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들, 에브라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 목사의 사사기 24] 십볼렛과 씹볼렛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12:1 에브라임 사람들이 모여 북으로 가서 입다에게 이르되 네가 암몬 자손과 싸우러 건너갈 때에 어찌하여 우리를 불러 너와 함께 가게 하지 아니하였느냐 우리가 반드시 불로 너와 네 집을 사르리라 2 입다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와 나의 백성이 암몬 자손과 크게 다툴 때에 내가 너희를 부르되 너희가 나를 그들의 손에서 구원하지 아니한 고로 3 내가 너희의 구원치 아니하는 것을 보고 내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건너가서 암몬 자손을 쳤더니 여호와께서 그들을 내 손에 붙이셨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오늘날 내게 올라와서 나로 더불어 싸우고자 하느냐 하고 4 입다가 길르앗 사람을 다 모으고 에브라임과 싸웠더니 길르앗 사람들이 에브라임을 쳐서 파하였으니 이는 에브라임의 말이 너희 길르앗 사람은 본래 에브라임에서 도망한 자로서 에브라임과 므낫세 중에 있다 하였음이라 5 길르앗 사람이 에브라임 사람 앞서 요단 나루턱을 잡아 지키고 에브라임 사람의 도망하는 자가 말하기를 청컨대 나로 건너게 하라 하면 그에게 묻기를 네가 에브라임 사람이냐 하여 그가 만일 아니라 하면 6 그에게 이르기를 십볼렛이라 하라 하여 에브라임 사람이 능히 구음을 바로 하지 못하고 씹볼렛이라 하면 길르앗 사람이 곧 그를 잡아서 요단 나루턱에서 죽였더라 그 때에 에브라임 사람의 죽은 자가 사만 이천 명이었더라 7 입다가 이스라엘 사사가 된 지 육년이라 길르앗 사람 입다가 죽으매 길르앗 한 성읍에 장사되었더라

1. 입다가 암몬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에브라임은 조바심이 났다. 에브라임은 기드온이 미디안을 쳐부수고 대승을 거두었을 때도 가서 따진 적이 있다. 기드온이나 입다는 므낫세의 사람들이다. 에브라임은 야곱이 축복할 때 장자인 므낫세보다 앞세움을 받았던 자였다. 그러므로 에브라임은 언제나 므낫세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그들은 단체로 이스라엘에서 지도력을 가진 지파가 되기를 힘쓰는 중에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기드온에게 갔을 때는 어느 정도 기드온의 말로 안심이 되었다. 기드온이 그들의 한 일에 대해 자기가 한 일보다 뛰어난 것이라고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에브라임은 이번에 입다가 암몬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보고 또 조바심이 났다. 입다가 길르앗의 머리가 되어 이스라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날이 곧 올텐데, 그렇게 되는 것은 자신의 지파에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빨리 가서 입다와 담판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브라임은 자신들이 앞서야 이스라엘이 잘되고 모든 것이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그들은 기드온이나 입다 같은 사람이 전쟁에서 한두 번 이긴 것 가지고 이스라엘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그냥 간과할 수 없었다. 그들 눈에는 기드온이나 입다의 승리가 매우 작은 일로 여겨졌고 그들이 나가면 더 손쉽게 이길 것인데 불러주지 않아서 못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리어 그들을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입다를 꾸짖었다.

에브라임은 이미 화가 난 상태였다. 그들은 기드온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 입다 때에도 작은 한 무리가 싸워 이겨서 명성과 지위를 얻은 것에 대하여 매우 불쾌해했으며 그 모든 것은 자신들에게 돌아와야 할 것들인데 입다의 농간으로 인하여 자기들이 기회를 잃게 된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들은 입다와 그를 따르는 한 무리가 18년 이상 괴롭혀온 암몬을 토벌하기 위해 수고하고 힘든 대가를 지불한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이 지금 얻은 명성과 지위만을 크게 본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칭찬과 명성과 지위가 자기들에게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다가 자기들을 제치고 혼자 싸움에 나가서 그것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에브라임 사람들은 매우 화가 났다―“에브라임 사람들이 모여 북으로 가서 입다에게 이르되 네가 암몬 자손과 싸우러 건너갈 때에 어찌하여 우리를 불러 너와 함께 가게 하지 아니하였느냐 우리가 반드시 불로 너와 네 집을 사르리라”(1절).

