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종말론적 신앙과 삶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지난 6월 말, 사역지에서 한밤중에 전화를 받았다. 사십이 다 된 처남이 출근길 아침 빗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내가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졸도했다. 깨어나면 다시 통곡하며 정신을 못 차렸다. 급히 한국으로 귀국하여 장례식장에서 싸늘한 시신의 동생을 만나 말 한 마디 못하고 서로 이별을 했다. 오호, 통재라!

늙으신 모친이 기절하였다고 한다. 아들의 죽음 앞에 어느 부모가 멀쩡하겠는가?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살피던 의사는, 피로 범벅이 되어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처참한 죽음을 확인하고 일지를 작성하다가 사망자가 동생과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음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이 일 후에, 필자는 지난 며칠 동안 뉴스를 통하여 보도된 사건들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았다. 해병대 총기 사건으로 젊은이들이 세 명이나 죽어, 부모들이 TV에서 인터뷰를 하며 절규하는 애통함을 목격한다. 오슬로에서는 민족주의자의 분노로 인하여 70여명의 목숨을 잃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하였다. 가족들의 오열함을 보며, 그 슬픔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난 3월 일본의 지진으로 수만 명이 죽었다. 관련이 없는 이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안됐다는 말만 반복한다. 어떤 목사들은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설교하며 저주까지 퍼부었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태도가 아닌가? 나와는 상관이 없는, 남의 일이기 때문이 아닌가?

금년 7월 태풍으로 인하여 한국에서 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논에 물을 보러 나갔다가 숨지고, 흙더미가 몰려와 파묻히고 숨진다. 차를 타고 가다가 다리 난간으로 굴러 떨어져 목숨을 잃고, 콩고에서 비행기가 떨어져 120여명이 죽었다. 한국인은 탑승하지 않았다는 뉴스는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는 뉘앙스를 느낀다.

러시아에서 볼가 강변을 유람하는 여객선이 침몰하여 100여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그저 뉴스일 뿐이다. 한두 명이 죽었다는 소식은 마음에 와닿지도 않는다. 수천 명 수만 명이 죽는다면 우리는 조금 놀랄 뿐이다. 그리고 곧 잊어버린다. 생명에 대한 감각이 이렇게 되었다.

나의 일이 아니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면, 아무런 느낌도 없다. 세상의 사건과 소식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는 주의 음성을 듣지도 못하고 더욱 무감감한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도하는 백성들에게도 기도 한 번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끝이다. 현대판 고르반인 것이다.

사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죽음의 소식을 듣는다. 항상 그림자처럼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말을 꺼내는 것이 두려운 일이고, 꺼림칙하게 느낀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부정타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모두가 늘 죽음 앞에 살면서도 말하기를 애써 회피한다.

필자는 자녀들을 불러놓고 죽음에 대하여 교육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에 만약에 부모가 사고로 죽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질문하며 교육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당황하여 할 말을 잃고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슬피 대답하며 충격을 받은 것을 기억한다. 이번 사건을 통하여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다시금 교육한다.

첫째, 죽음이란 나이와 상관없고, 건강과 상관없으며, 신자 불신자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이 찾아 오는 것. 둘째, 우리는 언제 어디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기에 항상 준비하여야 한다는 것. 셋째, 죽음을 준비하는 자는 인생을 사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넷째, 항상 미리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하나님께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 다섯째, 부모가 죽으면 형제간에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를 돌보며, 원망이나 분노하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말 것. 등등 종말론적인 신앙을 가르친다. 자녀들이 무척이나 심각해진다.

말세의 신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세상은 편안하고 모든 것을 누리며 즐기는 시대에 인생의 종말과 죽음을 말한다거나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은 너무나 가당치 않는 일인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미래를 설계한다. 성공을 위하여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일하며 때로는 시달리고 어떤 때는 노력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주의 손에 달려 있음을 순간 순간 고백하는 것은 종말론적인 겸손한 신앙을 소유한 것이다.

사람은 마음으로 자기의 일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지금까지 나는 하루 하루의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매일매일 죽음의 뉴스 보도를 들으며, 인생의 일에 탐욕을 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하기를 다짐한다. 허탄한 일에 마음과 생각을 빼앗기지 않고 거짓 없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Sergei(모스크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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