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 여인 룻은 왜 나오미를 떠나지 않았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 목사의 룻기 2] 오르바와 룻의 엇갈린 선택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8 나오미가 두 자부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각 어미의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가 죽은 자와 나를 선대한 것같이 여호와께서 너희를 선대하시기를 원하며 9 여호와께서 너희로 각각 남편의 집에서 평안함을 얻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고 그들에게 입 맞추매 그들이 소리를 높여 울며 10 나오미에게 이르되 아니니이다 우리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백성에게로 돌아가겠나이다 11 나오미가 가로되 내 딸들아 돌아가라 너희가 어찌 나와 함께 가려느냐 나의 태중에 너희 남편 될 아들들이 오히려 있느냐 12 내 딸들아 돌이켜 너희 길로 가라 나는 늙었으니 남편을 두지 못할지라 가령 내가 소망이 있다고 말한다든지 오늘밤에 남편을 두어서 아들들을 생산한다 하자 13 너희가 어찌 그것을 인하여 그들의 자라기를 기다리겠느냐 어찌 그것을 인하여 남편 두기를 멈추겠느냐 내 딸들아 그렇지 아니하니라 여호와의 손이 나를 치셨으므로 나는 너희로 인하여 더욱 마음이 아프도다 14 그들이 소리를 높여 다시 울더니 오르바는 그 시모에게 입 맞추되 룻은 그를 붙좇았더라 15 나오미가 또 가로되 보라 네 동서는 그 백성과 그 신에게로 돌아가나니 너도 동서를 따라 돌아가라 16 룻이 가로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17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18 나오미가 룻의 자기와 함께 가기로 굳게 결심함을 보고 그에게 말하기를 그치니라

엘리멜렉이 모압 땅에 가서 그 땅 백성들과 함께 살며 그 땅 여인들을 며느리로 삼은 것은 선민으로서 그렇게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모압 땅에 가지 않았으면 좋을 뻔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 간 것조차 하나님은 사용하신다. 믿는 이들의 실패까지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여 일하시는 경우는 허다하다. 적어도 나오미는 그곳에서 귀한 그리스도의 조상이 된 여인 룻을 얻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하나님이 허락하시지 않은 땅에 들어가서 사는 바람에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을 잃었다. 사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뒤 곧 경고를 받았어야 했다. 그리고 돌아갈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죽고 한 아들이 죽고 또 한 아들이 죽은 후에야 가나안 땅에 양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어떤 일로 해서 우리가 옳지 못한 곳에 있었을지라도 그 일이 해결된 후에는 결코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매튜 헨리). 우리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한동안 어쩔 수 없이 머문다 하더라도 더 있어야 할 일이 없다면 떠나야 한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떠나고 머무는 일에 있어 주님의 주권을 신뢰해야 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을 섬긴다고 하나, 대개 생계나 직업이나 자녀 교육 등의 필요 때문에 이주하곤 한다. 이런 일들은 주님의 인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지배받아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중심과 으뜸이시다. 그 분은 우리의 모든 삶을 지배하고 인도하셔야 한다. 그 분의 필요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우리는 어떤 곳에 한 동안 있다가 필요를 채우고 절차를 마친 뒤에는 떠나야 한다.

나오미는 떠나기에 앞서 두 자부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 했다. 여기서부터 나오미의 영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영적인 사람은 누구든 사람을 함부로 자기에게로 끌려고 하거나 붙잡지 않는다. 주님을 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님은 사람이 환경이나 인정 때문에 마지못해 그분을 따르는 것을 원치 않으시고 기꺼이 단 마음으로 그분을 선택하여 따르는 것을 기뻐하신다. 하나님은 사람이 그분을 믿고 선택하는 것을 기뻐하시지만 만일 원치 않는 마음이 있다면 다른 우상을 섬기는 것도 선택하라고 하신다(수 24:15). 그만큼 하나님은 사람의 자유 의지를 귀하게 여기시고 자의적으로 그분을 따르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사람이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따를 만한 인격의 하나님이시다.

나오미는 그들의 정황을 그들 편에서 깊이 이해하고 관심한 사람이다. 나오미는 그들이 죽은 두 아들을 선대한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자기를 선대한 것을 잊지 않았다. 사람이 헤어지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지난날 호의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갖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의롭고 선한 일이다. 더욱이 나오미가 감사함을 표시한 사람들은 그녀의 아랫사람들이었다. 그녀는 두 자부에게 각각 어미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 결혼해서 남편의 집에서 남은 생애를 평안하게 살 것을 권한다. 이는 나오미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였다. 이러한 말들은 사사기와는 다른 면을 보여주며 능력보다는 생명에 속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며느리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백성에게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지만 나오미는 자기를 따라와도 달리 좋은 수가 없다는 것, 즉 그들이 다시 결혼할 새 남편을 그녀가 낳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자세히 말하면서 설득한다. 그리고 여호와의 손이 자신을 치셨으므로 마음이 더욱 아프다고 말했다. 나오미는 주님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매우 합당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여기 말씀의 귀한 점들이다.

