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성령을 속인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
아나니아(Ananiah)는 ‘하난야’의 헬라어 음역이며, ‘여호와는 은총’이라는 신학적 의미를 지닌 당대의 흔한 이름이다. 그의 아내 삽비라는 당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매우 희귀한 이름으로서 청옥 또는 보석에서 기원된 ‘아름답다’ 라는 의미를 지닌다. 두 부부는 하나님의 은혜를 백성들에게 역동적으로 베풀도록 아름다운 사역을 수여받은 하나님의 사람들이었다.
그들 부부가 속한 초대 예루살렘 교회는 사도들을 중심으로 모든 성도들이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아름다운 크리스천 가치관을 가지고 사역했다. 의식 있는 참 성도들은 자신의 재산을 아낌 없이 처분, 가난한 자들과 어려운 교회를 위해 헌금했다. 과거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던 사람들도 모두 회개하고 하나님께 헌금하는 역사가 나타났다. 신실한 사도들로부터 철저히 교육받고, 성경적으로 살고자 노력했던 초대교회 성도들의 순전한 모습이 그대로 투영됐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다른 사람들이 초대교회 앞에 헌금을 하고 사도들에게 칭찬 듣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초대 교회 선임사도 베드로가 가난하지만 자신이 소유한 것 전부를 헌금한 성도들에게 크게 칭찬하며 축복하는 것을 보게 됐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도 사유 재산을 매매해 교회 앞에 모두 헌금하고 성도들에게 칭찬 듣기를 원했다.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중요 성도였던 삽비라와 아나니아 부부가 자신의 땅을 팔아서 어려운 교회를 위해 공개적으로 헌금했다. 그들 부부는 자신의 땅을 매매한 다음 야밤에 공모하여 그 값의 일부를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해 은밀한 곳에 감췄다. 아나니아는 자신의 땅을 판 값 일부를 가지고 초대교회 선임 사도 베드로를 급히 찾았다. 땅을 판 값의 전부인 것처럼 가장해서 위선의 죄를 범하면서 모른 척하므로 성령 하나님을 속였다.
아나니아는 그 땅을 자신이 계속 가지고 있을 권리도, 판 값을 자신 소유의 현금으로 사용할 권한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주후 1세기 이스라엘 사회는 공동소유를 신봉하는 공산주의를 주창하지 않았다. 사유 재산을 자의로 처분할 수 있는 충분한 자유와 권리가 주후 1세기를 살고 있던 이스라엘 모든 사람들에게 있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징계를 받은 것은 전능하신 성령 하나님을 우습게 보고 속인 위선 때문이었다(행 2:46,47, 4:32-37).
성령 하나님은 인간들의 마음을 철저히 감찰하시는 분임을 그들은 까마득히 잊었다. 사도 베드로가 회개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고집을 부리며 사단과 결탁했다. 전능하신 성령 하나님께 위선적인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했기 때문에, 그들 부부는 모두 같은 날 현장에서 즉살됐다(행 5:1-6).
초대교회의 선임사도 베드로는 이들 부부를 죽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양심을 다스리고 있는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정면으로 방해하여 사단의 도구가 된 그들에게 내린 하나님의 징계였다. 거짓과 기만은 선하신 성령 하나님 사역에 배치되는 사악한 사단의 궤계(詭計)이기 때문이다.
두 부부가 공모(公募)하여 사도 베드로와 교회를 속인 사건이 은혜의 공동체로 초대교회에도 있었다. 초대교회의 은혜로운 공동체 생활에도 당장 죽을 죄악을 범하는 신자들이 소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 홀로 작당하여 범죄한 것에 비하면 둘이 합작하여 공모하므로 범법한 것은 더욱 파렴치(破廉恥)하고 철면피(鐵面皮)한 행동이 됐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사악한 행동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하는 듯이 겉으로 치장 했으나, 실상 그것은 하나님을 거스르는 거짓이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을 통해 초대교회는 경건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그 두려움은 교회 안팎, 즉 온 도시와 그 도시를 이끌고 있던 지도자들에게도 크게 임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을 통해 초대교회 온 성도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교회 밖에 있는 세상 사람들도 악을 철저히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목도하게 됐다.
현대 개혁주의 교회의 중요한 특징인 권징(勸懲)의 최종적 주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이 땅에 직접 설립한 교회의 질서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 때로는 범법자들에게 강력한 징계를 하신다. 하나님이 주인이신 교회의 순결성을 끝까지 보존하기 위해 강력한 채찍을 때때로 두 손에 들기도 한다. 영적 순결성을 상실한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주 후 1세기의 불행한 권징의 대상이 됐다. 성도의 순결함이 하나님 교회의 생명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신앙을 가지고 현대 교회를 섬기고 있는 성도들도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하곤 한다. 성도들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위선적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헌금을 사용하곤 한다. 헌금을 많이 했다는 것을 성도와 교회에 알려 자신의 인기를 제고(提高)하려는 꼼수를 보이기도 한다. 한편, 학위 논문을 표절하여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꼼수도 그것을 충분히 증명한다. 인간적인 꼼수는 결국 아나니아와 삽비라 같은 불행을 당하게 된다.