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 베드로(2)
예수 그리스도의 선임제자 베드로는 다른 11명의 제자들보다 언행이 늘 앞섰다. 스승 예수 그리스도께 먼저 가까이 가기 위해 바다 위를 무모하게 걸어 가려던 것도, 변화 산에서 초막 셋을 짓겠다고 무조건 제안한 것도, 스승의 수난 소식을 듣고 죽어도 주를 버리지 않겠다고 호언 장담한 것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분노하여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칼로 벤 것도,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후 디베랴 바다에 나타나셨을 때 겉옷을 두른 채 성급하게 바다로 뛰어내린 것도 항상 베드로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중대한 질문을 했을 때 모든 제자들의 대변자로서 나선 것도 베드로였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질문에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이니다”라고 고백하여 12명의 사도 중에서 최고 지도자로서 직위를 확인받기도 했다. 어느 날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마지막 수난에 대해 말씀하시자,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에게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라고 소리치며 주장하다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라는 책망을 신랄하게 받기도 했다(마 16:23, 24).
베드로는 감수성이 누구보다 풍부하고, 충동적인 성품의 소유자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수난 당하기 전날 밤만 하더라도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 라고 호언했지만, 혀 끝의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주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과 성품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열정은 어느 누구도 베드로를 따라갈 수 없었다. 언젠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대중들이 오해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곁을 떠나버렸다. 예수 그리스도가 12제자들에게 “너희도 가려느냐”고 물으셨을 때 “주여, 영생의 말씀이 계시매 우리가 뉘게로 가오리이까” 라고 베드로는 즉시 대답했다(요 6:67,68).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교회 당국자들과 충돌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배신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 급기야 대제사장과 로마 군병들에게 체포되어 형사 재판을 받았고,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됐다.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보다 늘 주님과 가까이 있어 그 사건들을 모두 직접 목격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신실한 여종 막달라 마리아 다음, 두번째로 역동적인 선임제자 베드로에게 나타나셨다(고전 15:5). 주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운명하신 후 의기소침한 제자들이 고향 갈릴리 고향에 돌아가 자신들의 원래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 주님이 베드로를 직접 방문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 번씩이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나를 사랑하느냐” 라고 물으시고,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베드로를 격려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격려와 훈계를 받은 12명의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모여 새로운 기독교의 재건에 착수했다. 그 재건 운동에 베드로는 제자 공동체의 선임 지도자로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다. 스승을 배신하여 자살한 가룟 유다의 후계자로서 맛디아를 선출할 때도 베드로의 제의가 큰 역할을 했다. 120명의 무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좇아 약속된 성령의 강림을 대망하면서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오순절 대사건을 경험할 때에도 선임 지도자는 선임 제자 베드로였다.
베드로는 1세기 당시 기존의 유대교에서 독립한 새로운 교단을 조직할 계획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믿고, 하나님의 나라가 곧 임할 것을 성경대로 기다릴 뿐이었다. 베드로와 신진 조직이 이스라엘에서 세력을 더해감에 따라, 유대 종교 당국자들이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고, 극심한 박해를 가했다. 베드로는 “하나님 앞에서 너희 말 듣는 것이 하나님 말씀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행 4:19,20)”고 말하며 목숨을 걸고 기득권 층에 적극 대항했다.
이방 사마리아 지역의 전도가 시작되자 베드로는 빌립을 돕기도 하고(행 8:14-24), 룻다 욥바 가이사랴 등지를 순방하며 스승의 명령대로 전도를 했다. 베드로는 이방인의 사도로 임명된 바울보다 이방인 전도에 먼저 참여했다. 이달리야 대의 백부장 고넬료의 가정에 초청을 받아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주고 이방인들을 하나님의 교회에 받아들임으로써 구원의 문호를 범 우주적으로 활짝 열었다(행 10:1-48).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요 21:19) 이외에 어떤 내용도 성경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그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기까지 약 25년 동안 로마의 초대 감독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공관복음 사도행전 및 그의 서신 등을 통하여 알려진 베드로는 성품이 매우 충동적이며, 언동에 수많은 실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순교하기 직전까지 평생 스승 예수 그리스도를 뜨겁게 사랑하므로, 선임 지도자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세상 지식도 부족하고 성품과 인격도 정돈되지 않았지만, 목숨을 바쳐 무지한 자신을 훈육하고 가르쳐 준 스승을 끝까지 배반하지 않고 사랑하고 존경한 지조와 의리가 선임 제자 베드로를 문하생들의 탁월한 리더로 만들었다. 작금,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 훈육할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스승과, 스승을 끝까지 존경하고 사랑할 베드로 같은 참 제자가 이 땅에 없는 것이 매우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