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입장에서 본 역술(2)
1. 송나라의 멸망 원인
중국 상해 여행을 가 본 사람이라면 제작비 60억이 들었다는 환상적인 ‘송성가무(宋城歌舞) 쇼’를 관람했을 것이다.
그 쇼의 역사적 배경인 송나라 시대는 고대 도교(道敎)로부터 전래된 주자학(朱子學), 성리학(性理學), 양명학(陽明學) 등을 심오한 학문이라 여기고 “위로는 왕후장상(王侯將相)에서 아래로는 평민에 이르기까지 사주학에 빠져들지 않는 이가 없었다”는 기록처럼 온 나라가 명리학과 음양오행설 풍수지리설 등 정신적 영적 지배를 받고 있었던 시대였다.
1127년경 만주에서 일어난 금나라의 침공을 받았을 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휘종(8대 왕)과 흠종 두 임금은 3,000여 공주 황족 등 귀족들과 함께 포로로 끌려가고 모든 재물을 노략질 당하고 나라는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기록에 보면 휘종은 도교를 숭상하여 도교 사원을 크게 지었으며 자칭 ‘도군황제’ 라 지칭하기도 했던 인물로 금나라에서 그를 정신이 혼미하다는 ‘혼덕공(昏德公)’으로, 흠종에게는 ‘중혼후(重昏侯)’이라는 모욕적 이름을 붙여주었다.
남쪽으로 밀려나 항저우에 도성을 정하고 겨우 명맥을 유지하여 왕이 된 고종(高宗)도 역시 역술과 음양오행설을 버리지 못하고 중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군사전략가이며 충신인 악비(岳飛) 장군(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과 비견되는 인물)이 간신 진회(秦檜)에게 모함을 받고 죽은 내용이 ‘송성가무(宋城歌舞)쇼’의 줄거리이다.
사주명리학의 경전으로 평가받는 연해자평(淵海子平)을 저술한 서자평이 생존했던, 위에 언급한 송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경제와 문화가 번영하던 시대였다. 인쇄술의 발달로 종이화폐를 발간하고 풍부한 물자를 운반하는 운하와 조선기술과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인구가 1억명에 달하는 자유와 풍요를 누리던 시대였다.
그러나 온 나라가 역술에 의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망각하고 군인들을 멸시하고 국방력을 강화하기는커녕 명리학과 음양오행설의 조화로 나라를 지킬 것이라 굳게 믿고 유유자적하다가 결국 비참하게 멸망하게 된 것이다. 송나라의 몰락원인이 이중간첩 진회(秦檜)에게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같은 역술을 추종하던 종교적 배경 까닭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2. 우리나라의 현상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상은 송나라 말기와 너무도 유사하다. TV 드라마나 사극에서는 역술이나 무속인이 행세하고 최근 무속인이 주제인 ‘해를 품은 달’이라는 연속극은 시청률이 40%에 육박된다고 한다.
정부에 법인으로 설립 허가받은 ‘한국 역술인협회’에 등록된 회원 숫자가 30만명이고, 무속인연합회 회원도 역시 30만명이 넘는다고 하며 그밖에 등록되지 않은 역술인과 무속인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들에게 흘러가는 돈이 년 4-6조원이라고 조회된다. 최근에는 많은 중고생들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점을 치거나 사주팔자 등 운명을 조회하며, 신촌 등 명문대 주변에는 사주카페나 철학관등이 호황을 누린다.
대학에서는 풍수명리과, 전통문화과 등이 정식 학과로 등록되고 역술인이 교수로 행세하며 최근 모 대학의 ‘역술로 본 한국의 선거문화’란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금년의 정치동향을 역술과 풍수지리로 풀어 예언하기도 한다. 역술이나 풍수지리 등 학과를 개설한 대학이 10여개나 된다. 특히 금년과 같은 선거가 있는 해는 많은 정치인들이 길흉을 점치려고 저들을 찾아온다고 한다.
