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이명박 정부의 정치와 종교(2)
본 원고는 지난 3월 28일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 제16회 영익기념강좌에서 박명수 교수(공공정책 포럼 대표)이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 불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입니다. 본지는 당시 강좌 주요 내용을 보도했으나, 전체 내용을 알고 싶다는 독자들의 문의에 따라 이를 몇 차례에 나눠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II. 이명박 정부와 불교관련 정책
이명박 정부의 종교정책 가운데 가장 혜택을 많이 본 종교는 불교이다. 불교는 선거 이전부터 각 정당 후보에게 불교관련 각종 악법을 폐기하거나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는 다같이 각종규제를 풀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불교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 종교차별금지법, 자연공원법, 전통사찰보존법 등의 개정이며,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 연등회의 주요무형문화재 지정이며, 이것은 거의 다 성취되었다. 아울러 10·27 법난 명예회복과 종교평화법 제정은 현재 추진중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1. 종교차별금지법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일년도 지나지 않아 불교계와 갈등을 빚었다. 그 시작은 2008년 6월 국토해양부 전자지도 시스템인 ‘알고가’ 프로그램에 사찰이 누락된 것을 알려지면서였다. 이것을 시작으로 소위 종교편향이라 부르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었다. 이후 경기여고 교장의 불교문화재 훼손, 국토해양부 경관수립 계획에 전통사찰 제외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불교계는 7월 3일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가 구성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7월 29일 소고기 수입에 대한 촛불시위자 가운데 조계사에 피신한 사람을 검문하던 중 조계종 총무원장을 무례하게 대하였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불교계는 이런 모든 것을 불교를 무시하는 종교편향 정책이라고 보았다. 정부와 여당은 불심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고 더욱 확대되었다. 이런 와중에 조용기 목사가 청와대에 방문해 기도회를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더욱 분노하였다. 이런 일련의 행위가 바로 종교편향이라는 것이다.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에 종교차별을 종식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하면서 8월 27일 범불교도대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20만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하였다. 이것은 불교의 역사상 특별한 일이었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놀라 나경원 한나라당의원을 대표로 해서 171명의 의원이 종교차별 행위 금지와 처벌조항을 담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원래의 법에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만일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였다. 그러나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처벌조항은 사라졌다.
이 법과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 정부는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 공직사회에서 종교로 인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법 자체가 불교계에서 기독교 신자들로 인해 종교차별을 받았다고 해서 생긴 법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이 법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특별히 성시화운동과 홀리클럽이 주요 타켓이 되었다. 이들은 기독교 신앙으로 자기가 맡은 분야를 복음화하려는 사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들의 행위가 종교차별에 해당되는가 하는 문제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어떤 종교인이든 자신이 믿는 신앙을 전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광부는 서울대 정종섭교수등에게 위탁하여 무엇이 종교편향에 해당되는지 연구하도록 하였다. 여기에 의하면 불교가 종교편향이라고 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즉, 공직자도 종교의 자유를 가진 개인이므로 사적 영역에서 종교적인 신념을 표현할 수 있으며, 공적 장소에서도 다른 표현의 자유만큼 종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공직자가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한 특정 종교집회에 참석하거나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공직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종교나 종교행위를 강요하는 경우는 명백하게 종교편향 행위이다. 자신의 종교에 와서 종교행위를 하는 것은 괜찮고, 다른 종교에 가서 종교행위를 하는 것은 종교편향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이 새로운 법에 의해 문광부 내 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설치되었고, 여기서 종교차별 사례가 접수되었다. 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세워진 2008년 11월까지 신고된 것이 8건인데 실제 종교차별로 인정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실제 내용은 교사가 혼자 묵념하듯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고, 학생들을 위하여 상담해 주고, 기도해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이것을 종교차별이라고 판단했다.
2011년에는 문광부 종교차별신고센터에 접수된 것이 17건이었는데, 그 중 실질적으로 종교차별에 해당되는 것은 두 가지로 교사가 수업시간에 특정종교를 반복해서 강조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기독교 학교에서 이단교육을 한 것이 종교차별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이해가 가지만 후자의 경우, 미션스쿨에서 이단교육을 하는 것을 종교교육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이런 종교차별에 대한 지나친 시비가 오히려 선교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을 까 염려한다. 한국은 다종교사회이며, 각각 자기가 믿는 것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직자도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갖고 선교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 자유의 제한은 인간의 기본권에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종교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2. 자연공원법 개정
불교는 정부의 각종 법령이 불교의 발전을 저해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 중의 하나가 자연공원법이다. 자연공원법은 박정희 정부가 자연녹지보존을 위해 개발을 제한한 법이다. 이 법으로 인해 불교는 사찰환경 개선이 방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하였다. 지난 2011년 3월 11일자로 국회가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과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발의로 개정한 자연공원법을 보면 불교계가 요청한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 조계종 기획실장 원담스님은 “40년간 논란이 된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공원지역 내에 포함된 전통사찰 수행환경과 문화유산보존활동을 가로막던 악법이 철폐됐다”고 논평했다. 자연공원법 개정은 불교의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이다.
개정 자연공원법은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신설하도록 했다. 공원문화유산지구란 그동안 국립공원 등 공원지역으로 묶여있던 지역 가운데 국가문화재나 전통사찰로 등록된 사찰 경내를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신설하여 기존 규제를 풀고, 문화재 보호 및 불사를 위한 건물을 신·증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공원법의 규제에 묶여있던 사찰을 해방시켜준 것이다.
새로 개정된 법은 단지 규제를 풀어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사찰이나 전통 사찰의 경우 공원관리청과 협의해 입장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신 종전에 부과하던 문화재 관람료는 폐지되었다.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점(店) 단위와 면(面) 단위 문화재 개념이다. 과거에는 문화재를 점 단위로 생각했다. 즉 문화재 한 점, 한 점을 문화재로 보았다. 하지만 여기에 면 단위를 첨가했다. 다시 말하면 문화재 한 점, 한 점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을 문화재로 보아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불교계와 일반 등산객 사이에 벌어졌던 시비를 해결한 것이다. 일반 등반객들은 자신들은 불교문화재를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데 비하여 불교계에서는 문화재와 그 주변 환경이 다 문화구역이므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 개정된 법은 불교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개정된 자연공원법 43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원문화유산지역의 사찰환경 개선을 위하여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사찰의 증·개축을 정부의 보조를 받아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계 일각에서도 이미 공원 입장료를 통해 사찰의 유지, 보수에 관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불교계가 욕심을 부려 정부 지원까지 탐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을 발의한 주호영 의원의 자연공원법 일부 개정안 비용 추계서에 의하면 전국 국립공원 내 사찰이 33개이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소요 예산이 193억원이라고 되어 있다.
자연공원법 개정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불교 사찰이 공원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증·개축이 어렵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런 점에서 많은 사찰들이 규제에서 해방되어 사찰환경을 개선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지나치면 안 된다.
우선 공원입장료 문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립공원에는 사찰이 있고, 사찰을 통과하지 않으면 국립공원에 입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 국립공원 입장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국립공원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찰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이다. 정교분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특정종교 지원 금지이다. 사찰은 엄연히 종교시설이며, 여기에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계속>.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공공정책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