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성경의 유약한 지도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예수 그리스도를 죽인 나약한 빌라도(2)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후 1세기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당시, 유대 지역을 다스린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와 아내는 오래 전부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잘 알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대부분의 유다 지역은 예수 그리스도가 일으킨 불치병 치유 등의 이적 사건으로 인해 매일 들썩이고 있었다.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형 허락을 받기 위해 총독 빌라도의 집무실로 찾아 갔을 때, 그는 뜸을 들이면서 허락해 주지 않았다. 식민 백성 유대인들에 대한 법적 사형 집행권을 가진 로마 제국의 유대 총독으로서 위엄과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실지로 나약한 자들의 표지인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총독 빌라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었다.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로마 제국 유대 총독부에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참람죄로 기소하는 것은 무익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참람죄는 이스라엘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종교적 범죄로서, 로마 총독부가 예수 그리스도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항목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 선량한 백성들을 미혹했고 로마의 황제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했으며, 유다의 왕이라고 말하는 등 백성들을 거짓으로 속였다고 정치적 죄목을 뒤집어 씌워 다시 기소했다.

본디오 빌라도는 무죄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석방하지 않고 내적으로 법정 죄인 취급했다. 그는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보다, 분노하여 불법으로 기소한 유대 군중들을 더욱 무서워했다(마 27:2, 11-14, 막 15:1-5, 눅 23:1-5, 요 18:15-18, 25-27).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무죄한 예수 그리스도를 사실대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지 못하고, 관할구역 분봉왕 헤롯에게 정치범으로 넘겨 조롱과 심문을 받게 했다. 분봉왕 헤롯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 행위를 발견하지 못하고, 유다 총독 빌라도에게 또다시 돌려보냈다(눅 23:6,12).

나약한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제2차 심문을 위해 산헤드린 공의회(公議會) 회원들과 유대 백성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무죄를 증명해 석방하기 위해서는 유대 백성들의 절대적 동의와 협조가 필요했다. 본디오 빌라도는 무죄하지만 유대 지도자들의 사악한 시기로 체포된 예수 그리스도를 일반 백성들은 최소한 동정할 줄 알았다.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그리스도의 사역을 매우 시기해서, 거짓으로 죄를 뒤집어씌워 잡아온 줄 잘 알고 있었다.

본디오 빌라도의 아내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꿈을 꾸고 남편에게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소서’ 라고 두려워하며 조언했다. 본디오 빌라도는 체포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너는 어디로서냐’ 라고 물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전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하므로 마음이 나약한 빌라도는 몹시 겁이 났다. 석방할 권세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세도 총독인 자신에게 있다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은근히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무죄로 판단할 만한 근거를 직접 입으로 말해주길 바랬다. 예수 그리스도는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면 나를 해할 권세가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니라’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무죄로 심판할 만한 변명을 빌라도는 주님으로부터 듣지 못했다. 매우 당황한 총독 빌라도는 공포심에 끌려 그를 석방하려 애썼지만, 분노한 백성들에게 밀려 무죄한 예수 그리스도를 범인 신분으로 넘겨 주게 됐다.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당할 범죄를 전혀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려서 석방하겠다고 재차 선언했다. 나약한 본디오 빌라도는 매를 맞아 비참한 모습을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유대인들에게 구경거리로 보여주기도 했다. 무죄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심히 매질하면 분노한 유대인들의 마음이 석방 쪽으로 돌아설 줄 알았다. 사악한 대제사장의 지휘를 받은 유대의 일반 군중들은 예수 그리스도 대신에 정치범 바라바를 유월절 특사로 석방하라고 소리쳤다.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백성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죽일 죄를 찾지 못했다고 세 번이나 말했으나, 크게 소리지르는 무리들이 두려워 바라바를 대신 놓아줬다(마 27:26-30, 15:15-19, 요 19:13). 유대 백성들이 들고 일어서 민란을 일으키면 로마 총독으로서 자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계산했다. 유대인들의 동정을 얻어 석방하고자 했지만,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라고 크게 외치므로 작전상 착오가 생겼다. 본디오 빌라도는 어쩔 수 없이 ‘너희가 친히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대답했다. 본디오 빌라도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제2차 석방운동도 그의 나약한 리더십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요 19:1-8).

총독 빌라도는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란 죄수 패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틀 위에 붙였다. 대제사장이 빌라도에게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고 항의했으나, 그는 불응했다(요 19:9-14, 19, 21, 22). 총독 빌라도는 하나님의 교회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라고 되풀이하는 동안 사악한 존재요 나약한 리더로 규정됐다.

그의 아내 글라우디오 프로클라(Claudia Procla)는 ‘문의 개종자(Proselyte of the gate)’로 숨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였다고 전한다. 희랍 정교회에서 그녀를 성도로 성렬(10월 27일)에 가입시키고 있는 것은 주목된다.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는 백성들의 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지도자는 백성들의 의견을 낱낱이 청취하되, 법과 양심에 따라 바른 결정과 심판을 정직하게 내려야 한다. 개인적 유익이나 입지를 수호하기 위한 심판이나 결정은 이미 리더십을 상실한 처사가 된다. 총독 빌라도가 백성들의 의견을 자주 청취한 것은 지도자로서 옳은 것이었다. 다만, 권한을 위임 받은 정치 지도자로서 분명한 주관을 가지고 법에 따라 심판하지 못하고, 사익에 치우친 그의 행동은 총독의 임무를 해태(懈怠)한 위법행위가 됐다.

공동체의 바른 지도자는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온다고 할지라도 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나약한 빌라도는 알지 못했다. 현대의 정치, 경제, 사회 및 교회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총독 빌라도를 반면교사로 사용해 바른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오늘날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나약한 빌라도의 리더십을 거울삼아 바른 모습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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