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학 칼럼] 통합진보당의 모호한 도덕성과 말장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승학 목사.

▲박승학 목사.

통합진보당이 2012년 4월 11일 총선 비례대표 4번에 공천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정모 씨가 통진당 홈페이지에 전교조 여교사 성폭행범 비호사건에 대하여 “저는 피해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으나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고 아픔을 가중시켰다는 문제제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 사건 배경을 살펴보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격렬할 때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노총(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석행 씨가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을 때 전교조 조합원인 이모 여교사(당시 27세, 초등)에게 같은 연맹 조합원 B씨가 이 교사의 APT에 숨겨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하여 거절 못하고 처녀 혼자 사는 집에 2008년 12월 1-5일까지 숨어있는 과정에서 이석행씨가 체포되었다.

범인 은닉죄 뿐만 아니라 전교조와 민노총이 촛불집회 배후혐의가 밝혀질 것을 우려하여서인지 민노총 간부들이 여교사에게 허위 증언을 하도록 집요하게 회유 또는 협박 강요하면서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민노총 조직강화위원장인 김모 씨가 APT에 침입하여 여러 차례 강간과 성폭행을 시도하여 피해자에게 큰 상처와 충격을 준 사건이다.

여기서 ‘여러 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것과 ‘완강한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그 상황이 어떠했으며 어떤 일이 있었으면 피해 여교사가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이같은 사례에 대하여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에서는 “이와 같은 사건은 빙산의 일각으로 소위 진보좌파 운동권 내에서는 성(性) 자체를 투쟁의 도구로 삼는 동시에 공유해야 할 자산으로 여기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는 ´성추행, 성폭행, 혼숙과 강간사건´은 일상화 되다시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사건이 언론에 이슈화되니 민노총과 전교조 내 징계과정에서 당시 전교조 위원장이었던 정모 씨가 피해 여교사에게 범인의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한다. 피해 여교사는 이를 믿고 신뢰했으나 오히려 정모 씨의 위선과 이중적이고 파렴치한 태도에 배신당하여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2012년 3월 13일 MBC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논객이 정모 씨의 비례대표 공천 부당성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인 유시민씨에게 제기하자 도리어 “정모 전 위원장이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근거는 있느냐”며 사실을 제대로 알고 문제제기하라고 면박을 주는 답변을 필자도 시청했다.

피해 여교사는 이 방송에 대하여 통합진보당 게시판에 “어제(13일) MBC 100분 토론에서 유시민 대표가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글을 쓴다. 피가 거꾸로 솟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몸이 덜덜 떨립니다. 자신의 상처를 말하는 것이 너무너무 지옥 같고 힘듭니다”라며 “사회정의를 위해서라도 정모 전 위원장과 같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왜 이토록 고통을 참아가며 호소하는지 제발 저의 바람을 들어주십시오” 라고 글을 올렸다.

이같이 전교조와 통합진보당의 정체성과 도덕성이 언론의 도마에 오르자 비례대표 4번 정씨가 역시 통진당 홈페이지에 ‘전교조 여교사 성폭행범 비호사건’에 대하여 이처럼 글을 올린 것이다.

필자는 이 보도를 보는 순간 최근 한국 사법부 판사들의 판결문 내용과 너무도 유사하여 혹시 전교조 위원장 출신 정모 씨가 사법부 판사들의 자문이나 교습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이것은 말꼬리 잡자는 것이 아니다.

법을 재판하는 판결문들을 여러 건 보아왔는데 상당히 많은 판결문 조항에서 특히 결론적인 부분에서 그따위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결론을 내리고 판결하는 것을 보아왔다.

“사례 ①2008카합799 결정문: 시설 또는 활동이 혼동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2010카합789 판결문: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2008헌바157, 2009헌바88(병합): 일반인이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의적 법해석·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불명확한 개념이라 하기는 어렵다. ④2011카합2060 가처분 판결문: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 실시를 지연시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직무대행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 얼마든지 판례를 제시할 수 있다.

위 판결문들을 면밀히 살펴보기 바란다.

법이란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하여 가부(可否)를 분별하고 결론을 내려 판결해야 마땅한 것이다. 교통순경이 길을 묻는 시민에게 “서울역에서 시청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는 수학선생이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것이 틀린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답변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게 말이 되는가.

최소한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국법을 집행 판결하는 한국의 최고 엘리트인 판사들이 이따위 애매모호하고 헷갈리는 언어를 구사하고 재판을 한다면 이게 무슨 장난질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리저리 말꼬리를 빙빙 돌려 호도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혼돈시키다 애매모호하게 꼬리를 내리고 결론 아닌 결론으로 언어유희를 하는 것은 국가 사법부의 태도가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집단이 사법부 법관들이라고 국민의 불신을 당하고 조롱받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4번 정모 씨의 표현은 못된 집단의 못된 행태를 교습받아서 흉내내며 정치판에서도 그런 식의 말장난을 써먹는 것이 아닌가 하여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기독교단개혁연(aogk.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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