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잘못할 수 있지만, 삭개오처럼 회개하는 게 중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여리고의 세리장 삭개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키가 보통 사람보다 매우 작은 세리장 삭개오(Zacchaeus)는 주후 27년-30년경 이스라엘의 땅 여리고에서 로마 제국의 사역을 담당했던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의 헬라어 이름은 ‘의로운 자 또는 정결한 자’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후 1세기 예수그리스도가 활동할 당시에는 로마제국이 이스라엘을 강제로 식민지배하고 있었다. 보다 효율적인 식민백성 통치를 위해 로마 황실은 자신들의 정책을 대신 수행할 적절한 현지 유대인을 임의로 선택, 그들의 성실한 협력자가 되도록 했다. 세리장 삭개오는 로마제국의 유익을 위해 살았던 소위 로마제국의 충실한 개(犬)였다. 그는 동족 유대 사람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강제로 거둬 일부는 로마 제국에 바치고, 상당부분은 자신이 착복하는 불법을 자행했다. 힘들고 어려운 식민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음 소리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매국적 행위를 저질렀다.

세리장 삭개오는 여리고에서 매우 부유하게 거처하며 뽕나무와 향유에 대한 통관세를 징수하는 최고의 책임자로 열심히 일했다. 여리고는 1세기 당시 유대 땅에서 뽕나무의 주산지로 매우 유명했으며, 길르앗 지방에서 들어오는 향유를 팔레스틴 각지로 수출하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해 있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부정한 세리장 삭개오를 아름다운 눈초리로 쳐다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했던 유대인들에게 로마의 충성된 하수인 세리로서 조소와 경멸의 대상이 됐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법과 관례에 따라 부정한 세리장 삭개오를 사악한 죄인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공동체 속에서 늘 소외시켰다. 유대인이면서 로마제국의 식민 정책에 적극 협조한 배신자 삭개오를 용서할 수 없었다.

부당하게 자신의 부를 축척하며 동족들을 괴롭혔지만, 그의 마음은 늘 무거운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됐다. 그의 정신적 고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사렛 출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듣고, 그를 사모하는 뜨거운 마음과 소망을 가지게 됐다. 대중에게서 소외된 외로운 세리장 삭개오는 사랑이 많은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한번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됐다. 마침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리고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밖으로 나갔지만, 키가 너무 작아 수많은 군중들 틈에서 주님 만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외로운 세리장 삭개오는 길 근처에 있는 뽕나무 위로 올라갔다(눅 19:3-4). 예수 그리스도를 위에서나마 쳐다보기 위해 세상적인 직위나 체면도 돌보지 않았다.

군중들과 함께 뽕나무 밑을 지나 가시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삭개오의 마음을 모두 아시고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를 불렀다. 세리장 삭개오는 즉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고, 지상으로 뛰어내려와 주님을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지난날 저질렀던 죄악과 수치심을 어린아이처럼 모두 털어놓게 됐다. 늘 외로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여리고의 세리장 삭개오는 비로소 마음 속에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얻게 됐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철저히 회개한 삭개오는 자기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돌려주겠으며, 자신도 모르게 남의 것을 토색한 일이 있었으면 네 배로 배상하겠다고 표명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바른 결단에 크게 만족하시면서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삭개오 같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다’ 라고 말씀했다(눅 18:2-10).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실수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삭개오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철저히 회개하고, 과거의 잘못을 회복시키는 사람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문제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과거 잘못을 회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범죄행위가 발각돼도 원상복귀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삭개오처럼 지난날 토색한 것이 발견되면 네 배의 배상을 할 수 있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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