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 왔다고… 이방 땅으로 옮긴 하나님의 백성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 목사의 룻기 1] 모압 여인 룻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이 책의 내용은 모압 여자 룻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룻기’라고 부른다. 성경 중 두 권의 책, ‘에스더’와 ‘룻기’는 여자의 이름을 취하여 제목을 삼았다. 이는 성도로서 가장 영예로운 일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치 않으나 사무엘로 추정된다. 이는 이 책을 기록한 사람이 사사 시대의 기록을 알고 다윗을 아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4:17). 이 책의 내용은 사사기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사사기의 부록이라 칭한다. 사사기는 거의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룻기는 밝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지닌 바 어두운 시대에 샛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망라하고 있는 기간은 11년 정도이며, 주전 1322년부터 1312년까지이다.

사건의 발생지는 모압 땅과 가나안 땅이다. 이 책은 풍성한 영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 외에도 탁월한 문학적 가치가 있다. 룻과 결혼한 보아스는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탐꾼을 받아들였던 라합의 아들이었다. 라합의 남편이며 보아스의 아버지인 살몬은 유다 사람으로 역대상 2장 11, 51, 54절에 나오는 살마와 동일인이다. 그리스도의 계보에 라합이나 룻과 같은 이방인들이 끼게 된 것은 우리 같은 이방 죄인들도 믿음이 있고 갈망이 있고 추구가 있다면 그 신성한 그리스도의 나라에 분깃이 있을 것임을 시사해 주며 소망과 용기를 준다.

1 사사들의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유다 베들레헴에 한 사람이 그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에 가서 우거하였는데 2 그 사람의 이름은 엘리멜렉이요 그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요 그 두 아들의 이름은 말론과 기룐이니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 사람들이더라 그들이 모압 지방에 들어가서 거기 유하더니 3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 두 아들이 남았으며 4 그들은 모압 여자 중에서 아내를 취하였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더라 거기 거한지 십 년 즈음에 5 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6 그가 모압 지방에 있어서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권고하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함을 들었으므로 이에 두 자부와 함께 일어나 모압 지방에서 돌아오려 하여 7 있던 곳을 떠나고 두 자부도 그와 함께하여 유다 땅으로 돌아오려고 길을 행하다가

룻기 시대는 그래도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 혼란스러운 때가 아니고, 사사들이 존재하여 나름대로 치리하던 때였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흉년이 들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심판의 표시였다. “그러나 너희가 내게 청종치 아니하여 이 모든 명령을 준행치 아니하며 나의 규례를 멸시하며 마음에 나의 법도를 싫어하여 나의 모든 계명을 준행치 아니하며 나의 언약을 배반할진대… 너희 수고가 헛될지라 땅은 그 산물을 내지 아니하고 땅의 나무는 그 열매를 맺지 아니하리라”(레 26:14, 15, 20).

여기에 유다 베들레헴의 한 사람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의 이름은 엘리멜렉이고 그 아내의 이름은 나오미이며 말론과 기룐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엘리멜렉이라는 이름 뜻은 ‘하나님이 나의 왕이시다’이며, 나오미의 뜻은 ‘유쾌함’ 또는 ‘온후함’이다. 말론과 기룐은 각각 ‘병약함’과 ‘소모’라는 뜻이니 엘리멜렉은 흉년과 가난함 가운데 병약하여 기르기 힘든 두 아들을 낳았던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심판의 상황이 그 가정에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이 베들레헴에 사는 동안 흉년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그 가정은 그렇게까지 경제 사정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21절 참조). 어쩌면 그 가정은 삶의 수준을 낮추기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사람이 어떤 수준의 삶을 살다가 그 수준을 낮추기란 힘든 일이다. 엘리멜렉은 바로 이런 형편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베들레헴에서 조금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두 아들이 병약하게 되자 모압 땅으로 들어가서 한동안 살기로 하였다.

당시 하나님의 백성은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그 땅을 기업으로 분배받아 그 땅에서 함께 살아야 했다. 그런데 엘리멜렉은 흉년이 들고 살아나갈 길이 어렵게 느껴지자 이주를 실시한 것이다. 이는 남아있는 선민들에게 좋은 본이 되지 못했다(매튜 헨리). 그들은 어렵더라도 함께 그 땅을 지키며 살았어야 했고, 여호와 하나님의 율법과 규례를 떠나므로 받는 재앙을 돌이키기 위해 합심하여 회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가정은 그들만의 생활의 풍족과 안전을 찾아 떠났다. 이는 더 큰 심판과 징계를 초래했다.

이는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경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환경이 어렵다 하여 쉽게 위치를 바꾸거나 이동하거나 이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옳지 않은 일이다. 반드시 주님과 함께 움직여야 하고 주님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 중심에 주님이 계시고 그분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개인의 유익과 편리를 위하여 움직이게 되면 거기에 심판이 있게 된다.

이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그야말로 양식이었던 것이 분명하다(6절, “그가 모압 지방에 있어서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권고하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함을 들었으므로 이에 두 자부와 함께 일어나 모압 지방에서 돌아오려 하여”). 물론 육신의 양식을 주셨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주님이 그 백성을 권고하시고 다시 돌아보셨다는 것을 들은 것이다.

결국 엘리멜렉은 모압 땅에서 죽고 두 아들은 결혼하여 아내들을 얻었지만 그들도 십여 년이 지난 뒤 모압 땅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나오미는 이러한 주님의 징계의 손을 통과하면서 유익을 얻은 것 같다(1:20-21절 참조). 하나님은 때로 한 사람을 얻으시기 위해 이렇게 많은 환경을 사용하신다(롬 8:28). 나오미는 전에 남편을 따라 별 느낌이 없이 모압 땅에 갔을 것이고 당시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다지 하나님을 많이 체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모압 땅에서 10년이라는 징계 기간을 통해서 많이 배웠고 룻과 같은 훌륭한 이방 여인을 양육하여 다윗과 주 예수님의 조상이 되게 하는 데 일조한 여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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