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죽이는 게 능사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이스라엘을 다스린 헤롯(2)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헤롯의 치세는 보통 세 시기로 구분되는데, 제1기는 주전 37년부터 약 15년 동안이다. 그때 헤롯은 자신의 뜻에 거슬리는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거나 배제하고 로마 제국의 내전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해 헤롯 왕국의 기초를 굳게 확립했다. 제2기는 주전 23-13년인데, 국가의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 틀이 잡혀 헤롯 왕조의 최전성기를 이룬 시기다. 제3기는 주전 13-주후 14년까지로 헤롯의 만년에 해당되는데, 왕궁 내 복잡한 사정과 더불어 헤롯 자신의 심신이 쇠약하여 암울한 양상을 나타낸 쇠퇴기를 일컫는다.

헤롯이 유대의 분봉왕에 올랐을 때 가장 중대한 과제는 전 왕조인 하스몬가의 광대한 영향력을 어떻게 제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스몬가의 안티고누스와 그의 잔당들은 모두 소탕됐지만, 히르카누스 II세는 바벨론으로 망명했고 알렉산더와 그 아들 아리스토볼리스 III세는 유다 땅에 남아있었다. 망명한 히르카누스 II세는 이미 70세가 넘은 노인으로 유대로 귀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헤롯의 허락으로 귀환한 히르카누스를 자신의 아버지라 불러 경의를 표하며, 공식 석상에서는 항상 그를 자신의 자리보다 한단 높은 좌석에 앉혔다. 나이가 많은 히르카누스는 헤롯 왕에게 정치적으로 무해(無害)했기 때문에, 대중 앞에서 표면적으로 그를 존경함으로써 유대인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아리스토불리스는 당시 10대의 젊은이로 하스몬가의 정통 직계여서 당연히 이스라엘의 최고 종교지도자 대제사장이 될 최우선 위치에 있었다. 그의 어머니 알렉산더와 더불어 당시 정통 유대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얼마든지 모을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헤롯 왕은 자신의 정권 유지에 매우 위협적 존재인 아리스토불로스의 나이가 매우 어리다는 것을 흠잡아, 다른 제사장 가계 출신의 아나넬(Ananel)을 종교지도자인 대제사장으로 임명했다. 아리스토불리스의 어머니 알렉산더는 매우 노하여 애굽 여왕 클레오파트라 Ⅶ세(Cleopatra Ⅶ)를 찾아가 간절히 호소했다. 애굽 여왕의 간섭에 의해 아나넬을 대제사장에서 면직시키고, 알렉산더의 아들 아리스토불리스를 대제사장으로 세우는데 성공했다.

아리스토불리스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예루살렘에서 대제사장으로 임명받아 최초의 초막절 제사를 집례했다. 헤롯 왕은 그를 모친 알렉산더와 같이 여리고로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는데, 정원의 풀장에서 아리스토불리스가 갑작스럽게 익사했다. 헤롯은 크게 슬퍼하는 척 하며 그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뤄줬다.

알렉산더는 헤롯의 음모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계획적으로 익사됐다고 확신하고, 재차 클레오파트라 여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전 35년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정부(情夫) 안토니우스는 헤롯을 환문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라오디게아로 그를 소환했다. 헤롯은 아내인 마리암메를 숙부인 요셉에게 맡기고, 자신이 로마 황제 안토니우스에게 처형될 경우 마리암메를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황제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사역에 헤롯을 이용할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고 처형을 회피했다.

헤롯은 부재 중 아내 마리암메와 숙부 요셉이 불의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즉시 그는 숙부 요셉을 처형했고, 아내 마리암메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녀마저 결국 죽이고 말았다.

헤롯은 자신의 권력유지에 누(累)가 될 만한 사람들은 모두 정적으로 몰아 죽이는 파렴치한이었다. 그는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마저 마음으로 의심하여 살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됐다. 정도(正道)를 벗어난 그의 통치 행태는, 영원할 것 같은 그의 권좌에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가도록 유도했다.

자신의 이념과 생각이 다른 반대 세력을 사랑으로 끌어안고 나가는 것이 참된 성경적 리더십이다. 하나님을 믿는 리더들은 반대 세력을 무조건 무력으로 제거할 것이 아니고, 사랑으로 설득해 공동으로 화합된 성경적 통치를 이뤄야 한다.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들은 어떤 곳에서도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오늘날 드러나는 교회의 성도와 목회자 간의 불화는 제2의 종교개혁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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