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에서 감람나무와 포도나무, 가시나무의 차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 목사의 사사기 19] 기드온 70 아들의 몰살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9:1 여룹바알의 아들 아비멜렉이 세겜에 가서 그 어미의 형제에게 이르러 그들과 외조부의 온 가족에게 말하여 가로되 2 청하노니 너희는 세겜 사람들의 귀에 말하라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인이 다 너희를 다스림과 한 사람이 너희를 다스림이 어느 것이 너희에게 나으냐 또 나는 너희의 골육지친임을 생각하라 3 그 어미의 형제들이 그를 위하여 이 모든 말을 온 세겜 사람들의 귀에 고하매 그들의 마음이 아비멜렉에게로 기울어서 말하기를 그는 우리 형제라 하고 4 바알브릿 묘에서 은 칠십 개를 내어 그에게 주매 아비멜렉이 그것으로 방탕하고 경박한 유를 사서 자기를 좇게 하고 5 오브라에 있는 그 아비의 집으로 가서 여룹바알의 아들 곧 자기 형제 칠십 인을 한 반석 위에서 죽였으되 오직 여룹바알의 말째 아들 요담은 스스로 숨었으므로 남으니라 6 세겜 모든 사람과 밀로 모든 족속이 모여 가서 세겜에 있는 기둥 상수리나무 아래서 아비멜렉으로 왕을 삼으니라

1. 기드온은 70명의 아들을 두었고 아비멜렉은 그 중 첩의 소생이다. 그는 세겜 사람이며 아버지 기드온이 죽자 그의 고향에 가서 가족들을 충동시켜 왕이 되려 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기드온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청하는 데도 그들을 다스리는 왕이 되는 것을 거절하면서 하나님이 통치하셔야 한다고 말했지만 첩의 아들인 아비멜렉은 아버지가 믿음과 충성으로 능력을 얻어 역사함으로 얻은 외적 영예만을 탐한 것이다. 교회 역사에도 이런 류의 사람들이 일어난 적이 많다. 원래 부흥의 창시자들은 헌신과 희생으로 사람들을 모아 교회를 이루었으나, 후대들이 다만 외적인 권력과 물질적인 부를 원하여 자신들이 무리 가운데 왕이 되려고 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영적 세계에서든 인간 세계에서든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첫 세대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모든 재능과 노력으로 일구어낸 결과로 명성과 지위를 얻는 반면, 자녀들이나 다음 세대 사람들은 선조의 영예나 명성이나 지위를 얻으려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야심가들의 속성을 잘 알지 못해 그 술수에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2. 아비멜렉은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했다. 여룹바알의 아들 70명이 너희를 다스리는 것과 한 사람(자기 자신을 의미함)이 너희를 다스리는 것이 어느 것이 너희에게 나으냐? 또 나는 너희의 골육지친임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정치가들이 사용하는 소위 지방색을 사용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한동안이나마 하나님의 통치에서 인간 통치 상태로 떨어지고 만다. 그 어미의 형제들(아비멜렉의 외삼촌들)은 아비멜렉의 말에 찬동하여 세겜에 다니며 사람들에게 그의 말을 전파했다.

그의 말은 효력이 있어 들은 사람들이 바알브릿의 묘에서 은 칠십 개를 내어 아비멜렉에게 소위 정치자금으로 주었다. 협조하겠으니 잘해보라는 이야기다. 아비멜렉은 그 돈으로 건달과 폭력배들을 사서 그들과 함께 오브라에 있는 기드온의 칠십 아들을 한 반석에 모으고 다 죽여 버렸다. 그 중 말째 아들 요담만이 도망가서 목숨을 구했다. 이같이 하나님께서 권위를 주셔서 자연스럽게 정권을 잡는 경우가 아닐 때에는 피를 부르게 된다.

