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사교과서의 종교 집필기준은 공정해야 한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한국교회바로알리기운동본부전문위원장).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한국교회바로알리기운동본부전문위원장).

현재 대한민국은 수많은 갈등 가운데 빠져있다. 지역, 이념, 세대갈등은 한국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이다. 그런데 여기에 종교 간의 갈등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비교적 종교 간의 갈등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서 그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종교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아울러서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가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서서 모든 종교를 공정하게 대우해 주어야 한다. 사실 오늘 날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은 정부가 특정종교를 편중하여 지원하거나 특정종교를 배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지난 8월에 발표된 역사교육과정을 보면 한국의 종교에 대해 공정하게 서술하도록 만들지 않고 있다. 역사교육과정은 불교,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 천도교, 민간신앙에 이르기 까지 골고루 그 시작과 발전에 대해서 서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근대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현재 기독교는 불교 다음의 종교인구를 갖고 있으며, 예배당과 성직자 수에 있어서 한국의 모든 종교 가운데서 가장 많다. 그런데도 역사교육과정에 있어서 모든 종교 가운데 기독교만 제외되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교과부는 역사교육과정에 이어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든다고 한다. 이 집필기준에 의해서 필자들은 새롭게 역사교과서를 저술할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사용되어졌던 집필지침을 보면 개항 이후의 종교를 서술하는데 있어서 특정 종교에 편향이 없도록 서술하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겉으로는 매우 공정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기독교에 대한 서술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독소조항이 되어왔다.

역사서술은 한 사건이 그 시대에 있어서 갖고 있는 중요성을 고려해서 서술해야 한다. 그러므로 신라시대,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강조되어야 하고,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강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개항 이후 종교를 서술함에 있어서는 한국에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도입한 기독교를 중요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행 집필기준에는 개항 이후에는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이 없도록 서술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여기에 근거해서 역사교과서는 천주교, 기독교, 천도교, 대종교, 불교, 유교를 모두 똑같이 한 두 줄로 소개하고 있다. 그 결과 기독교는 충분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져 왔던 이기백교수의 한국사신론은 개항이후의 종교 활동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약 3분의 2(37줄 중 24줄)를 기독교에 관해서 설명하고, 그 나머지 분량을 다른 종교에 할애하고 있다. 이 교수는 개항이후 기독교가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의료에 있어서 한국 종교 중 근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진보사학자로 불리는 강만길교수의 한국 근대사에서도 근대한국의 종교를 전통종교의 변화와 기독교 운동으로 나누어서 기독교의 시작과 발전을 중요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다종교사회이다. 다종교사회에서 종교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종교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 불교, 유교가 한국의 전통문화 형성에 기여했다면 기독교는 근대문화 형성에 기여했다. 정부는 이것을 인정하고 역사교과서를 바로 서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과거 잘못된 집필지침을 바로 잡고 공정하게 제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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