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 통해 지역의 교회·주민들과 동반성장하는 고척교회

오유진 기자  yjoh@chtoday.co.kr   |  

희망푸드뱅크와 1004운동 등 전문적 복지사역

교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계속 악화되면서, 이제 경건함과 거룩함만을 내세우기보다 담장을 낮추고 지역을 섬기며 소통하는 것이 선교의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고척교회(담임 조재호 목사)는 시대적인 요구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창립부터 지금까지 57년간 한결같이 지역사회를 섬겨왔고, 덕분에 이제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고척교회 담임 조재호 목사.

▲고척교회 담임 조재호 목사.

조재호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엔 참 감사하게도 착한 사람들이 많다”며 “지역사회에 본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그래서 예전에 교인들이 고척교회 다닌다고 하면 주민들이 ‘뭐? 고척교회?’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아~, 고척교회!’라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척교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선정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받는 등 지역밀착형 교회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사랑과 섬김의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전문적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며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교인들이 교회 내 사회봉사부 활동으로 자발적으로 활동하면서 순수하게 시작했던 것이, 외부에 센터를 건립하면서 교회가 지역사회로 들어가는 것으로 확대했고, 이제는 지역의 수요에 따라 전문가를 앞세우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조재호 목사는 “지역주민에 대한 사랑과 형식과 인식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재단 소속의 전문가를 초청하고 유급직원 40명을 채용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고 지역섬김사역의 변화를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 사역은 ‘희망푸드뱅크’다. 이는 미국의 비즈니스처치에서 유래된 것으로, 대형 업체나 마트에서 팔다 남은 음식을 냉동차량으로 가져온 뒤 다시 조리 과정을 거쳐 어려운 형편의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이다.

이 운동은 일반적인 ‘푸드뱅크’와 달리 큰 교회가 만들고 작은 교회가 나누는 교회연합사업으로 확대됐고, 현재 320가정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외곽지역인 고척동 및 구로구의 주민들과 목회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음식을 배급하는 업체들도 많은 유익을 얻는다. 희망푸드뱅크 복지재단의 ‘후원식당마크’를 달아 업체 이미지를 제고하고, 세금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급받은 음식의 위생상태는 영양사의 검증과 조리를 거치는 데다가, 고척교회 여전도회협의회 봉사자 모두 모자와 마스크 착용을 엄수하고 음식을 진공팩으로 싸서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안전하다.

▲고척교회의 희망푸드뱅크 제조과정.

▲고척교회의 희망푸드뱅크 제조과정.

희망푸드뱅크를 실시하는 매주 화, 목요일이면 구로구의 작은교회 목회자 20명이 고척교회에 와서 반찬을 가져간다. 이들은 인근 공원과 경로당, 형편이 어려운 비신자들을 찾아가 음식을 제공하며 교제도 나눈다.

조재호 목사는 “희망푸드뱅크를 한 지 2년 정도 되었다. 남는 음식이 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도 있으니, 다른 지역에서도 교회들이 운동을 통해 환경도 살리고 어려운 가정을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드뱅크 사역은 노인돌봄사역에 큰 도움을 주고, 작은교회들도 매우 감사해한다. 반찬을 주민들에게 갖다 주니 받는 이들이 매우 좋아하고 전도도 잘 된다는 것이다. 작은교회들에 희망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활동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까? 이에 대해 그는 “교회 재정으로 지원하기도 하고 자치단체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교회일수록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이뤄가야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공 업체에 희망푸드뱅크 복지재단 마크를 달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혜택도, 지자체와 협력한 사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 그는 “구로디지털단지는 식사시간이면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지하상가 방면 대형뷔페식당이 많다. 그곳들과도 연계해 희망푸드뱅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희망푸드뱅크 외에 고척교회가 벌이는 대표 복지사역으로는 교인들 1004명이 기도와 헌금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1004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장애인 가정, 북한주민 개안수술, 난치성 환자 돕기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총 9차례 진행했다. 유·초등부 아이들과 장년들이 한 달 전에 기도문을 작성해 교회 벽면에 달아 놓고, 전 교인이 매일 그것을 보며 동참한다. 어떤 교인은 익명으로 750만원을 헌금하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 헌금은 이혜영 선교사 외 1인을 위해 쓰였는데, 이 선교사는 많은 이들의 기도후원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도움을 받기 전 그의 몸 상태는 담당의사가 “하늘나라에 가도록 기도로 도와주라”고 할 정도로 위중했다.

1년 전 당시 그녀의 4살 짜리 자녀도 같은 희귀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슬픔을 채 잊기도 전에 같은 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교사인 그녀의 신분에 엄청난 액수의 병원 치료비는 절망을 안겨다 줬지만, 고척교회 1004운동의 후원을 통해 기적적으로 병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고척교회는 독거노인 사역(33가정 매월 생활비 지원), 보육원 사역, 장애인 사역, 소년소녀가장 사역, 사랑의 간식 사역, 사랑의 식탁 사역, 경로대학, 아기학교, 문화교실, 취미교실, 경로초청잔치, 이·미용봉사, 병원봉사, 결식학생 급식지원, 고척어린이집, 방과후교실, 나눔가게 등 수많은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런저런 오해와 비난을 받는 가운데,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조 목사는 “옛날처럼 피켓 들고 외치는 시대는 아니지만, 교회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복지에 참여하게 하는 좋은 모범이 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 희망푸드뱅크의 규모를 더 갖추고, 활동량을 늘리며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음식업체와 교회 목회자들과 협력해 활동을 펼치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복음전파의 사명을 가진 교회가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사역을 펼칠 때 주의점도 당부했다. 그는 “퍼다 주는 것은 복음의 왜곡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교회와 지역주민의 관계 정립이 잘 되어야 한다”며 “나는 이 두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본다. 무엇보다 복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와 주민의 관계는 복음을 전하는 지역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조 목사는 “베트남이나 공산국가의 경우 직접적으로 전도를 하기 어려우니, 봉사로 지역을 섬겨야 한다. 이 때 복음적인 자세로 봉사와 사랑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그런 환경이 아닌, 자유롭게 전도할 수 있는 한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의 사회복지봉사가 복음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Social GOD은 잘못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복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사회구조를 개혁하려 한다면, 남미신학처럼 무기 들고 나가는 격”이라고 말한 조 목사는 “복음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 없어서도 안 되고 담을 쌓아서도 안 된다. 이웃의 필요를 보듬어줄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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