2. 입다의 답변을 보면 입다는 사전에 분명히 그들을 불렀다. 그런데 그들이 오지 않은 것이다. “입다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와 나의 백성이 암몬 자손과 크게 다툴 때에 내가 너희를 부르되 너희가 나를 그들의 손에서 구원하지 아니한 고로 내가 너희의 구원치 아니하는 것을 보고 내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건너가서 암몬 자손을 쳤더니 여호와께서 그들을 내 손에 붙이셨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오늘날 내게 올라와서 나로 더불어 싸우고자 하느냐”(2절). 입다의 말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따지러 온 그들에게 그렇게 분명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그때는 싸우러 가는 데에 피동적이었고 그 말을 못들은 척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전공을 나누고 탈취물을 분배하는 시점에서는 에브라임이 양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참되게 수고하기보다는 그 결과로 얻어지는 권력과 지위와 명성을 더 위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이 소위 사람들 가운데 있는 세력 다툼(struggling for power)이다. 이것은 또한 타락한 교회의 서글픈 상황이기도 하다. 즉 사람들이 주님을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일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막상 어떤 사람이 직분자로 세워질 일이 있을 때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들은 성령의 권위와 다스림에 자신을 맡기지 못하고 사람의 지위와 명성에 끌리는 것이다.

그럴 때 과연 성도들이 누구의 말을 더 중히 여기고 따르는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많은 때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것이 합당하지 않은 방법이라도, 임명되고 세워진 새로운 지위자에게 굴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지위를 원하고 진정한 수고를 기피하는 것이다. 교회 안에 이러한 일이 있다면 많이 타락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교회가 주님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복음에 대한 열정이 식고, 교리 중심, 지식 중심, 일 중심, 인간 중심의 단체로 화할 때 나타나는 현상들로 이런 상태에 있는 교회는 교만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고 온전하게 회개해야 한다.

3. 입다의 대답은 매우 정상적이고 합당한 것이었다. “내가 너희의 구원치 아니하는 것을 보고 내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건너가서 암몬 자손을 쳤더니 여호와께서 그들을 내 손에 붙이셨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오늘날 내게 올라와서 나로 더불어 싸우고자 하느냐”. 입다는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싸웠다. 그가 비록 어려운 처지에서 성급하게 과도한 서원을 했지만 그런 서원의 배후에는 그가 심히 절박한 심정으로 전쟁에 나아간 정황이 있다. 그는 자신도 살아 돌아올지 모르는 형국에 처해 있었다. 10장 31절은 그의 심정을 보여준다. “내가 만일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온다면…”

그는 당시에는 에브라임이고 므낫세고 뭐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사실 입다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들이 싸우자고 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는 전투에서 이기면 에브라임이 와서 트집잡을 것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다만 이스라엘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걸고 가서 암몬을 정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 입다는 기드온과 같지 않았다. 기드온은 그들이 나중에라도 참여한 전공을 높이 평가해 주고 자기를 낮추었다. 그래서 에브라임이 수그러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에브라임은 수고도 없이 입다 앞에 나타나 전공만 챙기려고 했다. 입다는 기드온과 달리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에브라임은 입다와 길르앗 사람들의 분을 격발시키는 말을 했다. “에브라임의 말이 너희 길르앗 사람은 본래 에브라임에서 도망한 자로서 에브라임과 므낫세 중에 있다 하였음이라”.

이것은 분명 입다를 격하시키기 위해 한 말이다. 그들은 입다가 사사가 되는 것을 매우 경계했기 때문에 입다의 신분 문제를 들고 나왔다. 길르앗 사람 모두가 에브라임에게서 도망한 자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말인 고로 그들이 길르앗 사람 운운한 것은 입다를 겨냥하여 한 말일 것이다. 입다는 에브라임 중에서 도망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입다는 실상 길르앗에서 쫓겨났던 사람이지 도망한 사람이 아니다. 그를 도망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고 인신공격성 발언인 셈이다.

입다가 쫓겨났던 사람으로서 그런 위대한 일을 했다면 그 쫓겨난 것은 그를 사람들 앞에 비열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위대하게 보이게 한다. 그러니 에브라임을 도망간 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어떤 단체들이 자신들에게서 나간, 바르고 훌륭한 사람에 대하여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걸어 쫓아내고도 스스로 도망가듯 나갔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의 품격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입다와 길르앗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이 벌어졌다.

