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세상을 혼미케 하는 부적(4)
1.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역술
MBC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은 정은궐 작가의 픽션소설로 조선시대 임금 이훤(김수현 역)과 기억상실증의 무녀(巫女) 월(한가인 역)과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수목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2012년 2월 29일 17회 방송 시청률이 49.6%를 기록, 최고 시청률 50%를 기록한 세계적 한류드라마인 <대장금>과 비견되는 인기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드라마 내용은 조선시대의 왕궁에 실존했던 왕실전속 무속기관인 성수청의 무속인들을 작가 의도대로 구성한 소설로, 여주인공 무녀 월이 임금에게 일어날 액운을 대신 받는 ‘액받이 인간부적(人間符籍)’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극중 액받이 무녀나 여러 형태의 희한한 일들은 실존하지 않았다고 확인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우리 사회에 무속인과 역술, 그리고 부적의 영향력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국민 전체의 73%라는 통계가 거짓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이같은 드라마로 인하여 ①무속인들을 홍보, 미화하고 ②부적(符籍)이 액운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암시가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얼마나 혼미케 할까하는 우려를 숨길 수가 없다.
2. 사주명리학의 기초인 천·지·인(天·地·人)에 대하여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각기 자전과 공전을 하며 우주를 유영하는 것은 저절로 또는 스스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질서는 우연히 이루어질 수 없으며 어떤 설계와 지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현대과학에서 우주의 기원과 생성에 대해 ‘지적설계론’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신뢰하는 것이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존재하는 만물들은 지적설계에 의하여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배려하여 존재하는 부속물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 내가 크고 흰 보좌와 그 위에 앉으신 이를 보니 땅과 하늘이 그 앞에서 피하여 간 데 없더라(요한계시록 20장 12절)”,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은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요한계시록 21장 1절)”
위 성서 말씀대로 하늘도 땅도 마지막 때가 되면 소멸되어 없어져 버릴 소모품에 지나지 않으며 오로지 사람의 생명(靈魂)만이 영원히 영존할 것임을 모든 인류는 인지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 천체의 별들은 각기 자력을 지니고 있어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틀림없다.
사주명리학에서의 천·지·인(天·地·人)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서 별들의 기(에너지)가 사람(어린아이)의 몸 속에 들어가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이 기본이론은 터무니없는 상상과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3. 그러면 부적(符籍)이란 무엇인가?
위의 언급처럼 하늘의 우주와 산과 바다와 땅은 모두 인간을 위한 부속물이며 소모품임을 알지 못하고 있을 때, 우주와 인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간이 존재해야 할 목적을 알지 못하던 미개한 시대에 나름대로 여러 종교들이 생겨났고 이같은 어리석고 혼탁한 사주명리학, 음양오행, 풍수지리, 부적과 같은 역술이 세월이 지나면서 체계화된 것이다.
부적이란 노란 종이 등에 그려진 각종 그림과 글자의 형태다. 그 그림과 글자는 우주의 각종 기(氣)를 부호화(符號化)한 것이라 주장하며, 부적의 형상 에너지와 우주의 파동에너지가 일치할 때 공명, 진동현상의 기(氣)를 받아들이는 신호체계, 일종의 기(氣)수신기로, 기에너지를 우리생활에 끌어들일 수 있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부적이라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 에너지를 피하거나 잘 조절해야 악운을 피하거나 행운을 불러온다는 허황된 주장을 신뢰하는 것이다.
4. 부적(符籍)의 폐해
이같은 부적의 효과를 △돈 많은 애인이 생긴다 △남편의 첩이 떨어지고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 △집이 빨리 팔리게 한다 △장사가 잘 되게 한다 △병이 낫는다 △시집을 잘 간다 등의 감언이설로 사리판단을 혼미하게 만들고 물질적 손해를 끼치고 있다.
역술과 부적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까딱 잘못하면 당하는 재앙이 겁살, 재살, 천살, 지살, 년살, 월살, 망신살, 장성살, 반안살, 역마살, 육해살, 화개살, 급각살, 괴강살, 백호대살, 홍염살, 원진살 등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금하는 것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로지 수(壽), 복(福), 록(祿, 출세)등 요행심리를 기대하는 현세 이익적인 저급함으로 일관되어 있다.
조선시대 1900년 이전 시대 역술에 의한 방편으로 ①장티푸스를 치료하려면 마늘과 소머리(나중에는 소 코뚜레로 바뀜)를 대문 앞에 놓으면 병이 낫는다 ②절구공이를 짚으로 싸고 새끼로 묶어 사람이 왕래하는 거리에 놓으면 말라리아가 치료된다 ③임산부가 난산을 할 때 발바닥에 ‘風’ 자를, 남편 발바닥에 ‘天’ 자를 쓰면 순산한다 ④죽은 닭을 나무에 걸어두면 짐승의 병을 예방한다 ⑤제웅(짚으로 만든 인형)을 만들어 길가나 강에 버리면 집안의 나쁜 귀신이 나간다 등 수많은 방책이 존재했다. 당시에는 효험이 있다고 신뢰했을 것이다.
이같은 허무맹랑한 방법을 신뢰하는 것과 지금도 역술인들이 선호하는 부적들이 과연 무슨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길흉화복이나 운명은 음양오행이나 풍수지리나 사주팔자나 부적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모든 인류는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