저들은 그 애매하고 혼미한 사주팔자나 음양오행 이론을 전개하여 그 교묘한 요설로 홀려 판단력을 흐려놓고 얽어매 그 길흉화복에 대한 비책으로 고가의 부적을 팔거나 이름을 바꾸게 하여 이익을 챙기거나 무속인과 연계하여 굿판을 벌리게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빠져들다 보면 결국 돈도 영혼도 다 망가지고 패가망신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3. 사주팔자란 무엇인가
사주(四柱)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一時)를 중국 문화권에서 세로쓰기를 하므로 네 개의 기둥이라 하는 것이다. 이때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를 육십갑자로 표기하면 사용된 글자가 8개이므로 팔자(八字)라고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사주와 팔자는 같다.
사주명리학 이론에서는 사람의 출생한 연월일시가 모두 다르기에 그의 운명이 이 사주팔자(四柱八字)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하늘, 땅, 사람(天地人)의 세 가지가 유기체적인 관계를 지녔다는 이 합일사상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사주팔자를 만세력(萬歲曆)에 대입하여 해석하면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를 추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그 사람의 운명과 길흉화복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명리학에서 사람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는 순간, 그 탯줄을 자르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순간 우주공간에 떠 있는 음양오행(해와 달, 그리고 5개의 별 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의 위치에 따라 그 사람에게 각기 다른 에너지(氣)가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별들은 각기 다른 에너지와 자력이 있어 이것이 탯줄을 자르는 순간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 태양은 어디에, 달은 어느 방향이고 그 밖의 별들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만세력(萬歲曆)을 따져 계산한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별을 7개 선정했는데, 그 이유는 여타 다른 별들이 너무 많아 계산하기 복잡하여 7개만 추렸다는 것이다. 그러면 태어난 연월일시가 똑같은 사람은 그 운명도 그 사주팔자에 따라서 같아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조사해 보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
조선의 영특한 임금 중에 성종(成宗)은 자신과 사주팔자가 똑같은 사람을 찾아내니 도성 내에 사는 과부였다고 한다. 그 과부는 성종이 세자로 책봉되던 해 어머니와 사별했고, 성종이 임금이 되던 해에는 남편과 사별했더라는 것이다.
제21대 영조(英祖)임금 역시 전국에 령을 내려 자기와 사주가 똑같은 사람을 찾았더니, 강원도에 사는 투박하고 시커먼 농부였다고 한다. 그는 신하들이 일러준 말대로 “전하는 팔도강산을 다스리시지만 소인은 밭 8두락에 농사를 짓고, 6조 대신은 없으나 여섯 아들이 있습니다” 했다고 한다.
최근 역술에 대한 모 TV에서 사주팔자를 믿고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인터뷰가 있었다. 역술인이 지정해 준 그 날자와 시간이 최상의 사주팔자일로 판사나 검사 법관이 될 운명이라고 하여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는데 그 아들은 지금 군에 입대중이며 판검사의 가능성이 없는 평범한 아이라고 한다. 그분은 사주팔자는 믿을게 못 되며 허황된 것이라고 말한다.
4. 역리학의 폐해와 결과
그 부강하고 번성하던 송나라가 멸망한 것처럼 한 개인이나 나라에 재앙이 닥치고 몰락하기 전에는 허황된 역술과 무속이 판을 쳤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스라엘 역사에서도 산당, 신당, 우상의 제단이 온 나라에 성행할 때 외국의 침략을 받거나 멸망했던 것을 역사를 통하여 살펴볼 수가 있다.
나라의 흥망성쇠나 개인의 성공실패는 사주팔자나 운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떤 꿈과 목표를 바라보고 어떻게 도전하고 노력했느냐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운명은 절대로 정해진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며 사주팔자에 무슨 비밀이나 있는 것처럼 속지 말기 바란다.
역술인들의 사주팔자나 길흉화복의 예언, 무속인들의 부적이나 굿 등은 재물과 지성과 영혼을 도둑질해가는 거짓 속임수라는 것을 우리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보라 내가 오늘 생명과 복과 사망과 화를 네 앞에 두었나니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 길로 행하며 그 명령과 법도를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번성할 것이요 네게 복을 주실 것이라(신명기 30장 15-16절)”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