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개미마을 주민들이 너무 억울합니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크리스천투데이 DB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크리스천투데이 DB

지금 송파구 문정동에서 강제철거당한 개미마을 주민 40세대가 오늘로 5개월 14일째 서울SH공사 1층 로비에서 숙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들과 함께 로비에서 숙식을 하며 세상을 향해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SH공사가 현행법을 어기고 새벽 5시 반에 잠자는 주민들을 팬티바람으로 내쫓고 기습 철거를 강행하여 오갈 데가 없어진 데다,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SH공사로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개미마을 주민들이 7월 5일부터 농성을 시작한지 두 주일 후 저는 이분들이 억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SH공사 유민근사장에게 바른 처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경찰은 계속 이들을 끌어내겠다고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함께 숙식을 하자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고 양측을 불러 사실확인을 한 후 주민들이 옳다고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려 하였으나, 급작스럽게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면서 해결이 중단되어 할 수 없이 다음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유민근 사장을 만나 “개미마을과 같은 경우 LH공사는 전부 특별분양을 해주고 있는데 왜 SH공사(서울시)만 그렇게 하지 않는가? 서울시가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그 내용을 설명해 달라. 개미마을 주민에게 특별분양을 할 경우 그 파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우리는 양해하고 물러나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곽인 본부장으로부터 답변을 들었지만 그 내용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LH공사가 개미마을 주민과 같은 처지에 있는 가구에 특별분양을 한 자료를 보여주었고, 1996년 토지공사가 문정동 개미마을의 아홉 가구에 이미 특별분양을 한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개미마을 주민에게 특별분양을 하면 다른 마을에도 그렇게 해 주어야 해서 세금을 1-2천억원 더 쓰게 된다면 우리는 포기할 터이니 근거자료를 달라고 했지만 SH공사는 그런 자료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개미마을 주민들에게 특별분양을 해도 이로 인한 추가부담은 9세대분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SH공사 유민근 사장은 아랫사람들의 허위보고만 믿고 잘못된 입장을 취해 온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유민근 사장에게 전하고 우리를 납득시킬 답변을 달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 답변이 없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요즈음은 SH공사가 개미마을이 주거용 건물이 아니고 농업용 농막(農幕)이어서 안 된다고 말한답니다. 지금은 다 철거되어 현장에 가 볼 수 없지만 증거사진은 다 있습니다. 개미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던 무허가 건축물은 판넬 또는 슬레이트의 주거용 건축물입니다. 그리고 농업용 농막이었다면 왜 도로공사는 이 마을 9개 가구에 특별분양을 했겠습니까?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취임한지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날씨가 추워지니까 주민들이 저를 찾아와 눈물로 호소를 하네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저도 주민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서울시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아닙니다. 제가 나경원 후보에게 찾아가서 문제해결을 요청하고 주민들을 만나달라고 부탁했지만 나경원켐프는 SH공사 책임자만 불러 경위를 듣고는 이 사안을 묵살했습니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편을 들겠다는 뜨거운 마음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유일하게 송파구 출신 서울시의원인 강감창 의원만 한나라당임에도 불구하고 동분서주 뛰면서 주민들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저는 17일부터 주민들과 숙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어제 밤에도 SH공사 로비에서 전기담요 하나만 의지해서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주민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겪었습니다. 더구나 이분들은 짐이 컨테이너 박스 안에 있어 옷도 제대로 없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합리적인 주장만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저와 주민들이 6개월 가까이 투쟁하는 것도 우리들의 주장이 옳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SH공사는 주민을 내쫓기 위해 법원에 간접강제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SH공사가 우리를 쫓아내면 우리는 SH공사 앞 도로에서 숙식할 것입니다. 텐트를 빌리겠지만 경찰이 그것마저 빼앗으면 텐트 없이 노숙할 것입니다.

우리를 굴복시키는 길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 생각이 틀렸음을 납득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SH공사는 그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 점을 객관적으로 규명해 주는 곳이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은 12월 23일 저녁 7시반에 SH공사 앞 도로에서 “개미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봅니다. 젊은 시절, 빈민목회를 하셨던 김진홍 목사님께서 설교하십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이들의 고통을 아파하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호소합니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이 성탄예배에 다 와 주십시오. 그래서 한 목소리로 서울시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십시다. 저와 주민들이 SH공사 로비에서 잠을 자는 고통을 하루 빨리 끝내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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