3. 세겜 사람들과 밀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왕으로 세웠다. 이스라엘은 아비멜렉의 그런 악한 일에 동조하고 있었다. 요단 동편으로 건너간 두 지파 반 사람들이 제단 하나를 세워도 싸우려 하던 그들이었다. 몇몇 베냐민 사람들이 한 레위인의 첩을 욕보이고 죽게 하자 베냐민 사람들을 대하여 전쟁을 벌이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영적 상태가 극도로 낮아지자 그들을 미디안에게서 구출해 준 위대한 지도자 기드온의 칠십 아들이 한 패륜아의 야심에 의하여 무참하게 살해되었는데도 그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이렇게 하나님 백성의 타락에는 정도가 있다. 이들은 극심한 어두움에 떨어졌다. 그들은 기드온의 훌륭한 영적 통치에서 아비멜렉의 인간적이고 육적이고 사악한 통치 아래 떨어져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타락했던 것이다.

7 혹이 요담에게 그 일을 고하매 요담이 그리심 산 꼭대기로 가서 서서 소리를 높이 외쳐 그들에게 이르되 세겜 사람들아 나를 들으라 그리하여야 하나님이 너희를 들으시리라 8 하루는 나무들이 나가서 기름을 부어 왕을 삼으려 하여 감람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우리 왕이 되라 하매 9 감람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리요 한지라 10 나무들이 또 무화과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의 왕이 되라 하매 11 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단것, 나의 아름다운 실과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리요 한지라 12 나무들이 또 포도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의 왕이 되라 하매 13 포도나무가 그들에게 이르되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나의 새 술을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리요 한지라 14 이에 모든 나무가 가시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의 왕이 되라 하매 15 가시나무가 나무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참으로 내게 기름을 부어 너희 왕을 삼겠거든 와서 내 그늘에 피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불이 가시나무에서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사를 것이니라 하였느니라 16 이제 너희가 아비멜렉을 세워 왕을 삼았으니 너희 행한 것이 과연 진실하고 의로우냐 이것이 여룹바알과 그 집을 선대함이냐 이것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보답함이냐 17 우리 아버지가 전에 죽음을 무릅쓰고 너희를 위하여 싸워 미디안의 손에서 너희를 건져내었거늘 18 너희가 오늘날 일어나서 우리 아버지의 집을 쳐서 그 아들 칠십 인을 한 반석 위에서 죽이고 그 여종의 아들 아비멜렉이 너희 형제가 된다고 그를 세워 세겜 사람의 왕을 삼았도다 19 만일 너희가 오늘날 여룹바알과 그 집을 대접한 것이 진실과 의로움이면 너희가 아비멜렉을 인하여 즐길 것이요 아비멜렉도 너희를 인하여 즐기려니와 20 그렇지 아니하면 아비멜렉에게서 불이 나와서 세겜 사람들과 밀로 족속을 사를 것이요 세겜 사람들과 밀로 족속에게서도 불이 나와서 아비멜렉을 사를 것이니라 하고 21 요담이 그 형제 아비멜렉을 두려워하여 달려 도망하여 브엘로 가서 거기 거하니라

1. 어떤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아비멜렉이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죽일 때 맨 말째 아들인 요담이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뭔가 말할 수 있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마땅히 말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는 다른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요담이 말하는 것이 가장 효력이 있다. 70명이 다 죽고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의 상황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첫째로 하나님께 감사드릴 것은 한 사람을 남겨두셨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러한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장소에서 할 말을 했다는 것이다.

2. 그는 축복의 말을 하는 산인 그리심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비멜렉의 일을 비유로 서술했다. 축복의 말을 하게 되어있는 그리심 산에 올라가서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에게 저주의 말을 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축복의 산에 올라가서 저주의 말을 한 것이다. 이는 요담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에게 간접적인 인상을 주려 한 것이다. 즉 그들이 왕을 세워 축하하는 일이 실지로는 축복의 성분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는 세겜 사람들에게 자기 말을 들어야 하나님이 그들의 말을 들으실 것이라 했다. 이는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의 일로 하나님 앞에 합당하지 않은 위치에 서 하나님께서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시게 되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하나님 앞에 죄를 지었다. 그들은 요담의 말을 들어야 했다.

