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지금 나라가 큰 위기입니다. 종북좌파세력 때문에 위기가 아니라 한나라당 때문에 위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를 잘 못해서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한나라당의 위기의식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포퓰리즘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반값등록금에 무상보육 이야기가 나오고 좋은 포퓰리즘論까지 나왔습니다. 이 세상에 좋은 포퓰리즘도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게다가 이번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눈치를 보거나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한나라당 의원도 많아졌습니다. 의연하게 나라를 지켜가야 할 우파세력 안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이렇게 가면 한국도 복지포퓰리즘의 덫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알젠틴, 브라질, 체코 등 많은 중진국들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포퓰리즘의 덫에 걸려 주저앉고 말았는데 우리도 그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저는 우파들이 반성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득권세력의 독점과 횡포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파들이 앞장서야 했습니다. 재개발정책이 잘못되어 서 원주민의 85%가 재개발과정에서 쫓겨나는 문제에 대해 우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관예우 때문에 아직도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카드수수료문제도 전형적인 기득권세력의 횡포입니다. 작은 업소들은 3.5%내지 4%의 카드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대형업소들은 1.5%의 수수료밖에 내지 않습니다. 우파들이 진정으로 애국자들이라면 공정사회 건설에 앞장서고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복지포퓰리즘은 안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는 일과 복지포퓰리즘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복지 확대와 대학등록금 인하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는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고, 공정한 복지여야지, 인기영합식, 막가파식 복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에 민주당은 소득구분 없이 금년에는 모든 초등학교 학생에게, 내년에는 모든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반면에 오세훈 시장은 소득하위 50%의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하되, 무상급식의 범위를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식의 전면무상급식을 하려면 매년 3조3천억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예산을 확보하려면 결식아동 예산, 학교시설 개선예산, 방과후 학교예산, 장애인 예산 등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 재정을 파탄내든지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실제로 경기도 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을 확대하면서 장애학생 교육지원, 농어촌학교 교육여건 개선, 유치원 종일반 운영지원 등 저소득소외계층 지원을 삭감시켰습니다.

민주당은 단계적 무상급식이 가난한 아동에게 눈칫밥을 먹이는 것이라 말하지만 무상급식은 학부모가 주민자치센터에 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르는 일입니다. 게다가 50%의 학생들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게 되면 더 더욱 왕따 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세금을 늘리지 않고도 복지재원 충당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128조원) 비효율적인 예산을 절감하고(15조),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4조2천억), 비과세 감면 비율을 축소하여(6조5천억) 생기는 43조7천억원 중 20조만 복지예산으로 돌려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면 왜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삭감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예산을 줄여서 저소득 소외계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잣집 아들에게 급식하는 것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민주당은 또 4대강 정비사업을 없애면 재원마련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2011년에 8조9천억원의 예산이 집행되고 사업이 끝나는 내년의 예산은 3조3천억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잣집 아들에 대한 급식때문에 4대강 정비의 끝마무리를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책임있는 公黨의 모습인지 개탄스럽습니다.

더구나 지금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포퓰리즘적 예산집행으로 재정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도 이대로 가면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됩니다. 한국은 앞으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다 통일이라는 과제를 앞에 놓고 있어 결코 앞날이 밝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 복지예산을 늘려야 합니다. 금년에도 정부는 작년보다 5조2천억원을 증액했습니다. 천안함폭침, 연평도사건으로 국방비 증액이 필요했지만 그 증액분이 1조8천억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금년도 복지예산 증액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은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우리국민도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복지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전면무상급식과 같은 복지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일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이번 주민투표가 나라의 향방을 결정하는 분수령이라는 점입니다.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인가, 아니면 큰 방향전환을 해서 나라를 살려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입니다. 이번에 전면 무상급식을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공짜 복지시리즈가 계속 뒤따르게 되고 그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고 놀고 먹으려고만 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라의 기운이 쇠하게 됩니다.

이 점에서 보면 이번 주민투표는 내년 총선보다 더 중요합니다. 부디 서울시민들이 이 점을 분명하게 깨닫고 열심히 투표장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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