5. 사실 에브라임은 싸울 준비까지는 하지 않고 다만 실리만 챙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입다는 참지 않았다. 그들은 기드온 때 손쉽게 얻었던 대의명분과 실리를 챙기지 못한 채 입다와 길르앗의 공격을 마주해야 했다. 에브라임 사람들은 외적인 지위와 평판을 위해 목숨까지 걸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태가 그쯤 되자 싸움에 응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가만히 있는 입다와 길르앗에게 와서 분을 내며 싸움을 건 것이 자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막상 싸움이 터지자 그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암몬을 정복하고 돌아온 용맹한 길르앗 병사들은 요단 나루턱을 지키고 있다 도망하는 에브라임 사람들을 하나하나 잡아 죽였다. 길르앗 사람들은 도망가는 길목에 지켜서서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에브라임 사람이냐고 물었다. 에브라임은 철저히 수치를 당했다. 그들은 도리어 자신들의 지파를 숨기고 도망하는 꼴이 되었다.

에브라임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쉽볼렛’(Shibboleth:시냇물 혹은 곡식 이삭이라는 뜻)을 발음해보게 하여 그가 쉽볼렛을 발음하지 못하고 ‘씹볼렛’(Sibboleth)이라고 하면 에브라임 사람으로 인정하고 그를 죽였다. 그때 죽은 에브라임 숫자가 42,000명이었다. 그들은 헛된 영광과 명예를 추구하고 시기심으로 쟁투하다 동족에게 죽임당하게 된 것이다. 사도 야고보는 이런 자들에게 경고한다. “너희가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고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나니 너희가 다투고 싸우는도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함이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함이니라”(약 4:2-3).

6. 입다의 치세 기간은 다른 사사에 비해 짧았다(6년). 그는 자녀도 없이 매우 외롭게 살다 죽었을 것이다. 그는 죽어 길르앗 한 성읍에 장사되었다.

8 그의 뒤에는 베들레헴 입산이 이스라엘의 사사이었더라 9 그가 아들 삼십과 딸 삼십을 두었더니 딸들은 타국으로 시집 보내었고 아들들을 위하여는 타국에서 여자 삼십을 데려왔더라 그가 이스라엘 사사가 된 지 칠년이라 10 입산이 죽으매 베들레헴에 장사되었더라 11 그의 뒤에는 스불론 사람 엘론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더라 12 스불론 사람 엘론이 죽으매 스불론 땅 아얄론에 장사되었더라 13 그의 뒤에는 비라돈 사람 힐렐의 아들 압돈이 이스라엘의 사사이었더라 14 그에게 아들 사십과 손자 삼십이 있어서 어린 나귀 칠십 필을 탔었더라 압돈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팔년이라 15 비라돈 사람 힐렐의 아들 압돈이 죽으매 에브라임 땅 아말렉 사람의 산지 비라돈에 장사되었더라

1. 입산은 베들레헴 사람인데 어느 베들레헴(유다 지파의 베들레헴도 있고 스불론 지파의 베들레헴도 있다)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의 특징은 자녀가 많다는 것인데, 아들 삼십과 딸 삼십을 두었으며 딸들은 타국으로 시집을 보내었고 아들들을 위해서는 타국에서 며느리들을 데려왔다.

여기서 타국이라 함은 단순히 외지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가 만일 이방나라와 혼합하는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이스라엘이 아무리 타락했다 하더라도 지도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는 동족 간의 단합을 위하여 다른 지파와의 결혼을 추진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고려 태조 왕건이 나라 전체를 융화하려고 여러 지방의 호족의 딸들을 왕비들로 삼은 역사가 있다. 입산이 사사로 지낸 기간은 7년이다.

2. 입산 다음은 스불론 사람 엘론이 사사가 되어 10년을 다스렸다. 그에 대하여는 특별한 기록이 없다. 다만 그가 스불론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당시의 사사는 세습이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에서 일으켜졌다. 한 지파에서만 고정적으로 사사가 일어나거나 계승될 수 없었던 것이다. 에브라임은 아마 그들 지파에서 계속 사사가 일어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주권적으로 이곳 저곳에서 자연히 일으켜진 사람들로 사사가 되게 하셨다. 오늘날 기독교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상 이렇게 하는 것이 세습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보다 유기적이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3. 엘론 다음에 사사가 된 비라돈 사람 힐렐의 아들 압돈은 에브라임 지파일 것이다. 비라돈이 에브라임 지파의 구역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도 어떤 자세한 역사가 없다. 압돈은 아들이 사십이고 손자가 삼십이었는데 어린 나귀 칠십 필을 탔었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누린 부와 지위를 말한다. 압돈이 마지막 소(小) 사사이다. 압돈 다음은 삼손이다. 압돈의 장지(葬地)는 그의 고향인 비라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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