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사장을 여덟 번이나 교체한 지독한 독재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이스라엘의 독재자 헤롯(3)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헤롯 당시 유대 인구는 150만명 내지 200만명이었다고 추정되며, 거의 동수의 유대인이 국외에서 이산민(離散民)으로서 살았다. 모세 당시 출애굽 인구와 별 차이가 없었다. 헤롯은 이스라엘의 당대 최고 정치기관, 산헤드린 공회로부터 정치적 권력을 모두 빼앗고 종교적인 의회로 바꾸어서 종교적 기능만 하도록 한정시켰다. 유대인의 전통이나 관습을 모두 무시하고, 정치적인 견지에서 대제사장을 여덟 명이나 교체했다.

유대는 19지구로 구분되어 헤롯에게 직속하는 장관에 의해 독재 통치됐다. 국내 문제는 로마 제국의 제약을 거의 받는 일 없이 자유로웠으나, 대외정책에서는 독자 행동을 전혀 취할 수 없었다. 헤롯의 내정은 복잡한 세제(稅制)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인두세, 토지세, 조세, 가옥세 및 왕관세, 그리고 국내에 반입되는 모든 물자에 관세를 부과하고 도로 교량 항만 등의 사용세를 받았다.

로마 승인 하에 군대를 설치했으며, 헬레니즘적 스타일을 지닌 외인 용병부대가 중심이 됐다. 그들의 절대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실하게 복역한 사람은 유대 영내 헬레니즘 도시를 다스리는 정부 기관에 재임용했다. 고도의 스파이 제도를 띤 경찰을 국내에 창설하여 반대 세력들을 가차없이 제거했다.

성채, 저수지 및 수도와 대도시들을 건설하고 대규모의 경기장, 극장 및 궁전 등을 세웠다. 작은 포구(浦口)에 불과한 가이사랴를 항만 도시로 변모시키고, 세바스테도에 신전과 극장 등을 갖춰 국제적인 대도시로 개조했다. 헬레니스틱 및 로마식 문화 양식의 수입과 이방신의 예배 권장은 유대인의 증오와 반감을 더하게 했다. 예루살렘 성전 재건은 유대교에 대한 헤롯의 사악한 제스처에 불과했다. 그 성전은 헤롯 치세 중에 완공되지 않을 정도로 웅장했다.

헤롯은 유대 종교와 문화적 전통을 무시하고 헬레니즘 국가로서 정치의 틀을 짰으며, 백성들 사이에 뿌리 깊은 반감과 분열을 일으켰다. 유대인은 그의 사악한 이방화 정책에 반항의 태도를 보이며, 그를 유대 왕가(제사장)의 혈통과 관계가 없는 일종의 찬탈자(纂奪者)로 간주했다. 유대교 전통을 고수하는 자들은 바리새파에 집결하여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력을 펼쳤다. 세속 생활에 희망을 잃고 동굴 등 은둔 생활에 들어간 엣세네파는 주변 지구에 퍼져 있었다.

독재자 헤롯은 10명의 처첩을 얻어 도합 15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것은 궁궐 내에 비참한 권력 다툼의 원인을 만들어냈다. 그의 첫 아내는 도리스(Doris)인데, 두 사람 사이에는 안디파데라는 사내아이가 태어났으며, 헤롯이 두 번째 아내 마리암메(I세)와 결혼한 주전 37년 이후 도리스를 멀리하고 안디파데도 축제일에만 모습을 나타냈다.

두 번째 아내 마리암메는 헤롯이 진심으로 사랑한 생애 단 한 사람의 여성이었으나, 그들의 결혼이 헤롯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비극을 낳았다. 마리암메에게서 3남 2녀가 태어났는데, 막내아들은 로마에서 요절했고 다른 두 아들 알렉산더와 아리스토불로스는 주전 23년 로마에 보내져 아시니우스 폴리오(Asinius Pollio)에게 교육받았다.

헤롯의 셋째 아내 역시 마리암메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알렉산더의 저명한 제사장 딸이었다. 헤롯은 마리암메(II세)와 결혼함과 동시에 그녀의 아버지를 유대인의 대제사장직에 임명했다. 마리암메 II세에게서 난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 헤롯이라 불렀다.

넷째 아내 말다케(사마리아 출신)와 다섯째 아내인 클레오파트라 두 사람은 헤롯의 정치적 후계자가 된 세 아들의 어머니가 됐다. 전자에게서는 아켈라오(Archelaus)와 안티파스(Antipas), 후자에게서는 빌립(Philip)이 태어났다.

주전 18년 헤롯은 로마로 유학 보낸 알렉산더와 아리스토불리스의 두 아들을 왕궁으로 불렀다. 그러나 자신의 맘에 들지 않자 주전 12년 헤롯은 두 사람을 아구스도 황제에게 호소하여 단죄하려 했으나 아구스도의 중재로 화해했다. 그 후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돼 마침내 두 왕자는 투옥되었다가 주전 7년경 처형됐다.

헤롯은 70살 가까운 노년에 왕위를 노리는 근친 및 친자들에게 괴로움을 받으며, 백성들의 원성에 싸여 병고에 시달리는 등 비통한 나날을 보냈다. 왕위 계승자로 처음 안티파데로부터 헤롯(II세), 안티파스로 차례차례 지명했다. 죽기 전에는 다시 생각을 바꿔 아켈라오를 왕위에, 안티파스를 갈릴리와 베뢰아의 분봉왕, 빌립을 골란, 트라고닛, 바타네아 및 파니아스의 분봉왕이 될 것을 유언했다.

주전 4년 유월절 전에 헤롯은 여리고에서 죽었다. 맏아들 안티파데가 반역자로 처형되고 5일 후의 일이었다. 그를 증오하던 국민들과 근친들 중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성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지위와 영달만을 위해 전 생애를 바쳤던 그의 삶은 늘 불안했고 고통스러워 참 평안이 없었다. 죽는 날까지 권력의 경쟁자인 큰 아들을 살해하는 등 비극적인 마수를 부렸다. 외모는 왕관을 머리에 쓴 지도자로되, 내용은 꼼수를 부리는 간악한 소인배에 불과했다.

그의 생애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적이었으며,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백성들도 고통과 비통에 빠져야 했다. 한 명의 지도자가 어떤 인격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좌지우지됨을 보여줬다. 좋은 지도자, 참된 인격을 지닌 신실한 지도자를 위해서 전심으로 기도할 때다. 교회와 정치권 및 모든 분야를 이끌어 가는 반면 교사가 헤롯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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