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남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
솔로몬 이후 주전 930년부터 분리된 남유다를 차례로 통치한 20명의 왕들 중 최후의 왕은 21세에 즉위하여 11년 동안 재임한 시드기야이다(주전 597-586년 재위). 독립된 한 나라의 왕으로서 백성들을 통치하며 재위했지만, 매우 비참하고 불우하게 살다간 그는 남유다 16대 왕을 지낸 요시아의 막내 아들이며, 립나 예레미야의 딸 하무달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맛다니야(여호와는 선물이라는 의미)’였는데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멸망시킨 이후 바벨론 식으로 ‘시드기야’(하나님의 의)라 이름을 지어줬다(왕하 23:31, 24:17,18, 대상 3:15).
그와 백성들은 부친이요 성군(聖君)인 요시야와 다르게 여호와 보시기에 늘 악을 행했으며, 하나님이 보내신 선지자 예레미야가 여호와의 말씀으로 목숨을 걸고 충고해도 귀를 닫고 전혀 듣지 않았다(대하 36:11,12, 렘 37:3). 그의 목은 곧고 마음은 강퍅했으며, 악행에서 돌이켜 여호와 하나님께로 돌아오려는 시도조차 아니했다. 심지어 성전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들도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크게 범죄하여, 이방 사람들이나 행하는 가증한 일을 본받아 여호와의 전을 더럽혔다(대하 36:14). 하나님 백성으로서 윤리와 정의는 공동체 속에서 전혀 실현될 수 없었다(렘 21:11,12).
유력한 권력층들은 하나님 말씀을 왜곡시키는 거짓 선지자들과 연합하여 이스라엘의 몽둥이로 사용되는 바벨론 제국의 지배에서 스스로 벗어날 것을 왕에게 권고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바벨론에 예속돼 복종하는 것이 여호와 하나님의 뜻으로서, 영원한 멸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수차례 역설했다(렘 27:12-22).
시드기야 치세 초기, 에돔 모압 암몬 두로 시돈 사자들도 차례로 찾아와서 남유다가 바벨론 왕에게 반역할 것을 적극 권고했다. 리더십이 없이 우유부단한 그는 선지자 예레미야를 대표하는 하나님 군단과, 제사장과 귀족들로 구성 되어있는 반바벨론파와의 열띤 논쟁과 싸움을 불러일으켰다. 반바벨론파 대표적 거짓 선지자 하나냐는 2년 후 느부갓네살의 멍에가 남유다에서 꺾어질 것이라 자신있게 예언하곤 했다(렘 28:3). 큰 세력을 등에 업은 반바벨론 파는 주전 588년 급기야 시드기야 왕을 설득해 바벨론에 반기를 들도록 했고, 인근 암몬과 두로도 그 작전에 적극 가담해 애굽에 군마와 원병을 요청했다(겔 17:15).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은 시드기야 왕 제9년 10월 10일(주전 587년) 예루살렘을 침략하여 포위했다. 그때 애굽 왕이 강력한 ‘호브라가’ 원군을 거느리고 남유다에 구원병으로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기를 느낀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은 예루살렘 성 포위를 풀고 자국으로 물러갔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시드기야 왕 앞에 끌려 나와 여호와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말하도록 심문받았다. 그는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여호와 하나님이 가르쳐준 대로 대답했다. 남유다가 멸망을 면하는 유일한 길은 바벨론에게 절대 복종하는 길이라 다시 한 번 선언했다.
시드기야 왕은 반바벨론 파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하나님께서 보내신 신실한 선지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느부갓네살은 전보다 많은 병력으로 목이 곧은 예루살렘 성을 포위 공격했다. 시드기야 왕 제11년 4월 9일(주전 586년)에 예루살렘 성내에 식량이 부족하여 백성들은 거의 아사 직전에 이르렀다. 시드기야는 군사들과 함께 백성들 및 성을 버리고 탈출하여 요단 방면으로 도주했다.
왕이 없는 예루살렘 성은 곧 함락됐고, 바벨론 군은 그를 추적하여 여리고 평지에서 체포했다. 시드기야는 팔레스틴 리블라에 있던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앞에 끌려 나와 정죄됐다. 그의 아들은 자신이 보는 가운데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고, 그도 두 눈이 뽑힌 후 쇠사슬에 묶여 바벨론에 끌려가 죽는 날까지 죄수로 옥에 갇혀 남은 여생을 비참하게 보냈다(왕하 24:17-20,25:17, 대하 36:11-21, 렘 39:1-14,52:3-11).
지도자는 하나님의 참된 말씀을 가려서 들을 수 있는 영적 귀와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려 바르게 들을 수 있는 귀가 지도자에게 없으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주위 사람들도 모두 힘들게 된다. 시드기야는 매사를 하나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듣지 못하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판단하므로 엄청난 실정을 하게 됐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군대 및 백성들도 바벨론의 압제에 놓이게 됐다.
잘못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나라와 민족 공동체가 고통에 신음하게 됐다. 모 대형교회의 지도자가 초심을 버리고 인간적인 생각을 하게 되므로, 장로들과 대립하여 급기야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성도들의 입술을 통해서 들려지는 하나님의 걱정스런 음성을 듣고, 목사로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때 더욱 비참한 결과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