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수제자로 준비된 베드로(1)
베드로의 유소년 시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길이 없지만, 성경에 나타난 기록에 따르면 그의 성(surname)은 시므온(행 15:14) 또는 시몬(마 4:18)이다. 창세기 29장 33절에 나오는 이스라엘 한 부족 조상의 이름에서 연유했으며, 1세기 당시 유대인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이름이다. 히브리어로는 시므온, 아람어로는 스이몬, 70인경은 스매온으로 표기된다. 다른 이름 베드로는 아람어 게바의 헬라어 역이며, 스승 예수 그리스도가 주셨고 ‘반석’을 의미하는 그의 별명이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는 그를 베드로 또는 시몬으로 부르고 있지만, 사도 바울은 그를 주로 ‘게바’란 이름으로 호칭한다(고전 1:12, 3:22, 9:5, 15:5, 갈 1:18, 2:9-11).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12 사도 중 하나가 된 형제 안드레, 친구 빌립과 같이 갈릴리 벳새다라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자랐다(요 1:44). 어부의 집이라는 문자적 의미를 지닌 벳새다는 당시 가버나움 출신 수많은 어부들이 집단을 이루며 살고 있던 촌락이었다. 부친 요한(요 21:15)과 그의 친형제 야고보와 요한은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의 아내는 바나바의 형제 아리스도브로스의 딸로,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고 전해진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 사이에서 항상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나이가 어린 사람을 공동체의 지도자로 삼는 전통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제자들보다 연장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드로의 나이는 당시 약 40세쯤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들 형제가 고기잡이배(漁舟)를 소유하고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모두 초대할 수 있을 만한 넓은 집에서 살고 있었던 것을 보면, 중류 정도의 생활 형편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베드로는 사도행전 4장 13절에서 ‘학문 없는 범인’이라 불리고 있었지만, 완전한 문맹자는 아니었다. 서신(베드로전후서)을 써서 소아시아에 있는 제 교회에 보낸 사실을 보더라도 학문적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다소의 기초 교육은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베드로가 살던 갈릴리 바다 주변 인종은 매우 다양했다. 유대인 헬라인 수리아인 아랍인 베니게인, 그리고 로마 군인과 관리들이 섞여 살고 있었다. 고기를 잡아 파는 것은 한편으로 로마 세리들과 직접 관계할 수 있게 했고, 다른 편에서 수리아 및 헬라 상인들과 자주 접촉하게 만들었다. 관광객 등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자신의 배에 태워 호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네주는 일도 자주 했다.
좁은 유대교의 보수적 울타리를 벗어나 밖에 있는 넓은 세계를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자유롭고 진보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듣고 공명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설 수 있는 준비가 자신도 모르게 계속 진행됐다. 관계(官界)의 부패, 실업계의 혼탁(混濁), 사회 인심의 타락 등을 직접 목격하면서 순수하고 정직한 그의 마음이 상하게 됐고, 자아 갱생과 더불어 세상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베드로가 예수 그리스도를 처음 만난 것은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단강가 베다니에서였다(요 1:28). 형제 안드레가 세례 요한의 소개로 예수 그리스도의 처소를 찾아 가르침을 받자마자 감동되어 베드로를 끌어들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잠재력 있는 그의 사람 됨됨이를 깊이 통찰하고, 게바(반석)라는 놀라운 이름을 주셨다(요 1:41, 42).
그가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것은 그로부터 잠시 후, 형제 안드레와 함께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던 때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막 1:17)”고 말씀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 공생애 최초의 일로써, 그들 형제와 더불어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최초의 네 제자가 됐다. 그는 처음부터 12명의 제자들 사이에 지도자의 위치를 차지했고, 사도들의 명단에서 항상 맨 앞 첫 번째로 기록됐다.
갈릴리 벳새다 출신 베드로는 젊은 날 자신도 모르게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로 철저히 준비됐다. 젊은 시절 갈릴리 바다의 어부로 성실하게 살아가며, 직업상 대외적인 유수한 인물들을 많이 만나 폭넓은 지식과 안목을 쌓게 됐다. 때가 되어 리더십이 준비되자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불러 제자 공동체의 수장으로 삼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던 중 덤으로 얻은 지식과 지혜를 사용해 공동체를 리드할 수 있게 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 사역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주춧돌이 돼 미래 사회를 바꾸고 국가를 바꿀 수 있는 큰 동력이 된다. 미래 우리 사회와 국가와 교회를 리드할 지도자들을 뽑을 때, 주어진 일을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