 성공회 주교도 참석해 화제가 됐다.
LA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맥마너스는 지난 6월 5일(이하 현지시각) 칼럼에서 공화당 예비 선거 후보의 종교를 보면 미국 정치와 개신교의 판도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후보들의 종교적 배경이 다양화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복음주의 보수 개신교 위에 서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그는 연방 대법관 역시 성공회와 장로교인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지금은 6명이 가톨릭이고 3명이 유대교이며 개신교 신자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인들은 후보의 종교를 따진다. 맥마너스는 “몰몬이라고 알려진 후기성도교회 출신에겐 투표하길 꺼린다”는 점을 명시했다. 여론 조사를 보면 4분의1이나 3분의1 정도가 몰몬신자를 대통령으로 뽑길 거부한다. 맥마너스는 가톨릭과 유대인에겐 종교적 관대함이 열렸을 수 있지만, 여전히 몰몬에게는 장애가 될 수 있고 무슬림은 언급할 필요가 없으며 무신론자는 묻지도 말라고 잘라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몰몬이 특별히 부각되는 이유는 유력 후보 중 하나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몰몬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권자의 다수가 몰몬이건 아니건 상관없다고 하지만, 복음주의자들은 58%만이 상관없다고 답하고 있다. 롬니 전 주지사가 대권을 향해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이 복음주의자들이 될 것이라고 정치분석가들은 평한다.
여전히 중요한 종교, 그러나 실은 잘 모른다?
한편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가 2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새로운 점을 알려준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의 종교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은 구체적으로 잘 알진 못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40%의 응답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를 모른다고 답했다. 37%는 그가 크리스천이라 답했지만, 18%는 그를 무슬림으로 알고 있기도 했다. 4%는 그가 무종교인이라고 했다.
롬니 역시도 그가 몰몬인 것을 아는 사람은 46%에 그쳤다. 11%는 그를 기독교인이라고 답했고 1%는 무슬림, 1%는 무종교인이라 답했다.
응답자의 72%는 자신들의 신앙과 몰몬이 “다소 혹은 상당히 다르다”고 밝혔고, 56%는 “종교가 대통령 후보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개신교인인 오바마와 몰몬인 롬니가 내일 대선을 치를 경우 오바마는 44%, 롬니는 36%의 표를 얻을 것이란 통계도 나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종교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개신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프랭클린 루즈벨트, 제럴드 포드, 조지 H. W. 부시 등 12명은 성공회 출신이다. 앤드류 잭슨 등 9명은 장로교였다. 조지 W. 부시 등 5명은 감리교였고 해리 트루먼,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4명은 침례교였다. 제임스 가필드, 린든 존슨, 로날드 레이건 등은 그리스도교회(제자회)였다. 링컨, 앤드류 존슨도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느 교단 소속인지 정확하진 않다.
존 아담스, 밀라드 필모어, 윌리엄 테프트 등은 유니테리안이었고 허버트 후버, 리차드 닉슨은 퀘이커교도였다. 잘 알려진대로 케네디는 가톨릭이었다. 아이젠하워는 여호와의증인 출신이나 후에 장로교도가 됐다. 루즈벨트는 화란개혁교회 출신이고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스도연합교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