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에게서 배울 수 있는 ‘웃어른 공경’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주의 모친을 끝까지 섬긴 사랑의 사도 요한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의 모친 마리아를 끝까지 섬긴 사도 요한은 ‘여호와의 사랑하는 자’ 라는 의미를 지닌 주후 1세기 인물로, 부친 세베대와 모친 살로메(마 27:56, 막 15:40)의 아들이며 또다른 사도 야고보의 친 형제다. 살로메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 마리아와 친자매 관계로 알려져 있다.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 요한 1·2·3서 및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탁월한 성경 저자이기도 하다.

사도 요한은 벳새다(또는 가버나움)라 불리는 갈릴리 지역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세기 당시 갈릴리 사람들은 대체로 정열적이며 통큰 용기가 있었고 매우 호전적이었다. 사회의 지도층이었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영향이 큰 정통 유대 지방 사람들에 비하면 매우 소박했고 편견도 적었으며 늠름했다. 사도 요한도 당시를 살던 갈릴리 사람들의 보편적 성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사도 요한은 처음 세례 요한의 제자였으나,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은 후 주님을 찾아가 제자가 됐다(요 1:30). 갈릴리 해변에서 아버지 세베대 및 형제 야고보와 함께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을 때 전도하던 스승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마 4:21, 막 1:19). 그때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 요한에게 “나를 따라오라”고 부르자, 즉시 배와 부친을 버려둔 채 제자가 돼 스승을 따랐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갈릴리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복음 전도를 시작하자 사도 요한은 주님과 함께 늘 동행했으며, 제자로서 약 3년 동안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다(막 1:21,22). 때가 되어 대표적인 12제자 중 한 사람으로 선택되었고(마 10:2, 막 3:17, 눅 6:14), 예수 그리스도의 관심과 사랑을 크게 받았다. 선임제자 베드로와 그의 친형 야고보와 함께 3년 내내 예수 그리스도의 곁을 늘 지켰다.

야이로의 딸 치유 사건(눅 8:49-56), 산상 변화 사건(마 17:1-8),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막 14:32-42) 등 중요한 때에 스승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그에게 특별히 허락됐다. 최후의 만찬 준비 명령을 받은 것도, 최후의 만찬시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가슴에 기대었던 것도, 십자가 상에서 최후의 순간 주님께로부터 주의 모친 마리아를 봉양하도록 부탁 받은 것도 사랑 많은 사도 요한이었다(눅 22:8, 요 13:23, 19:26,27).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유언에 따라 주의 모친 마리아를 섬기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는 주의 모친 마리아를 예루살렘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모셔다, 그녀가 죽을 때까지 11년 동안 봉양했다고 전설은 전한다.

초창기 사도 요한은 보통 사람과 달리 도를 넘는 무모한 정열과 매우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전도 중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마리아인의 촌에 하늘로부터 불을 내리게 하자고 제안했고(눅 9:54), 예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귀신 쫓아내는 것을 강력히 금지시켰다(눅 9:49).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괴팍한 그에게 ‘보아너게(우뢰)’란 별명을 붙여줬다(막 3:17). 신앙이 깊어진 후반기의 사도 요한은 매우 겸손하고 내성적인 성품으로 바뀌었다. 요한복음에서 그는 거의 입을 열고 말하지 않았으며, 부활하신 날 아침 소심할 정도로 신중성을 보이기도 했다(요 20:1-10). 사도행전 기사를 보면 그는 항상 베드로의 보좌역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성전에서의 기적(행 3장), 사마리아인에게 성령 강림(행 8:14-25) 때 등장하나, 모두 선임 제자 베드로의 보좌역으로서였다.

그는 골고다 언덕에 놓인 십자가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 주님의 최후를 지켜본 유일한 남성 제자다. 사도 요한은 부활의 날 아침 베드로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에까지 갔고, 그 후 몇 차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 1세기 당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오해하여 사도 요한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요 21:23).

예루살렘 성전의 미문(美問)에서 앉은뱅이 거지를 고칠 때 베드로는 입으로 말했지만, 그를 손으로 붙들어 세운 자는 사도 요한이었다. 유대인 지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무 사람에게도 말하지 말며 가르치지 말라고 경계하자, 사도 요한은 “하나님 앞에서 너희 말 듣는 것이 하나님 말씀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대담하게 선언했다(행 4:19,20).

사도 요한은 바울의 선교활동에 의해 복음이 소아시아 지방까지 전해지자, 에베소 교회의 감독으로 초빙받았다. 수리아 교회력 12월 17일은 요한의 순교 기념일로 되어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그는 로마의 황제 도미티아누스(51-96) 황제 때 박해를 받아 독배를 마셨으나 아무런 해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펄펄 끓는 기름 솥에 그의 몸이 던져졌지만, 기적적으로 죽음을 면했다는 전설도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주님의 명령에 따라 힘 없고 늙은 마리아를 자신의 사비(私費)로 끝까지 봉양한 신실한 사도 요한은 이 땅에 살아 있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포근하고 잔잔한 영향을 끼쳤다. 자신의 모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지시에 절대 순종해 자신의 특별한 별장에 모시고 효도한 그의 삶은 오늘날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신다. 웃어른을 공경하지 하고 푸대접하는 현대 사회 젊은이들에게 신학적·윤리적 메시지를 던져준다. 1세기 사도 요한 이래 하나님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된 웃어른에 대한 공경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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