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으로 알려진 아닥사스다, 느헤미야에게는 ‘천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페르시아의 왕 아닥사스다 1세(Artaxerxes I)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바사에서 ‘아닥사스다’ 라는 이름으로 왕이 된 사람은 모두 세 명으로, 1세는 주전 465-424년까지 왕으로 재위했고, 2세는 주전 404-358년, 3세는 주전 358-328년 페르시아를 통치했다. 그 중 성경에 기록된 사람은 아닥사드다 1세로 아르타크세르크세스(또는 롱기마누스/Longimanus) 1세를 가리키며, 에스더의 남편 아하수에로 왕의 아들이다. 그는 모르드개의 사촌 여동생, 유대인 출신 왕후 에스더의 양 아들인 셈이다.

하나님의 성경은 아닥사스다 왕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생략하고 있다. 일반 문헌은 아닥사스다 왕이 감정적으로 매우 나약하고 신경질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성품의 폭군으로 소개한다. 40년 동안 페르시아 제국의 왕으로 재임하는 중 수많은 오점을 남긴 사악한 지도자로 부각된다. 차라리 왕이 되지 않았다면 좋을 뻔했던 사람이었다.

재위기간 중 사마리아 출신의 페르시아 관원들이 아닥사스다 왕에게 유대인들이 패역하여 악한 성읍을 건축하는데, 그 공사를 모두 마치면 조공과 잡세 및 부세(賦稅)를 절대 바치지 않을 것이라 거짓 상소했다. 그들의 상소에 따라 귀가 엷은 아닥사스다 왕은 즉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그 뒤로 10여년 동안이나 성읍 건축은 중단됐다(스 4:17-24). 다리오 왕 때 이르러 비로소 성읍 건축 조서가 발표되자, 대적들은 물론 반대했던 사람들도 모두 공사에 적극 협력하게 됐다(스 6:14). 아닥사스다 왕은 어떤 사안을 심도있게 생각하기 보다는, 대략적·감정적으로 파악하고 쉽게 결정하는 경솔한 성품을 지녔다.

비록 유약하고 패역한 아닥사스다 왕이었지만, 식민국가인 유다 민족을 절대적으로 신임했던 부친 아하수에로 왕의 영향으로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페르시아 왕궁에 포로로 잡혀 온 보잘것 없는 유대인 느헤미아를 중용해 자신 옆에서 음료를 관장하는 술 맡은 관원장으로 삼았다. 당시 사회는 정적들을 통해 왕이 살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왕의 생명과 직결된 음료를 담당하는 술 맡은 관원장은 아무나 될 수 없었다. 아닥사스다 왕이 느헤미아를 중용하므로 유대인을 얼마나 신뢰했는가를 보여줬다. 아무리 폭군이라고 할지라도 그 대상에 따라 매우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신복 느헤미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발견할 정도로 세심한 부분도 마음에 지니고 있었다. 자신에게 술을 따르는 신하 느헤미아가 근심하고 있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그 이유를 종용히 묻는 아닥사스다의 행동은 매우 곱고 친화적이다. 폭군이라는 소문이 무색할 정도로 아닥사스다는 사랑하는 느헤미야에게 매우 정감있는 군주요 지도자로 드러났다.

당시 에스라가 성전을 재건했지만, 성벽을 아직 쌓지 못해 외적의 침입을 자주 받았다. 가나안 땅에 잔류해 있던 소수의 힘 없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적들에게 환난과 능욕을 당하게 됐다. 느헤미야는 그 문제를 놓고 겸손한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 이스라엘 백성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을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했다. 느헤미아의 기도를 들은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아닥사스다 왕의 마음을 감동시켜 느헤미야의 성벽건축에 대한 소원을 들어주었다(주전 444년).

아닥사스다 왕은 과거에 성전건축을 방해하던 강 서쪽 총독에게 예루살렘 성 중건에 필요한 재목까지도 지원하라는 조서를 내려 도와주게 했다(느 2:1-10). 포로로 있었던 이스라엘 민족들은 성전과 성읍을 건축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들 지경에 놓여 있었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소원을 듣고 이방 왕과 사람들을 움직여서 놀라운 기적과 역사를 이뤘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당장 손에 쥔 것이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무리 많은 재물을 소유하고 있어도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지닌 것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아닥사스다 왕을 사용해서 이룬 여호와 하나님의 기적은 이스라엘 사람들로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놀라운 결실이었다. 사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시간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성숙한 성도를 오늘도 하나님은 만나고 싶어한다. 현대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폭군 아닥사스다 왕을 움직인 느헤미아의 기도를 날마다 기억했으면 좋겠다. 크리스천으로서 지닐 수 있는 최고의 능력과 힘은 오직 기도를 통해서만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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