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하나님의 궁극적 관심은 교회가 아닌 세상이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교회여, 헬라적 이분법과 도피주의적 종말론에서 벗어나라

▲다니엘 정 목사(Oral Roberts University 교육학 박사 과정).

▲다니엘 정 목사(Oral Roberts University 교육학 박사 과정).

만일 하나님의 궁극적 관심이 교회였다면 1785년 유망한 영국 하원의원인 윌리엄 윌버포스가 회심했을 때 존 뉴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이 당신을 세우신 목적은 교회 뿐 아니라 국가의 선을 위해서다.” 이 조언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 다니면서 최연소인 21세에 하원의원에 당선한 윌버포스가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거듭난 후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때 던져진 것이다. 정치계에 남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떠나 전임 사역자가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만일 윌버포스가 한국교회 목회자에게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면 십중팔구 정치를 그만두고 신학대학에 들어가 목사가 되라고 충고를 들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제안을 생산하는 한국교회의 편협한 세계관이 ‘개독교’라는 비판을 받게 한다.

역사학자들은 윌버포스에게 던진 존 뉴톤의 짧은 조언이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유는 윌버포스가 노예선장 출신인 뉴톤 목사의 충고대로 정치계에 남아 의회에서 20여년 동안 입법투쟁을 한 끝에 1807년에 노예무역금지법을 통과시키고, 그로부터 26년후인 1833년에 노예해방법령이 통과된 결과 영국에서 노예제도가 완전히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62만명이 희생된 남북전쟁의 결과로 얻은 미국의 노예제도 폐지보다 30여년 앞서는 것이었다.

만일 윌버포스가 신학대학에 들어가 목사가 되고 노예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아마 노예들에게 전도하고 노예들을 위한 교회를 시작했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당시까지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200만명의 노예 숫자는 계속 불어나고, 열악한 환경과 비인간적인 처우로 25%가 사망하는 죽음의 항해는 계속되고, 국가 수입원의 3분의 1일을 차지하는 노예무역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기득권층의 타락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관심은 영국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악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병들어 상품 가치가 없자 산 채로 바다로 내던져지는 병든 노예들의 비명을 들으셨고, 노예선에서 공개적으로 성폭행 당하는 여자 노예들의 눈물을 보셨으며, 경매를 통해 뿔뿔이 흩어지는 노예 가족들의 아픔을 느끼셨다. 하나님은 정치가인 윌버포스를 통해서 하나님의 긍휼과 공의의 통치가 영국사회에 임하게 하셨다.

윌버포스가 동시대인이었던 요한 웨슬레가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둘은 서로 다른 부름을 받았다. 웨슬레가 지상명령에 순종했다면 윌버포스는 문화명령에 순종했다. 지상명령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을 교회 안으로 불러들이는 사역이라면 문화명령은 교회에서 훈련된 사람들을 세상으로 보내는 사역이다. 지상명령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초점을 둔다면 문화명령은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초점을 둔다. 지상명령이 그리스도의 통치가 개인 안에 임하게 한다면 문화명령은 사회와 문화 속에 임하게 한다. 지상명령이 사적 믿음이라면 문화명령은 사적 믿음의 공적 적용이다.

한국교회가 성장을 멈추고 국내외에서 더 이상 칭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상명령만 순종했기 때문이다. 사역의 궁극적 목적이 교회일때 교회는 부패한다. 따라서 세상에서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사역의 궁극적 목적이 교회를 통한 세상일 때 교회는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이제는 문화명령에 순종할 때다. 교회가 복음전도와 문화변혁의 양 날개를 달고 비상할 때다.

지상명령과 문화명령은 상충적 관계가 아닌 순차적 관계다. 지상명령의 목표는 죄인으로 하여금 구원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원받은 사람은 무엇을 할 것인가? 구원이 타락 이전에로의 회복이라면 타락 이전에 주어진 원형적 명령인 문화명령(창 1:28)에 순종하는 것이다.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과 더불어 문화를 창조하고 변혁함으로 문화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다스림이 임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탄에게 빼앗긴 자신의 모든 것 마지막 하나까지 다 되찾기 원하신다. 여기에는 잃어버린 영혼도 있지만 잃어버린 세상도 포함된다.

1975년 8월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당시 가장 신뢰할 만한 두 기독교 지도자에게 기적적인 방법으로 보여주셨다. 길만 힐이라는 분이 연락을 취하여 덴버의 한 대학교에서 컨퍼런스를 인도하던 국제대학생선교회 총재인 빌 브라이트와 콜로라도의 높은 산 캐빈에서 묵상기도 중이던 국제예수전도단 총재인 로렌 커닝햄이 만남을 가졌다. 커닝햄 총재가 브라이트 총재를 만나자 안주머니에서 편지봉투 뒷면에 손으로 적은 것을 꺼내 보여주었다. 바로 전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적은 것이다. 그러자 브라이트 총재도 깔끔하게 타이핑한 종이를 내밀었다. 두 사람의 종이에는 교회가 정복해야 할 일곱 가지 정상이 각각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놀란 것은 일곱 가지 목록 내용이 동일했을 뿐 아니라 그 순서까지도 일치했다는 점이다. 24시간 간격 안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받은 동일한 계시였다.

