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석 달 열흘 동안 유다를 통치한 여호야긴
남유다를 약 11년 동안 통치한 여호야김(왕후 느후스다)의 아들 여호야긴은 18세의 어린 나이에도 급사한 부왕의 뒤를 이어 주전 597년경 제19대 왕으로 부임한다. 그의 이름 여호야긴(히브리어 예호야킨)은 ‘여호와께서 세우시리라’는 신학적 의미를 지닌다. 오랜 바벨론 포로생활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를 받고, 다시 존귀한 자리에 세워졌음을 신학적 메시지로 알린다. 그의 슬하에는 스알디엘과 세낫살이라는 두 자녀가 있었다고 전한다(대상 3:17-18).
여호야긴은 남유다 제19대 왕이 돼서 3개월 10일동안 치리했는데,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신실한 선지자들의 경고와 조언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선한 사랑의 지시를 무시하며 맘대로 악한 정치를 구현했다. 인근에는 곧 몽둥이로 사용될 애굽 세력이 이스라엘을 향하여 침략의 칼을 갈고 있었고, 바벨론은 최강대국이 돼 전성 시대를 누리며 이스라엘 땅 정복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여호와와 경건한 예배를 져버리고 사악한 통치를 일삼는 왕과 백성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촌각을 다투며 기다리고 있었다. 주전 597년 바벨론 제국 느부갓네살군의 침략 앞에 견딜 수 없었던 여호야긴은 무력하게 투항했고, 많은 국내 유능한 인사들도 강제로 납치돼 바벨론 제국의 비참한 포로가 됐다.
이스라엘을 침략한 느부갓네살은 바벨론어 ‘Nabu Kud urri utsur’ 인데, ‘느보는 경계를 지키다’는 뜻이다. 바벨론 왕 나보볼리살의 아들이며 그의 후계자이고 메대 왕의 딸 아무히야와 결혼했다. 부왕이 주전 625년(요시야 당시) 앗수르 제국에 반기를 들고 바벨론 제국을 창건했다. 갈그미스 회전에서 느부갓네살은 태자의 신분으로 애굽의 바로느고에게 대승하여(렘 46:2) 애굽군을 국경선까지 물리치고 이북의 전지(全地)를 회복했다. 애굽의 국경에 가까운 베르슘 전투시 부왕의 부음(訃音)을 듣고 군사를 거느리고 급히 귀국해 바벨론의 왕위를 이었다(주전 604년).
유다도 그때부터 3년간 바벨론에 속하여 공물을 바쳤으나, 제18대 왕 여호야김이 반역했다(왕하 24:1). 느부갓네살은 군대를 끌고 와 직접 유다를 진압하여 여호야김 왕을 사로잡았고, 아들 여호야긴을 왕으로 세웠다. 여호야긴도 3개월 후 바벨론으로 사로잡혀갔고, 삼촌 시드기야가 남유다 마지막 제20대 왕이 됐다(대하 36:5-10). 주전 586년에 이르러 남유다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제19대 여호야긴 왕으로부터 바벨론 제국에 의한 포로 시대가 시작됐다. 이스라엘 민족들의 타락 앞에서 오랫동안 참으셨던 하나님이 그 분의 영광을 가리는 국가를 이 땅에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됐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 백성과 나라를 향한 경고와 더불어 작은 징계를 통해 바른 길로 유도했다. 하나님의 경고와 크고 작은 징계마저 무시하고 악을 행하게 됐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더 이상 자신의 백성으로 이 땅에 존속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이름과 나라에 큰 폐해가 된다고 생각돼 잠정적인 제거의 결단을 내리셨다. 사람의 경우는 생명을 거둬가기도 하시고, 국가와 공동체인 경우 이 땅에서 제거하므로 그것의 악한 생명을 없애 버린다.
주전 930년에 세워진 이후, 초대 왕으로 등극한 르호보암부터 시작된 남유다의 종묘(宗廟)도 실질적으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바벨론 제국의 느부갓네살은 유다 왕과 왕족, 실력 있는 유능한 인사와 능력 있는 용사 및 기술자 등 약 1만명을 강제로 납치하여 포로로 데려갔다. 하나님의 성전과 왕궁의 진귀한 보물 등도 마구잡이로 약탈해 갔다. 단지 비천한 자와 몸이 아프거나 실력이 없어 포로로 데려가면 짐이 될 무능한 자들만을 남유다의 땅에 그대로 남겨뒀다(왕하 24:8-16, 대하 36:9,10, 렘 52:28).
이스라엘의 땅은 이방인의 말 발굽에 밟혀서 초토화되고 말았다.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이스라엘의 땅은 잘못된 사악한 지도자와 인간들 때문에 완전히 폐허로 바뀌게 됐다. 하나님을 거역한 무능한 정권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땅을 더 이상 맡길 수가 없어 통치조직을 모두 제거해 버렸다.
37년 이후 에월므로닥이 바벨론 왕이 돼 여호야긴을 감옥에서 석방하고 위로하며 후대하여 일평생 왕과 같이 먹게 했다(왕하 25:27-30, 렘 52:31-34). 과거 사악한 행동으로 큰 징계를 받았지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큰 사랑을 엿볼 수 있게 됐다. 하나님의 징계는 미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백성들이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잠시 동안 훈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 한 사람의 생각과 비전 및 행동이 공동체 성패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여호야긴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므로 해악을 끼친 지도자들을 오늘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누구를 지도자로 세우느냐가 공동체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가 잘못 세워지면 그 교회는 수년 또는 수십년 동안 발전하지 못하고 공회전을 할 수도 있다. 국가의 지도자가 잘못 세워지면 그 사람이 통치하고 있는 동안 국민들은 이유 없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다가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계가 술렁이고 있다. 참된 지도자의 선택은 바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