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만을 탐했던 ‘소인배’ 헤롯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 헤롯(1)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헤롯의 조부 안티패터 I세는 하스몬가(Hasmonaeans) 알렉산더 얀나예우스에 의해 이드매의 장군으로 등용됐다. 그의 아들 안티패터 II세(안티파스)는 얀나예우스의 비(妃)이며 후계자였던 살로메 알렉산더(Salome Alexandra)의 만년부터 사후 하스몬가의 집안에 일어난 권력 다툼을 이용해서 사실상의 권력을 장악했다.

주전 78년 얀나예우스가 죽었을 때 왕위는 살로메 알렉산더가 바로 계승했으나, 대제사장의 위는 여자에게 주어질 수 없어서 그의 맏아들 히르카누스II세가 계승했다. 아우인 아리스토불로스(Aristobulus)는 그것을 못마땅히 여겨 왕위를 빼앗으려고 시도했다.

주전 69년 살로메 알렉산더 여왕이 죽자, 반란을 일으켜 사두개파(派) 및 외인용병(外人傭兵)의 힘을 빌어 히르카누스 II세에게 대항했다. 반란이 성공해 아리스토불로스는 왕위와 대제사장직을 한 손에 집어넣었다. 그는 민중들 앞에서 히르카누스와 성대한 화해의 의식을 올리고, 대제사장직에서 나오는 수입의 일부를 준다는 결정을 했다.

로마의 폼페이우스(Pompeius)가 황실의 재가를 얻어 유대의 정치에 직접 간섭하게 됐다. 안티파스는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히르카누스 II세를 복위(復位)시켰다. 주전 49년 율리우스 가이사(Julius Caesar)가 폼페이우스를 쓰러뜨리고 로마의 실권을 장악하자, 안티파스는 종래의 입장을 재빨리 바꾸어 가이사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가이사는 히르카누스 II세에게 대제사장 직과 분봉왕으로서의 지위를 허락했으나, 사실상의 권력을 안티파스에게 주어 유대의 재정을 담당하는 세리로 삼았다. 안티파스는 유대교로 개종하여 유대인의 지지를 얻으려 했으나 이드매 출신이라는 배경이 헤롯 왕가에 큰 장애로 작용했다. 주전 43년 안티파스는 신하인 야심가 마리크스의 음모에 의해 독살됐다.

헤롯대왕은 안티파스 Ⅰ세의 다섯 자녀 중 둘째 아들로서 주전 73년경 출생했다. 소년 시절부터 투창, 궁술 등 무기(武技)에 매우 뛰어나 히르카누스 왕의 사랑을 받았다. 주전 47년경 갈릴리 총독으로 있을 때에 에제키아스(Ezekias)라는 산적의 난을 잘 진압하여 백성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유대 최고 의결기관인 산헤드린 공의회(公議會)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에제키아스를 처형하므로 수감됐다. 수리아 총독 섹스투스 가이사(Sextus Caesar)의 간섭 때문에 히르카누스 II세 자신이 무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헤롯은 방면됐다.

주전 46년 섹스투스 가이사는 헤롯을 로마의 코엘레 시리아(Coele Syria) 지방 총독으로 임명했다. 섹스투스는 곧 정적 밧수스(Bassus)에게 피살되자, 헤롯도 그 싸움에 말려 들었다. 주전 44년 율리우스 가이사가 암살되자 카시우스 롱기누스(Cassius Longinus)가 수리아에 와서 헤롯을 로마의 징세관(徵稅官)으로 임명했다. 헤롯은 납세를 거부하는 성읍을 불살라버리고 주민들 무자비하게 노예로 팔아 넘겼다. 카시우스는 헤롯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그를 수리아 지방의 전체 총독으로 등용했다.

율리우스 가이사의 잔당을 일소하고 로마가 정권을 장악하면 유대 왕으로 임명한다는 약속을 했다. 카시우스가 안토니우스(Antonius)와 옥타비우스(아구스도 황제)의 연합군에 패하자, 헤롯은 당장 카시우스에 대한 충성을 버리고 안토니우스에 뇌물을 보내어 아부했다.

안토니우스는 유대인 지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헤롯을 갈릴리의 분봉왕으로 임명했다. 주전 40년 아리스토불로스의 아들 맛다디아 안티고누스(Mattathias Antigonus)가 팔디아 사람과 결탁하여 히르카노스 II세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 3년 동안 유대는 내전 상태가 계속됐다. 헤롯은 갈릴리를 근거지로 하여 싸우는 것이 불리함을 깨닫고 애굽을 거쳐 로마로 도망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팔디아 사람을 누르기 위해 헤롯을 이용하려고 생각했다. 로마 원로원에 의뢰해서 헤롯에게 "유대 왕, 로마의 벗"이라는 칭호를 주는 한편, 안티고누스를 로마의 적이라고 선언했다. 안티고누스는 로마의 장군 소시우스(Sossius)의 포로가 되고 예루살렘은 함락됐다. 헤롯은 안토니우스에게 뇌물을 주어 안티고누스를 처형하는데 성공했다.

주전 37년 하스몬가의 유대 지배는 끝나게 됐고, 로마 황실의 비호를 받은 헤롯 왕가가 명실공히 유대인의 왕이 됐다. 같은 해 헤롯은 하스몬가의 왕녀 히르카누스(Hyrcanus) II세의 손녀 뻘 되는 마리암메(Mariamme)와 결혼했다. 헤롯의 결혼은 하스몬가의 왕통을 이은 후계자로서의 명분을 쟁취했다.

오직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서 소신과 지조를 버린 소인배의 대명사로 헤롯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국가도, 민족도 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그만 수단에 불과했다. 그에게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어느 누구도 과감히 버리고 돌아서는 파렴치한이었다. 그의 인생 철학은 한 순간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만,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참된 지도자는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일해야 하며,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요즘 항간에 유행하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은 헌신 없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대한 도전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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