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예수의 어머니이자 제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말없이 헌신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아이를 낳지 못하고 오랫동안 석녀(石女)로 지냈던 사가랴의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 요한을 수태한지 약 반년이 지났다. 때가 되매 천사 가브리엘이 갈릴리 나사렛 시골동네에 살고 있는 목수 요셉과 정혼한 신실한 처녀 마리아에게 하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았다(눅 1:26,27). 그녀는 남편 요셉처럼 다윗의 왕손일 것이다(눅 1:27). 그녀가 성령으로 잉태한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조상 다윗의 위를 이을 자이며,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기 때문이다(눅 1:32, 행 2:29,30, 롬 1:3, 딤후 2:8).

천사 가브리엘이 전해준 말 속에서 마리아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를 통해 태어날 아들이 앞으로 우주를 구원할 큰 자가 될 것으로 예언됐기 때문이다(눅 1:32,33). 정혼만 한 처녀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순전히 성령에 의한 것이었다(눅 1:35). 자신이 구주의 육신적 어머니로 택함을 받았다는 것을 천사를 통해 계시받았을 때, 그 놀라운 명예를 경건하게 믿음으로 수용했다.

친척 엘리사벳이 늙도록 수태를 못했는데, 6개월 전 수태했다는 천사의 말은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됐다. 자신도 이모 엘리사벳처럼 기적적으로 수태할 수 있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마리아는 늙어서 수태한 엘리사벳을 방문하기 위해 즉시 유대 산중에 있는 한 동리로 갔다. 사가랴의 집에서 마리아가 문안 인사를 할 때, 이모 엘리사벳은 마리아가 받은 엄청난 수태의 복을 알아채고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찬가를 불렀다(눅 1:42-45).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아들 요한이 탄생하기 직전까지 그곳에서 위로와 보호를 받다 나사렛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베들레헴의 한 구유에서 성령으로 잉태한 예수 그리스도를 해산했다. 당시 로마 황제 아구스도가 인구 조사를 하라는 칙령이 팔레스틴 전역에 내려졌기에, 요셉과 마리아는 호구 등록을 위해 부득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마리아는 누추한 마굿간에서 맏아들을 낳아 준비한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다(눅 2:7). 마리아는 경건한 두려움으로 목자들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기가 육신으로 이 땅에 태어나신 성자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전혀 몰랐다. 단지 그 아이가 앞으로 이스라엘 나라를 구원할 위대한 지도자감이라고 알고 있었다. 해산 후 사십일이 되어 마리아는 요셉과 더불어 율법에 따라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서 어린 아기를 하나님께 바쳤다(레 12:2, 6, 8).

구주의 탄생을 너무나 기뻐한 늙은 시므온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찬송했다(눅 2:28-32). 아기의 몸에 덮칠 일로 큰 슬픔이 올 것을 예언했다(눅 2:35). 요셉과 마리아는 베들레헴으로 돌아가서 살았다. 그녀는 남편 요셉과 함께 어린 아기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하였다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다시 나사렛으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있는 신실한 신앙과 인격의 일단이 예수 그리스도의 나이 12살 때 나타났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매년 유월절이 되면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갔다. 그것은 당시 유대인의 여성에게는 요구되는 의무가 아니었지만, 마리아가 절기를 지키려 예루살렘에 올라간 것은 그녀의 신앙과 경건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주로서 그 위대함과 사명의 성취 방법은 몰랐으나, 간절한 마음으로 유대인 교육에 전념했다.

마리아는 대가족의 어머니이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도 아들 딸들이 다수 있었다(막 6:3). 어느 날 그녀는 인근에 있는 가나의 혼인잔치 집에 참여했다(요 2:1-10).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가나의 결혼 잔칫집에 포도주가 없다고 겸손히 아뢰었다. 그 집 하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반드시 순종하라고 당부했다. 그녀는 구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가 가나에서 직무를 현현(顯現)하는 것을 기뻐했으며, 진심으로 그것을 신앙으로 믿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전도할 동안 마리아와 형제 자매들은 나사렛에서 살고 있었다. 목수 요셉에 관한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기간 전에 이미 사망한 듯 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실 때, 옆에 있던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들과는 달리(요 7:3) 그 분이 바로 구속주임을 확신했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육신의 어머니로서 십자가 처형을 직접 지켜 보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장수하여 이 땅에 오랫동안 머무를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마리아 봉양을 부탁했다(요 19:25-27).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후 그녀는 예루살렘에 있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같이 마음을 합하여 전혀 기도에 힘썼다 1:14). 아마도 여성 지도자가 돼서 초대교회 설립에 지대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오순절 날 신약 최초로 세워진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설립 멤버가 돼서,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하며 봉사하다 하나님의 시간에 천국으로 돌아갔다.

교회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늘 조용히 뒤에서 헌신했던 신실한 여인 마리아는 현대교회 성도들에게 도전한다. 21세기는 자신을 남에게 알리는 시대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기회만 주어지면 자신의 신분과 경력을 과대 포장해서라도 선전하고 광고한다. 그렇다 보니 오늘날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말을 들어줄 사람이 매우 부족하다. 수준 높은 현대인은 마리아처럼 상대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고, 이웃을 위해 뒤에서 헌신할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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