두 분이 받은 7대 문화영역이란 다름이 아닌 가정, 교회, 교육, 미디어, 예술, 경제, 정부였다. 미국교회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일곱 개 산 중에서 한 가지 산에만 집착해 왔다. 교회의 산이다. 나머지 여섯 개 산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교회와 세상 사이에 소통이 없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했다. 이 현상의 배후에는 이원론적 사고가 있다. 성(聖)과 속(俗), 교회와 세상, 성직과 세속직을 구분짓는 사상이다. 이것은 중세시대의 산물이다. 성직이 세속 직업보다 더 신성하고 우월하다고 믿는 것은 영은 선하고 물질은 악하다고 가르쳤던 영지주의의 영향이다.

교회가 문화명령에 순종하기 위해 우선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헬라주의적 이분법과 도피주의적 종말론이다. 교회는 거룩하고 세상은 악하므로 세상과 접촉하는 것을 주저하고, “죄 많은 이 세상은 내 집 아니네” 찬양하면서 현실세계를 외면하고 휴거와 내세만을 기다리는 자세다.

이에 대한 대안은 히브리적 통전성과 영광스런 종말론이다. 히브리인들이 육과 혼을 하나의 통합적이며 역동적인 단위로 보는 것처럼 성과 속을 그렇게 보는 것이다. 창조후 보기에 좋다고 선포하신 이 세상을 ‘도피’하는 대신 세상 안에 ‘들어가’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영광스런 종말론은 교회가 강한 용사와 문화변혁가로서 각개전투를 통해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마귀를 제거하고 그리스도의 통치가 임하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교회는 내적 치유를 통해 “티나 주름잡힌 것이나 흠이 없이” 영광스런 신부로 단장하여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드려지는 것이다(엡5:26-27).

이런 히브리적 개념을 실질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일터교회 혹은 일터선교(Business as Mission)다. 일터선교는 7대 문화영역을 정복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구체적으로 순종하기 위하여 로렌 커닝햄 총재가 경제의 영역에서 시작한 사역이다. 헬라주의적 이원론에 의하면 선교는 거룩하고 사업은 세속적이다. 전도하는 것은 영적인 행위이고 돈을 버는 것은 육적인 행위다. 따라서 이 둘은 통합될 수 없다. 그러나 히브리적 통전성에 의하면 선교와 사업은 둘 다 하나님으로 부터 온 것으로서 둘 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쓰임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사업과 선교의 관계는 자비량 선교에서 보는 것 처럼 생계수단으로서의 사업 그리고 기독실업인회의 경우처럼 선교 후원을 위한 수익창출의 창구로서의 사업이었다. 그런데 임금착취와 비윤리적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독교 경영인이 그 수익을 십일조와 선교비에 사용할 경우 그는 선교비를 지불하므로 간접적으로 지상명령에는 순종했지만 사업장에 하나님의 긍휼과 공의의 통치가 임하게 하는 문화명령을 순종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일터선교의 개념은 다르다. 사업이 곧 선교다. 선교사가 한 후진국의 매우 가난한 지역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여 구원받은 사람들이 생겼다. 원주민들이 구원받았지만 직업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선교단체에서 주는 구호품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갱단에 가입한다고 하면 하나님의 나라가 원주민의 영혼에는 임했지만 아직 전인적으로나 그 지역사회 안에는 임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교사가 그 지역사회에 맞는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신자 불신자 구별하지 않고 고용한다. 기본급 이상의 임금을 주고 직원복지에 힘쓴다. 능력있는 현지민들은 경영진에 승진시킨다. 창출된 잉여자본으로 소자본금융 대출을 실시하여 직원으로 하여금 창업하게 하고 멘토해 준다. 비신자는 자발적으로 예수를 믿고 신자는 제자로 훈련된다.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가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발전한다. 지상명령이 자연스럽게 문화명령으로 이어지고, 사업과 선교 사이의 벽이 허물어졌다. 현재 이런 일터선교가 전세계에서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문화변혁가를 적극적으로 길러내는 대학이 있다. 정치영역의 정복을 위해 전략적으로 워싱턴 DC 근교 버지니아주에 세워진 패트릭 헨리대학이다. 이 대학 재학생의 85%는 홈스쿨 출신으로서 경건한 성품과 탁월한 학력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불타는 열정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도에 설립된 이 단과 대학은 순식간에 ‘복음주의 아이비리그’ ‘홈스쿨 하버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대학 토론팀은 영국의 옥스포드대학 토론팀과 대결하여 우승하고, 백악관에 학교 규모에 비해 많은 인턴을 파견할 뿐 아니라 졸업생 가운데 여러명이 하버드 법과대학원에 진학한 것으로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았다.

설립자 마이클 패리스 학장은 홈스쿨의 최대 약점인 세상과의 단절 및 과보호의 문제를 극복하고 학생들이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속에 들어가 문화를 창출하고 문화를 변혁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학교 연륜이 짧지만 졸업생 가운데 시의회 의원이 나왔고, 정치학과 출신 가운데 연방 대법원에 진출하여 낙태법을 폐지시키려는 야심찬 졸업생들도 있다. 아래 마이클 패리스 목사가 어느 채플에서 한 말은 그가 품은 문화변혁의 멋진 꿈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날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수상자가 오스카상을 받기 위해 단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던 중 셀폰이 울려 전화를 받았는데 패트릭 헨리대학 룸메이트였던 대통령이 친구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건 전화였다.”

다니엘 정 목사(오클라호마 오럴로버츠대학 교육학 박사 과정)
이메일) wooilchu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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