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에서 ‘정감록’보다 홀대받는 기독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획연재] 이명박 정부의 정치와 종교(4)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본 원고는 지난 3월 28일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 제16회 영익기념강좌에서 박명수 교수(공공정책 포럼 대표)이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 불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입니다. 본지는 당시 강좌 주요 내용을 보도했으나, 전체 내용을 알고 싶다는 독자들의 문의에 따라 이를 몇 차례에 나눠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III. 이명박 정부와 기독교 관련 정책

불교와 정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주요 문제는 전통문화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와 정부 사이에 일어나는 주요 문제는 교육, 도덕, 선교에 관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대에 한국 기독교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필두로해서 교과서 개정운동을 벌였고, 올바른 도덕을 함양하기 위한 투쟁을 하였으며, 선교에 저해가 되는 택지개발법, 수쿠크법, 그리고 여권법 개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두고 정부와 대립하였다.

기독교는 선교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독교의 선교는 여러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이명박 정부 시대에 이런 문제를 갖고 정부와 대랍히였다.

1. 역사교과서 및 과학교과서 개정운동

노무현 정부에서 정부의 교육정책과 기독교 사이의 중요 이슈는 바로 기독교학교의 개방형 이사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것은 성직자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종립학교의 경우 개방형 이사를 종단에서 파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 이후 한국 기독교에서는 사학법을 사립학교 지원법으로 바꾸어 사학에 관한 규제가 아닌 지원으로 법을 개정하려고 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추진된 것은 없다.

이명박 정부 시대 기독교와 정부 사이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교과서 문제였다. 사실 역사교과서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념 대립의 결전장이 되었다. 1970년대부터 강조된 주체성 있는 역사교육은 식민지 사관 극복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고, 그 결과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배타적인 역사이해가 주류를 이어왔다. 이런 흐름은 한국 근대사에 나타난 기독교의 역할을 소극적, 부정적으로 설명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한국 기독교는 상당히 왜곡·축소되었다.

2008년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의 영익기념강좌에서는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에 나타난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이 역사교과서에는 한국 기독교에 관하여 “특히 지나치게 복음주의적이어서 제국주의와 일제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가 복음주의 신앙으로 출발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는 서구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아니라 오히려 근대 문명을 받아들여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또한 한국 기독교는 천도교와 더불어 한국의 많은 종교들 가운데 가장 일제와 투쟁했던 종교이다. 한국 교회사학회는 교과부와 출판사에 정정을 요청하여 이 내용을 수정하였다.

하지만 교과서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국사교과서였다. 당시 국사교과서는 국가편찬위원회가 만드는 국정교과서였다. 그런데 이 국사교과서 기독교는 불교와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 천도교, 심지어 정감록과 같은 민간신앙과 비교해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다른 종교는 다 교육과정에 그 종교의 출발과 발전에 대해 서술하도록 되어 있는데 비하여 기독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집필 기준에 개항 이후의 종교에 대해서는 특정종교를 편향적으로 서술하지 말라고 하여 개항 이후 등장한 기독교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 교회사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한국교회 역사바로알리기 운동본부를 만들고 정부를 비롯한 각계 각층에 협조를 구했다. 한기총은 정부에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개정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2011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개정되어 역사교과서에 “개항 이후 종교서술에는 기독교의 수용과 여러 종교들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서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비록 교육과정이 수정된 것은 아니지만 집필 기준에 기독교 수용과정에 대해 서술할 수 있도록 된 것은 작은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학교와 초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역사교과서와 함께 한국 기독교의 중요한 문제는 과학교과서이다. 지금까지 과학교과서는 기원에 관하여 진화론만을 가르쳤다. 진화론은 인류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다. 진화론은 인간의 기원을 동물에 둠으로서 인간의 본능을 정당화하고, 적자생존을 강조함으로서 강자의 논리를 정당화하며, 결국 인류의 존엄성을 해치게 된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진화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진화론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주장하는 많은 증거들이 학자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시조새이다. 지금까지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현재는 그런 주장들이 학계에서 부정되고 있다.

한국기독교는 창조과학회를 중심으로 이런 진화론의 허구성을 지적해 왔고 2009년 교과서 진화론개정추진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활동하였다. 교과서 진화론개정추진회에서는 이 문제를 교과부와 출판사에 요청하였고, 상당한 출판사에서 시조새를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것은 진화론 문제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다.

2.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

한국교회가 국가의 공공정책과 마찰을 빚은 또다른 영역은 동성애 문제다. 동성애문제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성서에서 말하는 성관계는 남녀관계이며, 동성애는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은 성행위는 사적인 행위이며, 이것은 개인에게 맡겨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은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따라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3월까지 법무부에 차별금지법을 만들 것을 권고했고, 그 중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여기에 의하면 동성애가 죄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차별에 해당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결국 동성애를 비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 기독교는 강한 우려를 갖고 강력하게 정부에 항의하였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염려하던 국회의원들과 힘을 합하여 의회선교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에스더기도운동과 같은 기도단체들과 힘을 합하여 30만명의 서명을 받아 2007년 10월 하순 법무부에 강력히 항의하였다. 여기에 당황한 법무부는 당분간 입법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2010년 법무부는 다시금 동성애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시도하였다. 여기에 대해 10월 29일 의회선교연합이나 에스더와 같은 단체들이 다시금 힘을 합하여 동성애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포럼을 열었다. 과학적·법률적·경험적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였고, 그 결과를 모아 법무부에 전달하였다.

