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진실이 혼재하는 세상 속 주님의 음성 듣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믿음으로 눈을 뜬 소경 거지 바디매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바디매오는 주후 1세기 당시 여리고성에 살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앞을 전혀 못 보는 소경이요, 매우 가난한 거지였던 바디매오(Bartimaeus)는 ‘디매오의 아들’ 이라는 아람어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볼 때에,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 겸 거지는 정상적인 사람 축에도 끼지 못했고, 자신의 이름조차 없을 정도로 버림 받은 자식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아버지 디매오의 아들’로 불렀다.

그는 평생 동안 앞을 볼 수가 없어 최소한의 기초 생활을 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업도 구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출입하는 길가에 홀로 쪼그리고 앉아 구걸한 돈으로 그날 입에 풀칠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 바디매오가 살던 여리고는 성도(聖都) 예루살렘에서 약 15마일(24km) 떨어져 있었고, 국제적인 상업과 무역이 크게 번창한 도시였다. 일할 수 있는 보통의 지적 및 육신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면 거의 대부분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주후 1세기 당시 여리고는 뭇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성읍’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주위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곳은 구약 시대 가나안 정복의 대장군 여호수아의 정복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으며, 울창한 종려나무 숲으로도 유명했다. 소경 바디매오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무렵 여리고성은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한 만춘(晩春)의 시기였기 때문에, 시내 경치가 가히 환상적이었다. 소경 바디매오에게는 그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의 고향, 여리고 성의 정경조차도 전혀 의미가 없었다.

어느 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복음 전도를 위해 여리고성에 들어가셨다. 지나가는 무리들의 대화를 통해 이적과 기사를 행하신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가 그곳에 오신 것을 바디매오는 알게 됐다. 치유가 불가능한 문둥병자, 앉은뱅이, 눈먼 자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서 치유된 것을 소문으로 익히 들었다. 주후 1세기 당시 유대 사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매우 유명한 인사였기 때문에 불쌍한 소경 바디매오도 뚜렷하게 기억했다.

그날도 돈 몇 푼 구걸하기 위해 길가에 홀로 외롭게 앉아 있다가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근처에 오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사람들의 소리가 나는 장소를 향해 일어나 큰 목소리로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라고 무조건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만 하면 고질적인 소경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던 제자들과 군중들이 그에게 다가와 잠잠하라고 야단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큰 소리로 목숨을 다해 주님을 불렀다.

예수 그리스도는 옆에 있는 제자를 시켜서 불쌍한 소경 바디매오를 자신에게 데려오도록 했다. 주님이 호출했다는 전갈을 듣자마자 소경 바디매오는 입고 있던 겉옷마저 던져버리고 급히 뛰어서 예수그리스도 앞으로 나아갔다. 소경인 바디매오에게 있어 두 눈을 뜨는 것은 절대 절명의 소망이요, 생명 그 자체였다. 두 눈을 감은 채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온 바디매오에게 주님은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고 조용하게 물었다. 주님은 바디매오가 지닌 소원을 잘 알고 계셨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밝힐 수 있는 신앙적 용기를 요청했다.

주님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차린 바디매오는 평생 동안 감겨 있었던 두 눈이 치유돼서 아름다운 고향, 여리고의 광경을 보는 것이라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는 신실한 믿음의 소유자 소경 바디매오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고 말씀했다. 감겼던 두 눈이 즉시 치료돼 아름다운 주위 광경을 볼 수 있게 됐다(막 10:46-52). 만춘(晩春)을 맞은 여리고의 아름다운 정경을 처음으로 감상하며 흥분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믿음과 신뢰로 두 눈을 뜨게 된 바디매오는 기쁜 마음으로 주님의 제자가 됐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끌고 나아가는 방향, 목적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묻지 않고 그 분을 무조건 따르게 됐다. 바디매오의 마음속에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던 것이다. 주님을 따르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신실한 신앙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날 길가에 앉아 비굴하게 구걸했던 소경의 삶을 즉시 청산할 수 있게 됐다.

절대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디매오의 육신적 질병 치유와 더불어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 소경 바디매오는 나사렛 출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스라엘 백성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절대적인 메시아요 하나님으로 신뢰해서 영육간의 구원을 온전히 얻었다.

현대 21세기는 인간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경제·문화·산업 등이 최고의 성장을 이뤘지만, 인간 상호간 신뢰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나름대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실여부를 재확인해야 하는 불신의 사회가 됐다. 보통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과 오른손으로 자필한 서류조차 신뢰할 수 없게 됐다. 순간을 모면하려는 세상의 거짓된 아류들 때문에 진실이 모해를 당하고 있다.

인격을 지닌 사람들의 말과 기록한 글이 전적으로 신뢰되는 참신한 한국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하나님을 선포하는 목회자의 입술도 신뢰할 수 없는 즈음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찾는 것은 무리일까? 총선과 대선을 앞둔 작금의 한국 사회는 거짓과 진실을 확인해야 하는 과제를 가슴에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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