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김정일 사망과 조문행렬에 대하여(2)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남북분단의 원흉이자 6·25 전쟁의 참화, 이산가족의 장본인. 북한 2400만 동포를 역사 이래 가장 참흑한 생지옥으로 만든 김일성 가문의 3대 세습과 김정일의 사망을 목격하면서 지금 남한 내에서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만명 넘는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북한의 대부분 주민들도 기뻐할 것이라는데 남한 내에서는 수많은 시민단체, 야당, 종교단체들이 독재자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발표하며 조문하러 가겠다고 안달하고 있다.

지난 20일 영국 북한대사관 앞에서는 탈북자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축하드리며’라는 한글과 영문 유인물을 뿌리고, 현관문 앞에는 사망을 축하한다는 꽃다발도 놓으며 대사관으로 진입하기 위해 현관 초인종을 눌렀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만세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치고 “인민의 손으로 독재자를 심판하지 못해 아쉽다. 언론에서 북한 주민들이 모두 슬퍼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 안타까워 행동에 나섰다”는 뉴스가 있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기뻐하고 통쾌하게 여기고 있지만, 방송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은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연기이며 방송용 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행동했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그가 이렇게 편히 수명을 다하고 죽게 내버려 둔 것이 분하고 아쉽다고 한다.

이같이 원한이 사무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는 논의 끝에 김대중 대통령 미망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씨를 답례 차원으로 조문 방북을 허용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단체, 종교단체, 야당들이 자기들도 조문하러 방북하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입지를 참작하여 허용했으니 자기들도 관계개선을 위하여 방북 조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김정일은 정상적 우리국민들이라면 애도하거나 조문할 대상이 아니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돌에 맞아 죽어야 할 카다피보다 훨씬 더 악당이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그에 비하면 오히려 천사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남한 당국자들과 조문 방북하겠다는 분들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는 북녘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케 하는 일이며 북한의 김정일 김정은 체제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체제가 위대하고 존경받기 때문에 이렇게 남쪽에서도 법석을 떨며 조문단을 보내고 슬퍼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에 유래가 없는 위대한 지도자이기 때문에 남조선에서조차 저토록 슬퍼 조문을 오고 존경한다고 선전한다. 그러니 우리 북조선 인민들은 더욱 위대한 김일성 체제에 순응해야 하고 힘들고 배고프고 숙청당하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져도 그저 잠잠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와 압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34년간 감옥에서 복역하면서도 마음을 바꾸지 않은 지리산 빨치산출신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를 북한으로 송환해 준 적이 있었다. 이때 대대적은 환영식을 베풀고 ‘공화국영웅’ 칭호를 주고 ‘신념과 의지의 화신’으로 부르며 “남조선에서 34년이 넘도록 김일성 장군님을 배반하지 않고 충성을 지킨 영웅”이므로 김일성은 세계적인 지도자이며 남조선에서도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선전을 했다. 북한 주민들을 김일성은 위대하므로 누구도 배반할 수 없다는 이같은 일들이 북한 주민들을 체제에 저항하거나 반대하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효과를 영향을 주고 있다. 임수경 양이 방북했을 때나 김대중, 문익환 목사나 한상렬 같은 자들이 방북했을 때도 얼마나 큰 선전도구가 되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김정일 사망과 그의 장례식에 애도를 표하고 방북하여 조의를 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루속히 통일이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처구니없고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일이며, 이런 일에 이용당하고 저들을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것임을 기억해 봤는지 모르겠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일들을 보면서 김정일이 위대한 줄 알고 김정일은 남한 국민들도 이렇게 존경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꼴이 된다. 남한 정부와 국민들이 이렇게 존경하고 슬퍼하는 지도자를 우리는 불평하지 말고 존중하고 순응하고 굴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의 주장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여 평화를 위하여 큰 일을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이같은 돌출행동은 저들에게 이용당하고 저들의 선전도구가 될 뿐이며, 이는 고통 중에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지금 북한 당사자들은 이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남측 조문단을 모두 받겠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초청장을 발송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 조문단을 일체 받지 않겠다더니 오히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모행렬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키고, 특권을 누리는 극소수의 저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김정일을 위하여 만들고 관리하던 조직지도부 제5과의 별장마다 수백명 이상씩 훈련하여 향락과 유희를 위하여 관리하던 기쁨조 여성들은 오로지 김정일을 위한 조직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사망하였으니 아비의 유희대상(첩)을 아들이 상속받을 리가 없다. 만일 김정은도 그 아비처럼 한다면 자기에 맞는 어린 기쁨조를 다시 선발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김정일 생존에서도 가끔씩 충성하는 부하들에게 분양했다고 하는데 측근들 당 간부들이 각기 분양받아 나누어 가지리라 생각된다. 당 간부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거나 불쾌할 리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지나친 생각일까.

남한의 시민단체와 야당 그리고 종교단체들은 이같은 면을 생각해야 한다. 애도한다든지 조문한다든지 하는 일은 저들에게 이용당할 뿐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굶주리고 고통당하는 주민들, 하루속히 새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는 불쌍한 우리 형제들이 그 절망과 고통을 지속하는 일에 더 이상 이용당하지 말기 바란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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