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분노를 확인한 한나라당은 비상이 걸렸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재집권 지지 비율이 30.4%, 정권교체 49.2%, 정당지지율 한나라당 31.3 야당 35.5%,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3년 10개월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31.5% 부정 64.4%로 확인되면서 특히 청년층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한나라당을 당혹케 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183명의 국회의원들이 80여일 남은 4월 총선에서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초조,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한나라당의 추락의 원인과 책임
이와 같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추락한 원인과 책임을 꼽으라면 첫째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2011년) 무역실적 1조 달러를 달성했다고 국가경제가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할지 모르겠지만 서민경제는 말로 다할 수 없도록 피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은 빈민으로 내려앉고 살기 힘들다는 절망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기업 CEO와 임원들, 그리고 금융기관 임원 등 귀족들, 공무원, 국영기업체와 대기업 정규직 등은 높은 임금과 보너스, 수당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수많은 자영업자, 계약직노동자, 일용직노동자, 청년실업자, 농어민 등은 푼푼이 저축하던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하고 카드빚을 내 생활하기에 급급한 지경이 되고 있다.
청년들은 어렵게 대학을 나와도 대출받은 학자금 부채가 감당키 어렵고 그 대출부채를 조회하여 취업에 지장이 있고 전세값이 치솟아 결혼도 자녀를 낳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민심이 흉흉하고 한나라당의 미래가 암담한데도 대통령은 자신이 빈곤했던 시절은 다 잊어버렸는지 재벌과 부자들 편만 드는 것 같고 무슨 고집인지는 모르지만 오로지 자기 식대로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국민 지지율(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는 박근혜 의원에게 당 운명을 맡기고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2. 비상대책위원들의 지혜와 역량
그러면 박근혜 대표의 의도대로 선임한 비상대책위원들이 과연 당을 새롭게 변화시킬 역량과 지혜가 있는 인재들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특히 26세의 이준석 군의 경우가 그렇다. 과학고를 나와 하버드대학을 나왔다는 것만 보아도 명석한 청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이큐가 높은 것과 지혜는 다르다. 하버드대 출신을 말한다면 홍정욱 의원이나 강용석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분들도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새로운 인재, 신선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등장한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들의 오늘 결과는 어떤가. 누구나 아직 검증되기 전에는 신선해 보이고 새로워 보이는 것이다.
특히 이준석 군이 민주노동당의 이정희의원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에 한명이라 했는데 이정희 의원은 학력고사 만점인 서울법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준석 군 처럼 수재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민주노동당 대표로 저분들이 추구하는 국가관이 어떤지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이라크 파병 반대,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수입 반대, 연평도 포격 규탄결의안 기권, 민족상잔의 참화인 6·25전쟁을 남침인지 북침인지 치밀하게 생각해 보고 답하겠다고 하고, 서해교전은 남측이 도발했다, 천안함 폭침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둥 혹시 주체사상추종자는 아닌지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
며칠 전 필자가 쓴 ‘김정일 사망과 주체사상에 대하여(3)’란 칼럼을 한번 조회해 보기 바란다. 만일 이준석 군이 이와 같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면 앞으로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은 차차 배워 실수를 시정하면 된다. 그러나 그가 주체사상 추종자들과 맥락을 함께 한다면 이준석 군은 한나라당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민주노동당으로 입당해야 한다.
만일 이준석 군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친북노선을 주장하는 박O순씨나 정O영 박O원 천O배 등과 같이 쉽게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 계산된 행동이라면 그 양면성과 의도가 없는지 밝혀내야 한다.
둘째, 대통령실에서 보내온 란(蘭)을 다시 싸서 집어넣고 후배들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는 말과 아니라는 말이 어디가 진실인지, 아니면 말 바꾸기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자신이 당내 무슨 영향력이 대단해서 대통령까지 자기에게 잘 보이려 보낸 것이라 착각했다면 그 사고와 자세에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으로서 집권당 비상대책의원들에게 존중과 배려의 따듯한 마음을 전했다는 생각으로 감사함으로 수용했다면 좋았을텐데, 역시 어린아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 박근혜 대표가 간과한 영역
박근혜 대표는 머리가 명석하다고 지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아나운서들의 성희롱 비하 발언으로 의원직 제명 결의까지 갔던 강용석 의원도 하버드대학 출신이다. 누구를 영입하고 공천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과연 흠이 없고 실수가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지나고 보면 역시 동일한 인물이다. 다 똑같이 냄새나고 실수하는 인간일 뿐이다. 지금 굴러온 돌인 비상대책위원들이 기존 정치인들을 아웃시키고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지금 어쩌면 착각 속에서 건방떨고 있는 것처럼 보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
4. 진정한 대안
지금은 겸손과 섬김의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카리스마를 지닌 어떤 영웅이나 제갈공명 같은 탁월한 지혜를 가진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가 아니다. 새로운 인물로 바꿔 치우면 처음에는 신선하고 새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그놈이 그놈,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오히려 그동안 검증된 실수를 개선하고 쌓아온 경륜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겸손히 낮아져서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저들을 이해하고 함께 가슴을 나누고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소방관 전화로 곤혹을 치루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실수를 보면서 누구나 실수하고 자세가 흐트러질 수는 있다. 김문수 지사는 그래도 하루 동안 택시운전을 하여 택시기사들의 아픔을 경험하려 했고 인력시장을 방문하여 저들의 고충을 헤아리려 했다든지 신선한 점이 있었다. 이재오 의원도 평생 검소한 서민생활에 만족하고 사는 모습은 모든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치맛자락만 붙잡고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희망을 잃은 서민들의 자리로 내려가 진심으로 섬김을 실천하야 한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처럼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진심을 담고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 지지율도 높아질 것이며 정권 재창출도 가능해 질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비상대책위원들이 물갈이를 하고 경륜 있는 선배들을 모두 몰아낸다고 새로워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은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가지기 바란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