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한국사회 양극화의 심각성과 그 대안(1)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 지하철 객차 내에서 한 남자가 플라스틱 통에 준비해 온 휘발유를 바닥에 붓고 불을 질러 지하철 객차 12량 모두 뼈대만 남기고 192명의 사망, 148명의 부상을 당한 대형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 참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범인 김모 씨(56세)가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된 사건도 같은 성격이다.

최근 이와 같은 방화가 증가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이와 같은 방화와 살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서울 소방방재본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4,996건의 화재 사건 중 752건이 “사회 불만층의 증오와 분노에 의한 특별한 이유 없이 고의적으로 불을 지르는 ‘묻지마’ 방화 사건으로 이런 사건이 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9월 15일 체포된 대전 월평동 연쇄 방화사건 주범 A씨. 주차장, 병원 카운터, 교회 등을 11차례 방화한 그는 공공시설 경비직 등 생활고와 경제적 어려움에 견딜 수 없어 홧김에 범행했다는 것이다.

2010년 5월 11일 진주시 내 공사장, 옷가게, 도의원 사무실 등 22건의 방화사건, 2010년 4월 17일 서울 방화동 연립주택 주차장 승용차 15대 방화 사건, 2010년 2월 제천 모텔 41세 투숙객 방화 사건, 2010년 3월 3일 고양시 1층 세입자와 3층 건물주와 계약문제로 다투다 방화해 전소된 사건, 울산 시내 연쇄 산불 방화사건, 성남 중앙시장 방화 사건 등 금년만 수많은 방화 사건들이 있었다. 이 모두 사회적 요인, 불평등 빈부 격차 등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빈곤에 대한 절망과 분노에 의한 막가파식 범죄임을 분석할 수 있었다.

방화사건 만이 아니라 살인사건도 있다. 서울 논현동 D고시원에 거주하던 정모 씨(30세)가 라이터용 기름과 일회용 라이터로 자신의 방에 불을 질러 화재 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어나온 피해자들을 미리 준비했던 칼로 무차별적으로 찔러 6명을 살해하고 다수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2010년 9월 11일 검거된 윤모 씨(33세)는 일용직 일거리가 없어 배회하다 신정동 옥탑방에 올라가 TV를 보던 장모 씨(42세)를 망치로 내려치고 비명을 듣고 뛰어나온 남편 엄모 씨(42세)를 칼로 옆구리를 찔러 살해했다. 체포된 후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웃음소리가 행복해 보여서”라며 “차라리 교도소가 편하다”고 했다.

2010년 9월 14일 공원에 누워있던 주민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찌른 서모 씨(46세) 사건, 2010년 9월 17일 대낮에 길 가던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김모 씨(47세) 사건도 삶을 비관해 죽일 사람을 물색하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현재 20대 실업자가 36만명이라지만, 구직 단념자까지 합하면 70만명다. 비록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88만원 세대(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88만원의 돈을 받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는 20대)’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실제 실업자 수는 330만명으로, 일용직과 계약직마저 못하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임금 노동자가 약 1천만명 정도이고, 그 중 반이 계약직이니까 실제 정규직은 500만명 정도이며, 그 5백만명의 월수입은 200만원 이하가 약 40%이고, 사실 대한민국에서 월급 제대로 받고 사는 노동자는 300만명이다.

그리고 자영업자 수가 약 600만명 정도인데 먹고 살 만한 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은 약 30% 정도, 약 200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먹고 사는 인구는 500만명 정도다.

5천만 인구 중 5백만명(4인 가족 2천만명) 정도만 제대로 수입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로 보면 빈곤층과 극빈곤층이 3천만 명이란 수치로 분석해야 한다.

어느 보험설계사가 서울 강북지역의 영구임대 APT중 10세대를 조사한 내용을 보니

1. 60대 부부: 14세 손녀를 키운다. 아들은 지방에 일하러 가고 며느리는 가출했다.

2. 70대 부부: 평생을 노동하다 지금은 동사무소 자활 근로로 연명한다.

3. 70대 부부: 남편은 청소부 아들은 빚 때문에 도망 다닌다.

4. 60대 부부: 남편은 다쳐서 일 못하고 부인이 자활 근로한다.

5. 60대 부부: 1997년 회사 부도로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30대 아들은 직업이 없다.

6. 70대 부부: 남편 자활 근로하고 부인 식당 일한다.

7. 60대 부부: 80대 노모 모시고 부인 정신 장애, 30대 딸 임시직, 아들 일용직

8. 60대 부부: 남편 공장 일. 부인지체장애 1급, 아들 직업이 없다.

9. 50대 모 30대 딸: 1천만원 빚 때문에 매달 60만원 이자부담.

10. 60대 노모 모신 30대 공장 일용직: 불광동 철거 촌에서 쫓겨나 이사 오다.

공기가 없으면 비행기가 뜰 수 없고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이 희망을 잃으면 살 수 없다. 사람이 숨 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시간이 1분도 안 되며 해녀들도 2~3분을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익사하는 사람들은 물 속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산소 부족으로 견디지 못하고 숨을 들여마시다 공기가 아닌 물이 기도에 차서 5분도 안 되어 사망한다. 지하실 물탱크 수리하다 가스 질식사한 노동자들, 연탄가스로 사망한 사람도 산소가 아닌 가스를 마시니 죽고 마는 것이다.

영혼을 담고 있는 육신이 이같이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는데, 과연 진정한 속사람(영혼)은 무엇을 호흡해야 살아갈 수 있는가. 속사람의 생명 공급원, 영혼의 산소는 무엇일까.

바로 희망이고 미래에 대한 꿈이다. 사람이 희망과 꿈을 잃으면 자살하거나 막가파식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위와 같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삶을 체념하는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그래도 선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에 축척된 불만과 증오심이 외부로 터져 나올 때 방화나 살인 등 범죄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 탈출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이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라 생각한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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