3. 요담이 비유로 한 이야기는 이러하다. 나무들이 하루는 감람나무에게 가서 우리의 왕이 되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감람나무는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우쭐대리요”(흠정역 참조) 하면서 사양했다. 또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사양했다. 이 세 나무의 어조는 모두 “내가 어찌… 우쭐대리요”이다.

이것은 아비멜렉의 말이 거짓임을 드러낸다. 기드온의 70 아들들 중에는 출중한 사람들이 있어 충분히 왕이 되어 감람기름이나 무화과나 포도를 산출할 역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이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바가 아님을 알고 거절했다. 아비멜렉은 그들 70명이 왕이 되는 것보다 자기 한 사람이 왕이 되어 다스리는 것이 낫다고 하였는데 요담은 자기 형제들이 오브라에 있을 때 결코 왕이 되려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사도 바울은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고전 10:23)라고 말하였다. 감람나무가 나무들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모든 숲을 다스리며 참나무와 백향목과 모든 과수로부터 제왕으로서의 경배를 받으라는 청을 받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이는 감람나무나 모든 숲에게 매우 바람직한 일 같아보여도, 과연 이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감람나무처럼 많은 나무들에게 기름을 공급할 수 있고 포도나무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공급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모든 나무들 위에 우쭐대면서 왕 노릇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럴때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면서 왕이 되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과 사람에게 유용한 사람이 되며,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사람이 될 뿐 그 이상을 구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두막살이에서 감람나무 시절에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님에게 영화롭게 하며 기름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궁궐로 위치를 바꿨을 때 더 이상 다른 사람이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기능을 상실한다.

우리에게 어떤 제안이 왔을 때 우리는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일이 진실로 하나님과 사람에게 영광을 돌리며 유익을 줄 수 있는가?” 여기서 감람나무는 가서 왕이 될 때 그 기름 공급하는 일이 멈춘다는 것을 알았다. 즉 왕 노릇하는 것과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일을 바꾼 것이다.

감람나무나 포도나무는 거절하였지만 가시나무는 그 요청을 받았다. 그것은 가시나무가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시나무는 그 자체가 아무 공급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감람나무나 포도나무는 이미 그 공급을 가지고 충분하게 하나님을 섬기고 있으므로 더 이상 다른 것을 구할 것이 없다. 하나님의 교회에서 헛된 영광을 구하는 자들은 대부분 속에 아무 것도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밖의 지위와 명예를 추구하며, 그것을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으로 여겨 기뻐한다. 그러나 참된 생명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저들은 이미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공급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섬기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는 이런 자들이 많이 필요하고 가시나무는 하나도 필요하지 않다.

4. 요담은 또 아비멜렉이 왕이 되려는 것은 가시나무가 왕이 되려는 것과 같으며, 가시나무가 다른 나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불(멸망)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인들(특히 세겜 사람들)을 백향목에 비유했다. 이는 요담이 그래도 동족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는 그들이 아비멜렉에게 속임당하고 사로잡혀 그런 죄를 지은 것 뿐이라 말해주고 있다. 그들을 백향목에 비유한 데는 세겜 사람들에게 아직 소망을 두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또 만일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나와 그들을 사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5. 동시에 요담은 세겜 사람들의 양심을 깨우는 말을 했다(16-19절). 다른 사람이 아닌 기드온의 남은 자식이 이러한 말을 할 때 가장 사람들의 양심을 만지게 된다. 여기에 단 한 명이라도 그의 아들이 살아남은 것은 의미가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일로, 극한 하락과 부패 가운데 진리와 의를 세우심으로써 죄를 정죄하시는 하나님의 공의이다. 이는 세겜 사람과 아비멜렉 모두의 양심에 타격을 가하는 말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회개하고 돌이키기를 얼마나 원하시는지 모른다. 요담은 선지자적인 말도 했다. 그들의 결과를 예측한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아비멜렉에게서 불이 나와서 세겜 사람들과 밀로의 집을 사를 것이요 세겜 사람들과 밀로의 집에서도 불이 나와 아비멜렉을 사를 것이니라”(20절). 결국 요담의 예언적인 저주의 말은 그대로 응했다(5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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