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계획 세우다 자신이 멸망한 모르드개의 정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교만한 페르시아 총리 하만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름 속에 ‘유명한 또는 외로움’ 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에 3:1, 9:24) 하만(Haman)은 주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 아하수에로왕(주전 486-465년 통치) 치하에서 총리 대신이 됐다. 함므다다가 페르시아식 이름인 것으로 보아, 그의 가족이 오래 전 이민하여 페르시아 왕실과 깊은 친교관계를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각은 갓 출애굽한 이스라엘을 처음으로 공격했던, 아라비아 부족 아말렉 사람들을 다스렸던 왕의 칭호다. 하만은 주전 15세기 모세 이래 이스라엘과 적대관계를 가졌던 아말렉 사람들의 왕족이었다. 총리 하만은 성품이 탐욕스럽고 교만해 왕명에 따른 신복들의 형식적인 경례밖에 받지 못했다. 진심으로 하만을 존경해 마음으로 높이는 사람은 페르시아 제국 내에 아무도 없었고, 단지 무력이 무서워서 겉으로 따른 척했을 뿐이었다.

유다 사람 모르드개는 형식적으로나마 하만에게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했다. 안하무인인 표독스런 하만에게 마음도 없이 외식적으로 절할 수 없었다. 하만은 그런 모르드개가 속해 있는 민족 전체에 보복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온 유대인을 한날에 전멸할 계략을 세웠다.

하만은 페르시아 왕에게 ‘한 민족이 왕의 나라 각 도 백성 중 흩어져 거하는데, 그 법률이 만민과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오니 용납하는 것이 왕에게 무익하나이다. 왕께서 동의하시면 조서를 내려 저희를 진멸하소서. 제가 은 일만달란트를 왕의 일을 맡은 자의 손에 붙여 왕의 부고(府庫)에 드리리이다’라고 참소했다.

왕의 허락을 받은 총리 하만은 대신들과 각 도 방백 및 페르시아 제국 통치 하에 있는 민족의 관원들에게 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전달했다. 아달월(12월) 13일 하루에 페르시아 영내에 살고 있는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고, 그들의 재산을 자유로이 탈취하라고 반포했다.

사악한 하만의 계획은 왕후 에스더의 용기와 모르드개의 신앙적 응원에 의해 실패했다. 총리 하만은 왕후 에스더가 베푼 잔치에 왕과 단둘이 초청받은 것을 기뻐하여 친구들과 아내에게 자기의 높은 직위와 자녀가 많은 것 및 페르시아 왕이 자기를 모든 방백이나 신복들보다 높인 것을 자랑했다. 눈엣가시로 여겼던 유대사람 모르드개를 마당에 설치한 50규빗 높이의 장대에 달아 죽일 계획도 완료했다. 하만 총리의 사악한 계획대로 만사가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아하수에로 왕이 총리 하만을 불러 ‘존귀케 하기를 기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여야 하겠느뇨’ 라고 물었다. 그는 심중에 ‘왕이 존귀케 하기를 기뻐하시는 자는 나 외에 누구리요’ 라 생각하며 김칫국을 먼저 마셨다. 하만은 거리낌도 없이 “왕이 입으시는 왕복과, 왕의 타시는 말과, 머리에 쓰시는 왕관을 취하고 왕복과 말을 왕의 방백 중 가장 존귀한 자의 손에 붙여서 왕의 존귀케 하시기를 기뻐하시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말을 태워서 성 중 거리로 다니며 그 앞에서 반포하여 이르기를, ‘왕이 존귀케 하기를 기뻐하시는 사람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다’ 라고 하시라”고 대답했다.

왕은 유대사람 모르드개를 그렇게 예우하라고 하만에게 명령했다. 얼마 전 모르드개가 내시 빅딘과 데레스의 역모사실을 왕후 에스더를 통해 왕에게 알려준 사실을 기억한 결과였다.

에스더 왕후가 직접 마련한 잔치 자리에서 이스라엘 민족과 그녀를 괴롭힌 대적이 누구냐고 왕이 캐묻자, 왕비는 ‘바로 여기에 있는 하만’이라고 폭로했다. 왕이 진노하여 밖으로 나가자, 하만은 자신의 죽음이 경각에 달려있음을 깨닫고 왕후 에스더에게 무릎을 꿇고 매달리면서 자신의 생명을 구걸했다. 왕이 다시 들어왔을 때 하만은 에스더가 앉아있는 걸상 위에 머리를 대고 엎드려져 있었다. 아하수에로 왕은 ‘왕후를 강간까지 하고자 하는가’ 라고 하만을 향해 크게 소리지르며 분노했다. 하르보나라는 어전 내시가 모르드개를 달려고 준비한 50규빗되는 나무에 하만을 달아서 죽이라고 조언했다.

왕은 하만과 열 아들을 모두 사살하고, 그의 집을 왕후 에스더에게 선물로 줬다. 하만이 끼었던 반지(총리의 직인)는 모르드개에게 빼어줘 하만의 직분을 대신하도록 했다. 하만의 탐욕과 교만은 선하신 하나님의 징계를 통해 종말을 고하게 됐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하만의 추한 탐욕은 막을 내렸다. 그의 이름대로 하만은 페르시아 제국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유명했지만, 사악한 탐욕 때문에 온 가족이 멸망하게 됐다.

자신만의 유익을 위해 탐욕을 부리며 교만해진 사람을 하나님은 선한 사역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탐욕스런 사람들이 하는 일이 한 순간 형통하게 보여도 공의의 하나님은 자신의 때에 불의한 사람을 징계하며 무너뜨린다.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 수행하는 사역의 과정, 절차 및 결과 모두가 바르고 선해야 한다. 외적으로 멋진 성과를 거두고도 과정과 절차가 잘못돼서 비참해진 정치지도자 및 종교지도자들을 오늘도 우리는 목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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