14절에서 오르바라는 여인은 그 말을 듣고 그 시모에게 입맞추었다. 그들 둘은 다 울기는 울었지만 마음은 서로 달랐다. 하나는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적인 길은 실상 여럿이 아니고 하나이다. 오르바는 인간적으로 말해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그녀도 할 만큼 했다. 죽은 남편을 위해서나 시어머니를 위해 그 마음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어미를 따를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여인을 나오미가 데리고 들어갔다면 그녀는 그 식구들 모두에게 커다란 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진심으로 시모를 따라 나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오르바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를 묻는다면 따른다. 그러나 진정으로 따르느냐고 할 때 그렇지 않다. 그녀에게는 인정과 체면이 많이 작용했고 의리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함께 살다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는가 하는 의리나 인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룻은 달랐다. 그 여자는 시어머니에게서 본 것이 있었다. 즉 시어머니가 섬기는 하나님이 참 하나님이시라는 것, 그 백성이 그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얻은 백성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비록 나오미가 자신이 잘못해서 징계를 받아 하나님이 그녀를 치셨다고 고백했으나 룻에게는 그런 말이 오히려 복음으로 부럽게 들린 것이다. 위대하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들이 잘못할 때 징계하신다는 것은 그들을 매우 사랑하신다는 뜻이다. 그 자체가 하나님이 없고 하나님의 사랑이나 징계나 간섭을 받지 않고 사는 이방인에게는 부러움의 요소인 것이다.

전에 부모 없이 사는 한 가난한 소년이 도시에 와서 공부하다가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는 장군의 아들이었다. 그 친구가 조금 잘못했는데도 장군인 그 아버지는 매우 화를 내면서 꾸중을 했다고 말했다. 그때 부모 없는 그 소년은 그 말을 들으면서 눈물을 지었다. 그것은 그 친구가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다. ‘저 친구는 자기가 잘못할 때 꾸짖고 야단칠 위대한 아버지를 갖고 있다!’ 그 소년은 자기 같으면 그런 아버지한테 많이 맞아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독백했다. 이것이 룻의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르바는 시어미의 말을 받아들이고 떠났다. 나오미는 붙잡고 따르는 룻에게 다시 권했다. “보라, 네 동서는 그 백성과 그 신에게로 돌아가나니 너도 동서를 따라 돌아가라.” 그러자 룻은 성경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탄복할 만한 말을 여기서 했다. “룻이 가로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이 구절은 아무리 읽어도 그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영원히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서 아름다운 시정(詩情)을 자아내는 말이다. 나는 이 부분의 말씀을 특별히 영어 번역으로 기록하여 독자들과 함께 음미해보고 싶다. 우리는 주님을 따르고 진리의 길을 가는 데 있어서 이러한 영을 갖기 원한다.

But Ruth said, “Entreat me not to leave you or to return from following you; for where you go I will go, and where you lodge I will lodge; your people shall be my people, and your God my God; where you die I will die, and there will I be buried. May the LORD do so to me and more also if even death parts me from you.”

다시 우리말로 읽어보겠다.

“룻이 가로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이 주님을 따라가는 자세가 이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방 여인인 룻이 그리스도 왕가의 족보에 들어갔다. 그것은 거기에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사람이 감동하지 않은 것은 하나님을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부분에 와서는 글을 쓰는 사람인 나 자신도 평상심을 잃어버릴 정도로 탄복하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방 여인인 룻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었던가! 그녀는 나오미를 보면서 하나님을 알 수 있었고 하나님의 백성의 영광스러움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경건한 성도는 그의 삶에서 하나님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오미는 룻에게 많은 인상을 심겨주는 식으로 살았다. 악한 친구들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 수 있으니 악한 동무들을 주의하라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다(고전 15:33). 반면 선한 친구들이나 주위에 경건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진실로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주를 경외하는 사람들을 주위에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특권이다.

룻이 평소 생활 가운데서 그의 시어미 나오미를 바라봤을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오미는 그녀의 두 아들이 죽었을 때 그 태도가 다른 사람들과 달랐을 것이다. 눈물을 흘렸겠지만 더욱 많은 탄식과 회개가 있었을 것이다. 또 그 이후로 그녀는 며느리들에게 많은 인자와 사랑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러한 뛰어난 인성이 룻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있는 고귀한 성품을 느끼게 한 것이다.

룻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이방인이 가지지 않은 뭔가 특이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비록 그 남편은 죽었지만 그 가정에 시집온 것이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오미는 룻이나 오르바에게 틈나는 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 중에 룻은 말씀에 대하여 입맛이 더 있었을 것이며, 오르바는 형식적으로 그냥 들었을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입맛있게 듣지 않은 자는 중도에 떠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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