중요한 내용은 ①동성애는 유전적이나 선천적이어서 교정불가한 성적 지향이 아니며 ②동성애는 사회적으로 미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병리적인 현상이며 ③모든 종교는 동성애를 반대하며 ④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동시에 동성애가 죄라는 것을 가르칠 권한이 있으며 ⑤동성애 허용은 가정·사회·군대·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국가적인 문제이며 ⑥각종 매체를 통해 동성애를 미화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런 논란 때문에 동성애차별금지법은 국회에 제안되지 않았다.

2011년 봄, 동성애 문제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한 처벌이 위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현행 군 형법 92조에 의하면 군대 내 동성애자는 처벌을 받게 되어있는데 이것의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이 위헌이라고 보면서, 헌법재판소에 해석을 요구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한국기독교는 군대 내 동성애 금지가 국가와 가정의 유지, 그리고 군대의 기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결국 2011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합헌의 이유는 군대의 기강, 국민의 정서, 일반인들에게 주는 혐오감등을 들었다. 군형법은 동성애를 이유로 법적인 처벌을 받는 유일한 법이다.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동성애에 관한 논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2011년 가을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곽노현 씨는 인권조례를 만들어 학교 현장에서 동성애차별을 금지하고자 하였다. 이 인권조례에 의하면 성적 지향 뿐만 아니라 성별 정체성에 대해서도 차별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성별 정체성이란 성전환을 포함한 성별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나 표현을 말하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는 미혼모의 임신·출산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미혼모에 대한 건전한 도덕교육은 차별에 해당된다. 한국 기독교는 여기에 강하게 반대하였으나 통과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어 학칙 개정에 대한 권한이 학교장에게 위임되면서 사실상 서울시 인권조례는 학교당국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성애 문제는 한국 기독교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 기독교는 동성애자나 미혼모에 대한 인간적인 차별에는 반대한다. 모든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류 사회가 지켜야할 도덕이 있고, 이 도덕을 준수할 때 사회는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동성애자나 미혼모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해야 하지만, 동성애 자체나 혼전 성행위 자체를 미화할 수는 없다.

3. 택지개발촉진법과 개척교회 문제

한국사회는 도시화와 더불어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도시화는 무계획한 도시를 만들어냈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재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정부는 택지개발촉진법을 만들었고, 여기에 의해 보상가는 낮추고 공급가는 높여 정부예산을 들이지 않고 재개발을 추진하였다. 그래서 기존 주택을 부수고 새롭게 도시를 건축하려 했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주민 85% 이상이 자신의 동네에서 살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같은 사례가 재개발지역 개척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원래 한국교회는 도시화와 더불어서 발전하였다. 거대도시는 거대한 대형교회도 만들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개척교회를 양산했다. 이 작은 개척교회들이 바로 도시 빈민들과 함께 그들의 아픔을 나누었던 신앙 공동체였다. 바로 이런 개척교회들이 철거 대상이 되었고, 일부는 새로운 종교부지를 얻어 도약의 발판이 되었지만 상당한 교회들은 오히려 조용히 사라졌다.

개척교회는 턱없이 낮은 보상가를 받아 새롭게 택지를 매입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임대교회의 경우 이사비용만을 받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개척교회의 경우 일반 원주민보다도 더 나쁜 조건으로 재개발 택지를 분양받는다. 원주민의 경우 택지개발촉진법을 통하여 조성원가의 80%에 택지를 매입할 수 있으나, 교회의 경우에는 100%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해야 했다. 결국 재개발지 개척교회는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한국교회의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통칭 5만 교회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13,000교회가 재개발지역 개척교회이며, 이들 중 12,000교회는 폐쇄될 운명에 처해 있다. 재개발로 인하여 전국 교회의 5분의 1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강 신도시 교회의 경우 57개의 임대교회가 재개발로 인하여 다 사라졌으며, 토지와 건물이 있는 교회도 17개 교회 중 15개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철거 후 개척교회가 받은 보상금은 새로운 건물을 마련하기 전까지 비용으로 사용하여 사라지며, 게다가 종교부지는 보상가의 3, 4배에 이르기 때문에 교회가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결국 한국 교회사상 가장 많은 교회가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재개발문제가 큰 이슈가 된 것은 2009년 1월 19일 있었던 용산재개발 참사 사건이었다. 용산재개발로 인한 원주민의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시위가 나오게 되었고,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철거민 문제가 드러났고, 아울러 개척교회 문제도 드러나게 되었다. 여기에 대처한 단체는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 목사)이다. 서경석 목사는 재개발지역 목회자들과 연대하여 본격적으로 개척교회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한기총 산하 재개발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한국교회 이름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시작하였다.

서경석 목사는 재개발지역의 개척교회문제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재개발정책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재개발정책이 기존의 모든 건물을 부수고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원주민은 재정착을 못하고 자신의 동네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싹쓸이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 재생형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 재생형 개발이란 도시를 개발하되 원주민의 재정착을 목표로 서민들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개발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별 필요 없는 정책이다.

국회에서는 종교문화 건물이 재개발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종교문화시설보호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추진하기도 하였다. 2010년 6월 19일 한나라당 허천 의원을 중심으로 13명의 국회의원이 이 법안을 제안하였다. 이 법안은 교회·사찰 등 종교문화시설을 보호하여 국민들의 종교문화활동 자유를 보장하며, 재개발 등으로 종교활동을 못하게 되는 종교단체의 이주를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제안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진행됐다. 하지만 불교 등의 반대로 인해서 현재 진척을 보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도시 재개발 사업은 주춤한 형태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재개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던 세력들이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새로 시장으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의 재개발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고, 따라서 이런 새로운 재개발정책이 도시 개척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보다 심도있게 도시 재개발정책과 여기에 맞는 한국교회 대응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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